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송작가 생활을 시작한 계절은 여름이었다.
내가 작가로 일하게 된 프로는
라디오계의 전국노래자랑쯤 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로였는데
경남의 굵직한 축제에는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매해 여름이면 거제에서 열리는 축제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보기만 해도 온갖 시름이 잊힐 것 같은 드넓은 푸른 바다와
끝도 없이 펼쳐진 수평선...
와우~ 여름이다! 를 외치며 당장이라도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었으나
현실은 그런 내 희망사항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다니며
그날 노래를 부르기 위해 참가한 출연자들을 챙기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리고 초대 가수 매니저와 수시로 통화하며
이동 동선을 체크해야 했고,
혹시라도 차가 밀리거나 가수 개인 사장으로
늦게 도착할까봐 발을 동동 구르며 속을 태웠다.
그러다 좀 늦을지도 모르겠다는 전화를 받게 되면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만큼 아니 그보다 더 내 속이 타들어갔다.
그렇게 축제 현장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방송국으로 돌아와 편집작업에 돌입!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실감하던 때였다.
편집까지 끝내고 나면 기진맥진...
영혼은 저 먼 우주 안드로메다 어디쯤으로
가버린 거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하나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서툰 점도 많았고, 뭘 잘 몰라서 헤맬 때도 있었지만
열정 가득했던 방송작가생활을
내 마음속에 최대한 근사하게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