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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 lives Jan 07. 2018

[고위험 산모의 일기] 옆 침대의 산모를 기다리던 밤

커튼 한 장 너머 내게 들려온 목소리

양막파수로 병원에 입원한지 오늘로 3일째다.
23주밖에 안됐는데 양수가 터져서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날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임신초기에 자궁경부를 묶어주는
맥도널드 수술을 해 놓은 상태인데다가
양막이 파열되었어도 양수검사 결과 감염은 없어서
양수가 새더라도 버틸수는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은 양수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며 3일째 버티는 중.

그런 내 옆 침대에 25주 정도의 산모가 입원을 했다.
나보다 주수는 2주 정도 더 앞선 산모였는데
바로 옆침대라 주치의 회진때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와 비슷하게 양막파열로 입원했다는 것을 알게됐다.

한가지 마음에 걸렸던 것은
그 산모는 양수검사 결과,
감염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 산모의 주치의 말로는
항생제로 일단 버텨보겠지만 감염이 있는 상태라서
자궁수축 방지제를 써도 수축이 심하게 오거나 하면
무리해서 버티지 않고 아기를 낳는게
오히려 산모나 아기에게 좋을 수 있다고 했다.

무리하게 버티다가 자칫 감염된 양수로 인해
산모 자궁에 염증이 심해질 수 있고
아기도 염증에 노출되면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 산모의 상태가
양수감염만 빼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치의의 이야기에 마치 내 일 처럼 걱정이 됐다.

나도 양수가 계속 새는 상황이었고
그러다보면 항생제를 써도
감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불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아이를 31주에
양수가 터지자마자 낳은적이 있어서
그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기도 했다.

내가 양막파열로 인한 자궁수축이 왔을 때
입원 첫날 받았던 처치 그대로
그 산모도 유토파 수액을 투여했다.

유토파의 부작용은 심박수 증가로 인한 심한 두근거림,
경우에 따라 폐에 물이 차서 오는 호흡곤란,
그리고 온몸이 덜덜 떨리는 경련이었다.

나는 그 약을 썼을때 두근거림과 경련이 심했고
2~3분 간격의 자궁수축도 잘 잡히지 않아서
약을 금방 뗐다.

옆 침대 산모 역시 유토파 부작용에 비해
자궁수축이 잘 잡히지 않아서 약을 금방 떼는듯 했다.

내가 유토파를 떼고
두번째로 투여받은 약은 마그네슘이었다.

마그네슘은 태아를 조산하는 경우
태아의 뇌성마비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약물이기도 하다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마그네슘 부작용은 어떻게든 견뎌야 겠다고 생각했다.

1시간 안에 고용량으로 마그네슘을 투여했을 때,
그 부작용으로 호흡곤란, 몸이 땅으로 꺼지는 듯한 증상, 몸이 뜨겁게 타들어가는 듯한 작열감이
동반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약도 역시 부작용이 심하다면
산모에게 오래 쓸 수는 없다며
간호사가 시시때때로 내 상태를 체크하러 왔다.

내가 느낀 부작용은 호흡곤란, 작열감, 축처지는 증상
모두 있었지만 그래도 참을만 해서
간호사에게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는 티를 내면
이 약도 뗄까봐 티를 안내려고
1시간 정도 심호흡 하며 이 정도면 괜찮다고 했다.

다행히 태동검사 시에 자궁수축은
2~3분 간격에서 5분으로 늘어났고
새벽 3시 경에는 마그네슘 용량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배뭉침과 아랫배 진통 없이 스르르 잠이 들었다.

옆 침대의 산모도 유토파를 떼고
마그네슘을 달았기에 나는 맘 속으로
'조금만 참아요. 어쩌면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수축만 잡히면 버틸 수 있을거예요...'
하고 생각했다.
 
그 산모는 나보다 호흡곤란이 더 심해서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간호사의 말로는
자궁수축이 오는 시간 간격이 점점 늘어나서

완화되는 것 같다고했다.  

그날 오후까지 나의 하루는
하루종일 그 산모가 괜찮아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옆 침대에서 누워있었다.

그 산모가 다시 괜찮아져서
더 버티다가 아기를 낳으러 가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라도 희망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실, 그런 내 마음 상태는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마그네슘으로 겨우 잡힌 자궁수축이
다시 간간히 찾아오기도 했다.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나,
나도 언젠가는 저런 날이 올텐데...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어폰이라도 끼고
음악이라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입원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어폰 같은건 챙길 생각도 못했다.

그 산모와 나는 그래도 다른 사람이라며
내가 꼭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또 그 산모도 결국엔 이겨낼 거라고...
너무 걱정말고 응원하는 마음만 갖고
좋은 생각만 하자는 생각도 간절했다.

그러나 옆 침대에서는 아기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고통에 힘들어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나는 내 귀를 막아줄 그 무엇의 장치도 없이
바로 옆에 누워있어야했기 때문에
그러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오후부터는 산모의 상태가 점점 나아져서
신음소리도 줄었고,
조심스럽게 식사를 하는 소리도 들려와서
나도모르게 안도하며 잠깐 낮잠이 들었다.

그런데 그날 밤 10시경
다시 그 산모는 아파했다.
자궁수축이 너무 심해서 진통도 오는 것 같았다.
마그네슘을 급히 투여하는 소리도 들렸지만
상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전에 주치의 회진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산모나 아기를 위해 낳아야 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잠이 들려고 했다가 번쩍 잠이 깨버렸고
옆 침대는 비워져서 조용해졌지만
나는 다시 잠에 들 수 없었다.

그냥 그 산모가 괜찮아져서 다시 돌아오기를,
돌아와서 조금만 더 주수를 채워서 낳기를 바랐다.

새벽 3시, 내가 분만실에서 버텼던 그 시간까지만
기다려 보고 싶었는데
그녀는 그날 밤,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7시경
옆 침대에 누군가 다시 입원하는 부산한 소리가 들렸다.
설마 그분은 가시고 새로운 산모가 온걸까?

가족들이 면회하는 소리, 간호사와의 대화가
또 커튼 한장을 통과해 아무 여과 없이 들려왔고
나는 다시 그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을 마치고
돌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게 어제 아침이었다.

이번엔 수술 통증으로 계속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기가 아직 어린 주수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체중도 1킬로그램이 넘고,
자가 호흡도 가능하다는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산모는 여전히 수술 후 회복에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아기를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했다.
모두가 아기나 산모가 이만하길 다행이라며
산모를 위로해줬다.

아직 회복되지도 않은 몸으로
모유수유를 준비하려고 유축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이제 막 엄마 될 준비를 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젠 고위험 산모가 아닌, 엄마가 되셨구나.

제왕절개의 통증이 조금 가라앉자
고위험산모입원실의 침대가 비워졌고
그 산모는 회복을 위해 다른 병실로 옮겼다.

내 옆자리는 정말 고요해졌고 마음도 평화로워졌다.
산모의 힘든 시간들은 잊혀졌고
아기 상태가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다는
그 말만이 마음에 남았다.

나는 오늘 밤 정말 오랜만에
밤 10시부터 6시까지 잠을 푹 잤다.

그리고 남편에게 이어폰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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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가 말하는 결혼 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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