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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의 78달러짜리 버킨백

by 요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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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패션계와 미디어가 발칵 뒤집어진 사건이 있었다.

'월마트 버킨백 열풍!'

월마트에서 판매한 가방이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매우 흡사하다는 이유로 큰 화제가 되며 순식간에 품절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한 여성이 'Walmart Birkin'이라는 제목으로 가방 사진을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올리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에르메스의 상징적인 가방인 버킨백과 디자인이 매우 비슷한 이 월마트 가방이 단 78달러, 원화로 약 10만 원에 판매된다는 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거다. 재미로 구매하는 이들이 순식간에 늘어났고, 'Wlakin'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진품의 가격이 최소 9,000달러(약 1,200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가격 차이다. 나는 '가짜인 걸 다 아닌데, 누가 저걸 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단순히 '저렴한 명품 대체품'을 사려는 게 아니었다. 일종의 밈(meme)처럼 유행에 동참하는 놀이로 이 가방을 소비한 거다.


나는 이 현상을 보면서 의아했다. '사람들은 왜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월킨백을 사는 걸까?'


가방 자체의 필요나 진정한 가치보다는, 순간적인 재미와 유행에 참여하는 즐거움 때문에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요즘엔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보다, 사는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나 구매 후 공유하는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월마트 가방을 든 사진을 올리며 유행에 동참하고, '나도 샀다'는 사실을 통해 얻는 만족감이 소비의 동기가 된 거다. 인스타 친구들 중에도 '월킨백'을 찾겠다며 월마트에 갔다가 허탕을 친 사람들이 꽤 있었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회성 소비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소비자 개인이 재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충동적으로 사는 일이 반복되면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난다. 보통 이런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딱 한 번만 하지 않는다. 여러 번, 습관적으로 한다. 홈쇼핑 중독, 택배 중독은 재미 위주의 소소한 소비가 습관이 된 거다. 주위에 관심을 끌기 위해, 단순한 재미를 위해, 작은 지출이 쌓이면 큰 비용이 된다. 작은 돈을 모으면 목돈이 되는 것처럼, 자잘한 소비가 모이면 큰 지출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째, 환경을 오염시킨다.

이렇게 단발성 이벤트로 소비된 저가 제품은 금방 유행이 지나 대부분 버려진다. 쉽게 폐기 처분된 물건들은 자원 낭비와 쓰레기 문제로 이어집니다.



셋째, 진정한 소비의 의미를 잊게 만든다.

이런 소비가 반복되다 보면 물건의 가치를 구분하기 어렵다. 에르메스 버킨백은 단순한 명품 가방이 아니다. 고급 소재와 장인의 손길, 오랜 시간 쌓아온 브랜드의 역사를 포함한 가치를 지닌 제품이다.

그럼에도 외형만 흉내 낸 저가 제품이 주목받고, '가짜면 어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진짜'가 지닌 의미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정당한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노력한 결과와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의 것도 인정받을 수 없다. 사회전반적으로 이런 사고가 퍼지면, 가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 굳이 애쓰는 것보다, 남이 만든 것을 베껴서 파는 것이 훨씬 쉽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순간적인 즐거움과 동질감을 얻기 위한 소비. 가끔은 '리테일 테라피'라는 말처럼 이런 가벼운 소비도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소비를 할 때 '내가 왜 이 물건을 사는지', '이 소비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한다. 진정한 소비란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나에게 가치 있는 것에 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간의 재미나 충동보다는, 오래도록 만족을 줄 수 있는 소비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월마트 가방처럼 사람들의 기억과 함께 금세 가치가 사라질 물건보다, 오래도록 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줄 것에 돈과 시간을 쓰고 싶다. 물건은 삶을 채우는 도구일 뿐,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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