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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존재할 수 있다

by 슈퍼거북맘
당신의 마음속에 그릴 수 있다면, 손에 쥘 수도 있다.


스텔라를 임신했을 때,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는 인터넷을 뒤져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기 사진을 찾았다.
반짝이는 커다란 눈망울과 길게 말린 속눈썹, 작고 붉은 입술을 가진 인형 같은 아기였다.


나는 그 사진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하고, 틈날 때마다 뱃속의 아기를 떠올리며 그 얼굴을 상상했다.

그리고 스텔라가 태어났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텔라는 나도, 남편도 닮지 않았다. 그 대신 내가 매일 바라보던 그 사진 속 아기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의 반을 차지할 만큼 크고 동그란 눈망울, 짙은 눈썹, 그리고 마치 속눈썹펌을 한 듯 가지런히 말린 속눈썹, 야무지게 앙다문 작고 귀여운 붉은 입술까지.


그건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나는 내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을 목격했다.

이처럼 ‘시각화(Visualization)’의 힘은 수많은 선지자와 철학자, 그리고 과학자들에 의해 강조되어 왔다.


“당신의 삶은 당신의 상상력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펼쳐진다”는 나폴레온 힐의 말처럼,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것은 결코 현실로 나타날 수 없다. 반대로,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가능성의 차원에서 존재한다는 뜻이다.


니콜라 테슬라의 상상은 교류전기가 되었고,
스티브 잡스의 상상은 아이폰이 되었으며,
오프라 윈프리는 “시각화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첫 단계”라 말했다.




나는 임신 시절 경험했던 이 ‘시각화의 힘’을 스텔라의 발달에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스텔라는 대소근육 발달이 느려 자전거나 씽씽이를 오랫동안 타지 못했다. 나는 밤마다 잠들기 전, 스텔라가 신나게 씽씽이를 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웃음소리가 공기 속에 퍼지는 장면을 마음속에서 반복 재생했다.


그리고 어느 날, 스텔라는 어느 날 자연스럽게 씽씽이를 타기 시작했다. 내가 상상했던 장면이 현실의 장면으로 ‘상영된’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이 경험을 여러 번 반복했다.


그중 하나는 대학병원 소아정신과 진료 장면이었다.


진료를 보기 반년 전부터 나는 그 방의 공기, 교수의 표정, 대화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시각화했다. 6개월이 지나자, 그 진료실 안에서의 장면은 이미 내게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실제 진료에서 교수는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 스텔라에게 질문했다.


그 순간 나는, 내 마음이 현실의 시나리오를 이미 써두었음을 느꼈다.


조 디스펜자가 척추 손상을 ‘시각화’만으로 회복한 일화처럼, 의식이 그린 이미지는 신체와 물질을 넘어서 실재를 재구성한다. 우리의 뇌는 실제 경험과 생생하게 상상한 경험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상상한다.


이번에는 20년 후의 스텔라를.

AI로 예측된 미래의 스텔라 사진을 핸드폰 배경화면에 두고, 그 아이와 대화한다.


“잘 지내고 있지? 네가 지금 어떤 세계에 있든, 엄마는 그곳으로 가고 있어.”


스텔라가 태어났을 때는 내가 상상한 얼굴을 보며 놀랐지만, 이번에는 그리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나는 알고 있다.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존재한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매일, 내가 원하는 세계의 한 장면을 마음속에서 연출한다.

나는 상상한다.
그리고 그 장면은 언젠가, 스크린 위에 빛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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