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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

by 슈퍼거북맘

나는 오랫동안 ‘빛’을 밖에서 찾았다.

더 완벽한 나, 더 멋진 장소, 더 뛰어난 타인.

그 어딘가에 진짜 평화가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빛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삶은 여전히 오르막과 내리막,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파도였다.




어느 평범한 주말 오전이었다.

평일 내내 쌓였던 긴장과 피로를 침대 위에 살포시 내려놓은 채, 모처럼 꿀맛 같은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나와 남편, 스텔라. 우리 셋은 오랜만에 함께 1층에 내려와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거실 쇼파 뒤 커다란 창에 드리워진 블라인드 틈 사이로, 금빛 햇살이 살며시 들어오고 있었다. 남편이 블라인드를 끝까지 위로 밀어 올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장대 같은 햇살이 거실 안으로 쏟아졌다. 순식간에 거실 안이 따뜻한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구름 한 점 없이 청아한 하늘이 지붕 위로 한층 더 가까이 내려앉았다. 밤새 내린 비로 젖은 잔디와 나무들이 짙은 초록의 숨을 내쉬었다. 그 향이 열린 창문을 타고 들어와 집안 가득 번져갔다.


햇살의 온도는 막 구운 바게트 빵만큼 부드럽게 따스했고, 공기의 질감은 오븐에서 갓 꺼낸 와플처럼 바삭하면서도 촉촉했다. 젖은 나무의 냄새는 방금 내린 원두커피처럼 향긋했고, 그 향을 따라 내 마음도 조용히 열렸다.


남편이 창밖을 바라보며 쇼파 위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그 역시 오랜만의 화창한 주말 아침을 만끽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창 밖을 바라보는 남편의 뒷모습이 왠지 사랑스러웠다.


바로 이어 스텔라가 아빠 옆으로 다가와 똑같은 자세로 무릎을 대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 둘은 한동안 말없이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란히 창을 향한 두 사람의 뒷모습이, 마치 인상파 화가의 그림처럼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들은 하늘을 보았고,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몇 초, 혹은 몇 분.

그 시간 동안 우리 셋은 완벽히 하나였다.



나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빛과 공기, 향기와 온도, 그 모든 것과 함께 흐르며 나와 세상의 경계가 사라졌다.


나와 너의 구분도 사라졌다.

모두가 나였고, 모두가 하나였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고,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 순간.

‘행복’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빛은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나를 통과해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그것은 완전한 평화였다.


무엇을 더 이루지 않아도,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순간이었다.

행복은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진동이었다.


천국은 죽음 이후에 도달하는 이상향이 아니라

여기, 내 숨과 함께 살아 있었다.


사랑이 숨 쉬고, 감사가 흘러넘치고,

빛이 나와 세상을 구분하지 않는 그 순간.


그래, 지금이야.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곳이야.


모든 것은 하나의 빛이었고,

그 빛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빛은 어둠에서 시작되었고,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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