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로서 윤리를 고민한 적 있나요?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자괴감이 느껴질 때

by 요딩

어떤 디자이너라도 기업 홈페이지나 쇼핑몰, 혹은 서비스 앱을 만들면서 도덕이나 윤리를 깊이 고민해 볼 기회는 많지 않다.


나도 그랬다.

10년 넘게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이게 과연 윤리적인가?’ 같은 고민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 문제의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놀랍게도 전에 쓴 ‘사기당한 회사’는 아님)




그 회사는 막 클럽 커뮤니티 앱을 런칭한 상태였다.

“이 앱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도 계속 만들어갈 예정이에요!”

라는 말에 혹해서 입사하게 됐다.


클럽 커뮤니티 앱이 뭐냐면…

밤에 춤추고 술 마시는 그 클럽 맞다.

앱에서는 클럽별 정보와 사진을 볼 수 있고,

같이 갈 사람을 구하거나,

제휴 클럽의 무료 입장권을 받을 수도 있다.

클럽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게시판도 있었고.


처음엔 솔직히,

‘이게 되려나…?’ 싶었다.


그런데 초반 반응과 다운로드 수는 꽤 괜찮았다.

‘어…? 이게 되네?’




더 많은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SNS 홍보를 하기로 했다.

초기엔 기능 위주로 조용한 느낌의 화면을 만들었지만, 별 효과가 없자 대표님이 어디선가 자문을 듣고 와서 말했다.


대표: 홍보 효과 보려면, 클럽 갤러리에 있는 자극적인 사진들 써야 한대요. 춤추는 여성 손님들 있잖아요.
나: 그 사람들 일반인인데요? 허락도 안 받았고요. 초상권은요?
대표: 나중에 연락 오면 그때 내리면 된대요~
나: ...


결국,

노출이 많은 여성 손님들의 사진으로 홍보물을 만들게 됐고, 예상대로 효과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디자인 일을 하며 윤리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건.




아무리 놀고 싶어서 클럽에 갔다 해도, 그 사진을 이렇게 무단으로 써도 되는 걸까?


안 그래도 ‘버닝썬 게이트’ 이후로 개인적으로 클럽에 대한 이미지도 안 좋은데…

이런 서비스를 계속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해도 괜찮은 걸까?


월급만 받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이런 걸 그냥 넘겨도 되는 걸까?


나는 그런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만드는 결과물이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자각했다.




꼭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양심에 찔리는 일을 받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돈 주고 시키는 거니까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냐?”

“어차피 다 그렇게 살지 않아?”


나도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해보았지만,

결국은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사회복지 단체에서 일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내가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그냥,

최소한의 도덕적인 선은 지키고 싶다.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일을 하게 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댓글로 생각을 나눠주세요.







아, 그리고 그 회사는 어떻게 됐냐고요?


서비스 출시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