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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게구름 Sep 22. 2019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예술 시대

2018년 10월 25일,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한 초상화가 43만 2500달러(약 5억 원)에 낙찰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수천억 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미술 경매 시장에서 고작 5억 원의 작품이 왜 화제가 됐을까?  '에드먼드 벨라미의 초상화(Portrait of Edmond Belamy)'라는 제목의 초상화는 사람의 형체가 흐릿하고 주변에 여백도 많아 조금 특이하게 보이지만 논란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다. 이 초상화가 화제가 됐던 것은 작품 자체보다는 작가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에드먼드 벨라미의 초상화


드디어 인공지능이 예술가로 대접받는 시대가 온 것인가? 물론 돈 많은 수집가의 호기심 또는 투자로 치부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치부하기에 벨라미의 초상화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마이크로소프트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 구글 '딥드림(Deep Dream)', 페이스북 'CAN(Creative Adversarial Networks)', 트위터 '딥포저(Deep Forger)'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자체 또는 외부 연구진에 대한 지원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인공지능 미술을 선보여 왔다. 이러한 모든 일련의 활동은 기술력을 홍보하고 외부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예술적 관점에서 미술 시장에서 평가받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러나 벨라미의 초상화의 경우는 다르다. 최고 미술 경매시장 중 하나인 크리스티에서 예술 작품으로서 평가받고 인정받은 최초의 인공지능 미술인 것이다. 처음 크리스티는 1만 달러 정도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열띤 경합 끝에 벨라미의 초상화는 예상가의 40배 이상의 금액에 낙찰됐다. 2016년 2월 샌프란시스코 미술 경매에서 낙찰된 구글 딥드림의 29점 중 최고 금액이 8,000달러 정도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불과 2년 반 만에 인공지능 미술이 단순한 호기심 대상을 넘어 예술성으로 평가받는 수준까지 발전한 것이다.    


우리는 벨라미의 초상화가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과 함께 한 가지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한다. 벨라미의 초상화를 출품한 화가는 프랑스의 오비어스(Obvious)라는 팀이다. 오비어스는 파리에 살고 있는 친구 3명이 의기투합하여 2017년 1월에 만든 팀이다. 팀을 만들 때 이들의 나이는 25살에 불과했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까지 인공지능 미술을 선보인 곳은 우수한 인력과 자금이 모여 있는 대학과 글로벌 IT기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 청년 3명이 모여 불과 1년 남짓만에 훌륭한 인공지능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1839년 8월 19일, 사진이  프랑스의 과학 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발명품으로서 인정받고 공포됐다. 처음 사진이 등장했을 때 누군가는 조악한 품질을 보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폄하했으며,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까 봐 두려워했고, 어떤 이는 사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예술 세계를 발전시키는데 활용했다. 인공지능 미술에 대해 나는 세 분류의 사람 중 어디에 속하는가? 


사진이 등장한지 180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우리의 삶과 예술 활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인공지능 역시 사진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그리고 오비어스 팀처럼 인공지능 지식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예술가 그룹이 새로운 미술 장르를 만들어 가는 시대가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세 분류 중 어디에 속하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어쩌면 어리석고 한가로운 질문인 것 같다. 10년 또는 20년 후 인공지능을 빼놓고 미술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올 때 나는 어디에 있을지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어떤 미술의 미래를 그릴지 그 누구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사진이 등장했을 때 현재처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어, 바로 남들과 공유하게 될지 누가 상상했겠는가? 더욱이 인공지능은 사진기처럼 단순한 기계장치가 아니라 벨라미 초상화를 스스로 그릴 수 있는 예술 주체가 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공지능이 바꾸어갈 창작 환경의 변화를 그려보고 서로 협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에 대해 각자가 질문을 던지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연재할 글이 인공지능 시대 미술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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