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나에게 남은... 살...
수술 후 가스가 나온 후에야 식사를 할 수 있다.
이튿날 소변 줄을 뽑고 그날 혹은 다음 날 가스가 나와 3일 차쯤에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너무나 싱거운 반찬들과 미역국. 맛이 없었다. 살도 얼른 빼고 싶어 밥을 늘 조금씩 남겼다.
아기를 낳으면 금방 배가 들어갈 줄 알았는데 난 여전히 7~8개월 정도의 산모와 같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발은 더 퉁퉁 부어 바닥을 딛기가 힘들 정도였다. 압박 스타킹을 신었는데, 압박 스타킹이 감싸지 못한 발가락 부분은 정말... 너무 부은 모습이 흉측하기까지 하여,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꾸준히 걷고 덜 먹고 하면 서서히 살도 빠지겠지 싶어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다. 그런데 모순적으로 살 빼고 싶다면서 단 게 당겨서 과자 자판기로 발걸음을 옮겨 나도 모르게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게 아닌가. 초콜릿과자를 원래 좋아하긴 했지만, 한 동안 먹지 못하다가 몇 개씩 먹고 나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 정말 살 것 같았다.
그렇게 과자를 매일 조금씩 먹었다.
임신 4주 차쯤, 임신 극초기에 아무 생각 없이 테스터기를 했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후 기쁜 마음으로 '나는 임산부니까 괜찮아. 원래 임산부는 먹고 싶은 걸 맘껏 먹어야 해.'라고 생각하며 언젠가 보았던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며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 아기가 아직 점 같이 작은 시기, 아기로 인해 배가 나올 시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미 임산부티가 제법 날 정도로 배가 나왔고 체중이 급격하게 훅훅 늘었었다. 이전하기 전 병원에서는 이에 대해 큰 경각심을 주지 않아 더욱 맘 편하게 맘껏 먹으며 지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병원 이전 후 알게 되었다.(체중이 너무 많이 증가하면 보기에 안 좋을 뿐만 아니라 출산 및 건강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체중이 너무 늘어난 상태였다. 먹을 때는 행복했었는데 아기를 낳고 퇴원할 때쯤 몸무게를 재 보았더니... 소문대로 정말 아기의 몸무게만큼만 빠져 있었다. 양수도 빠졌을 텐데... 어떻게 아기 몸무게만큼만 빠진 건지... 나만 이런 건지... 신기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조리원에서 마사지를 받으면서 관리하면 2주 동안에 그동안의 붓기와 살이 많이 빠져 원래의 상태에 근접해져 집에 돌아가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희망을 가지고 조리원 입실을 했다.
1. 조리원 식사 - 조리원 식사 일정은 빼곡하다.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니에 오전 간식과 오후 간식이 나와서 총 5 끼니를 먹는 거나 다름없었다. 평소 아침을 먹지 않고 지낸 나로서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식사를 하는 꼴이었다. 붓기 때문인지 간이 거의 되지 않은 음식들이었지만 절대적인 양이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절반 정도만 먹고 간식의 경우 일부는 남겨서 남편에게 주기도 했다. 식사를 남편과 같이 먹은 날도 있었다.(물론 남편이 내가 먹을 수 있도록 거의 먹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사 양을 줄이는 것이 체중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 시기에 잘 챙겨 먹지 않아 모유 양이 잘 늘지 않고(사실 원인은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훗날 건강에 이상신호들이 온 게 아닐까 싶다.
2. 마사지 - 나의 경우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사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붓기와 살을 빼는 데에 골든 타임을 놓치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살 빼기 어려워질 것 같아서... 그 중요한 시기에 부지런히 마사지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풀코스로 오래 받을 수 있는 VIP코스로 신청했다. 조리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출장 마사지나 외부에서 받는 마사지에 비하면 가격이 훨씬 비쌌다. 그래도 살을 얼른 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지만... 마사지를 받고 원상복구 해서 집에 돌아간 경우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나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예외 없이 다들 그렇게 되는 줄 알았는데... 케바케였던 것이다.
3. 모유수유 및 유축 - 모유수유를 하면 많은 열량이 필요하여 살이 빠지기도 한단다. 돌까지 모유수유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모유수유를 시도해 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수술 3일 차부터 가슴마사지를 받으며 시간 간격 체크하며 잠도 설친 채 부지런히 유축을 했었다. 조리원에서도 수유콜을 부탁하며 모유수유를 시도했는데... 아기가 세게 빨아 유륜에 상처가 나 피가 났고 그러면서 며칠 수유를 중단했다. (아기가 피를 먹게 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랬다.) 그런데 그 시기에 그렇게 며칠씩이나 수유를 중단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모유 양이 늘고 있는 시기에 중단을 해버리니 양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그걸 다시 늘리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직수(엄마 젖을 아기에게 직접 물리는 수유 방식)를 해야 모유 양이 더 잘 늘어난다는데... 나는 아기가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으니... 유축(유축기계로 모유를 짜 내어 젖병에 보관했다가 아기에게 먹이는 방식) 위주로 수유를 했다. 이래저래 수유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어찌 거의 백일을 버티며 하다가, '모유+분유' 혼합방식에서 '분유'로 바꾸었다. 그래서일까? 이 방법 역시 다이어트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사실 모유수유를 한 100일 동안에도 살이 거의 안 빠졌다.)
그리하여 임신 기간 동안 맘껏 먹으며 늘었던 살과 체중은 출산하면서 아기 몸무게만큼만 빠지고
조리원에 있는 동안에 4킬로 정도 더 빠지고
그 후 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 집에만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집에만 있으면서도 잘 챙겨 먹어서 일 수도 있다.
여하튼 생각보다 출산 후 다이어트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