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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Oct 26. 2024

번아웃 해소 시리즈_2. 템플스테이

지난번 요가 글에 이어서 내 번아웃 해소에 도움이 되었던 두 번째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바로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는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다녀오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잠시나마 편해지기 때문이다.

절에서 느끼는 고요함과 평온함, 그리고 묘하게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냄새, 목탁 소리

그리고 절을 제 집 앞마당으로 삼고 뛰노는 귀여운 고양이들까지!!! 힐링 종합세트가 따로 없다.

그럼 이제부터 그간 다녀왔던 세 번의 템플스테이 경험을 풀어보겠다.

(근데 참고로 난 천주교 신자ㅎ.ㅎ/절 가는 거 좋아함)



[나의 번아웃 해소에 도움 되었던 활동 리스트]

1. 요가

2. 템플스테이 - 용문사, 용주사, 낙산사

3. 우드카빙

4. 가드닝 수업

5. 식물 가득한 카페 & 산 둘레길 걷기

6. 인센스틱 피우며 일기 쓰기





1. 양평 용문사 템플스테이

때는 바야흐로 2022년 2월, 친한 회사 입사 동기들과 함께 차를 빌려 양평 용문사로 떠났다. 가게 된 계기는 사실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용문사 템플스테이가 밥이 맛있고 유명하다고 해서 가게 되었던 것 같다.

우리가 선택했던 건 '휴식형' 템플스테이! 주요 일정이라고 한다면, 사찰 내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저녁 예불 드리고, 저녁을 먹고 불멍 하면서 도란도란 다른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다.


중간중간 빈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친구들과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이제 생각해 보니 힐링/휴식보다는 우리끼리 너무 재미있게 놀다 온 것 같긴 한데ㅋㅋㅋ

2월 겨울 산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계절감 - 입김이 하얗게 피어오르고 귀가 차갑지만은, 바짝 마른나무 향기와 시원한 공기가 마음속을 파고들면서 '아- 살 것 같다!' 하는 느낌 - 이 1박 2일 내내 지속되어서 좋았다.



맛있는 밥과 불멍~

그리고 개인적으로 템플스테이 최고 복지는 귀여운 고양이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용문사 고양이는 사람한테 낯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스타일이라 더 좋았다. 보통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내 공간을 막 내어주진 않는데, 아무렇지 않게 내 공간에 파고드는 고양이가 귀엽고 좋았다. 책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 (●'◡'●)

아, 그리고 최고의 복지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스님이 구워주시는 화덕피자...

갓 구워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피자였는데, 묘하게 속세의 맛이 느껴지는 게 1박 2일간 삼삼한 절밥만 먹다가 먹으니 도파민이 미친 듯이 나오는 자극적인 맛이었다ㅎㅎ 이건 지금도 또 먹고 싶다!




2. 화성 용주사 템플스테이

내가 정말 정말 힘들었던, 2023년 11월에 다녀온 템플스테이였는데, 다녀오고 나서 나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어서 꼭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다. 작년 나는 부서이동 및 부서 인원 감소로 인한 업무량 증가, 남자친구와의 이별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때가 또 삼재 중에서도 눌어붙는 눌삼재였는데 (원래는 삼재 이런 거 잘 믿지 않았지만) 와.... 진짜 삼재라는 것이 있다면 진짜 올해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로 모든 게 다 힘들었던 한 해였다. 용주사 템플 스테이는 체험형으로 신청했고, 주요 활동으로는 스님과의 차담, 시설 안내, 공양, 그림 심리치료, 백팔배 등이 있었다.


스님과의 차담 시간에는 내 눈길을 끄는 단어가 적힌 카드 하나를 고르고, 왜 내 눈에 띄었는지 그 사유를 설명했다. 당시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었고, 삶의 모든 것들이 다 나에게 심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모든 내 이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초연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말하는데 괜히 울컥하는 것도 있었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나 말고도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에서 또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림 심리 치료 시간에는, A4용지에 스님이 불러주시는 키워드(집, 밭, 사람 등등)에 따라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을 보면서 내 심리가 어떤지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었다. 우선 이 활동을 통해서 아 내가 힘들긴 힘들지만, 못 견디게 힘든 상황은 아니구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그림은 4계절 중 어떤 시간인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가을/17시쯤이라고 말했는데, 정말로 힘든 사람들은 겨울/한밤중을 많이 그린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템플스테이 복지...!!! 바로 고양이!!!! 이 집 고양이들은 또 왜 이렇게 애교가 많은 것인지.... 무릎에 올라오고 진짜 난리난리 났다!!!



그리고 이번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좋았던 건 백팔배 시간이었다. 백팔배 절을 해본 적은 있어도 1번부터 108번까지 백팔 대참회문 내용을 곱씹으면서 절을 해본 적은 없었는데, 절을 하면 할수록 눈물이 나고 치유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성냄, 모진 말, 탐욕, 시기심, 무시함으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 하고 '가장 큰 축복이 자비심, 가장 큰 힘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 하다는 말들이 내 심금을 울렸고, 구절에 집중하고 땀 흘리면서 절을 끝마치고 나니 얼굴에 미소까지 옅게 서려있었다. 내 잘못을 뉘우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마음에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기는 신비한 경험이었다.


마지막 퇴실 전, 스님과의 차담 시간에 인연에 대해 질문했다. 헤어진 인연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스님께서는 (윤회 사상에 따라) 이번 생에 어떤 사람과 인연이 다하면 다음 생에는 만나지 않게 되고, 이번 생에 인연이 다하지 못한다면 다음 생에 다시 만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인연생기설에 따라 그때 그 일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내가 있는 것이니, 이번 상실을 너무 아파하지 말고 나에게 미친 좋은 영향들에 대해 집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끝으로 더 나은 나의 삶을 바라며 삼재소멸 초도 태웠다!!





3. 강원 낙산사 템플스테이

여기 템플스테이는 예약 잡기가 너무 어려워서 수강신청/콘서트 티켓팅 하듯이 빠르게 예약하는 게 필요했다. 다행히 친구가 빛의 속도로 예약해 준 덕분에 거의 1-2등으로 예약해서 2박 3일로 다녀올 수 있었다. 이번 템플스테이도 체험형으로 신청했고, 주요 활동으로는 사찰 시설 안내, 파도소리 명상, 연등 만들기, 스님과의 차담, 백팔배 등이 있었다. 다만 이곳은 핸드폰을 모두 제출했어서, 찍어둔 사진이 없다ㅠㅠㅠ 대신에 친구가 챙겨 온 필름 카메라로 몇 장 남겼는데, 다녀오고 나서 쓰려니 잘 기억이 안 나네(이 부분은 그때 썼던 일기장을 다시 들춰보면서 조금 더 보완하겠습니다)


처음에는 다 같이 모여서 자기소개를 하고, 여기서 불리고픈 이름을 정했다. 나는 '이선생님'으로 했는데, 앞으로 전문 강사로 더 성장하고 싶은 나의 바람을 고이 담아 정했다. 내가 만든 연등을 들고 파도소리 명상을 할 때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이 남는데,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모든 고난과 걱정을 한 데 모아 바닷속으로 던지는 상상을 했다. 명상하다가 깜빡 잠들기도 했지만ㅎㅎ 낙산사에서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단연 템플스테이 중에 가장 유명한 템플스테이답게 프로그램이 가장 알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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