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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Aug 10. 2024

여름 감기

살아가는 이야기

뭔가 이상하고 불편한 느낌에 눈이 뜨였다.

콧물이 자꾸만 입 안으로 흘러내리고 목안이 근질근질하며 기침이 났다. 입 안으로 흘러내리는 콧물을 뱉어 내고는 시계를 보았다.


새벽 4시 19분.

기상 시간은 5시인데...

5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잠을 빼앗긴 것 같아 아쉬움에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다시 자려고 해도 기침이 심하여 잘 수가 없을 것 같다. 집에 있는 상비약통에서 기침 가래약을 꺼내 캡슐 두 개를 물과 함께 삼켰다.


**참고로, 캡슐을 삼킬 때 주의사항이 있다.

목을 많이 사용하는 나는 피곤하면 목이 먼저 아파오고 알러지가 있어서인지 근질거리는 기침이 잦다. 일본에서의 어느 날, 보통 약을 먹듯이 목을 뒤로 젖히고 약을 넘겼는데 캡슐이 목에 달라붙어 넘어가지 않았다. 깜짝 놀라 물을 많이 마셔서 겨우 넘겼다. 근처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며 그 얘기를 했더니 약사님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러셨다.

"가끔 그런 말씀하시는 분이 계세요. 캡슐은 물에 뜨기 때문에 목을 뒤로 젖히지 말고 그냥 드시는 것이 잘 넘어갑니다. "

그 후로 그 방법을 쓰고 있다.**


낮에는 기침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밤이 되니 목아픔과 기침이 더욱 심해졌다.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

최근에 내가 찾는 병원은 오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여는 곳이다. 출근하는 이들이 찾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아침부터 병원에 가려고 시계만 보고 있었다.

장마가 끝난 후 햇볕이 장난이 아니다. 걷다 보면 불에 데인 것처럼 뜨겁다.

(앗, 뜨거! 뜨거!!)

속으로 외치며 가능한 한 빨리 걸었다. 겨우 병원에 도착. 심호흡과 함께 땀을 닦아내고 문을 열어 고개만 내밀며 물었다.

"들어가서 기다려도 될까요?"

"네, 들어오세요"

간호사가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안으로 들어가 시계를 보니 12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간호사도 마침 그 시간에  문을 열었는지 부지런히 바닥 청소를 하고 있었다. 물걸레로 바닥을 닦는 그녀의 이마에서 땀이 후두둑 떨어진다. 그러면 물걸레 대를 한 손에 잡고

 "아후~"

하며 연신 땀을 닦아낸다. 날이 더우니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것이다. 청소하는 옆에 가만히 앉아 있자니 조금 미안해진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바닥을 닦다 말고 땀을 닦기를 반복한다. 나는 살짝 병원을 나왔다.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쭈욱 빨면 내 몸이 다 시원해질 것 같았다. 땀도 들어가겠지. 커피숍으로 들어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두 잔 구입했다.   간호사 둘이서 접수를 하고 안내했던 기억이 나서 두 잔을 구입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생각도 했지만 지난번에 위가 아파서 방문했던 내게, 단호하게 커피 마시지 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의사 선생님께 커피를 드리는 것은 왠지 아닌 것 같아 그냥 패스!.

(그냥 간호사들만 생각하자)

커피를 들고 병원으로 돌아와 간호사 테이블에 살짝 올려놓았다.

(나?)

나는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아서 커피고 뭐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열이 있었고 더위보다는 열이 나서 몸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청소를 끝내고 자리에 앉은 간호사는 그제야 커피를 발견하고 잘 마시겠다고 인사를 한다.

(그대들의 땀이 식혀지고 기분이 나아진다면 그것은 소소한 나의 기쁨입니다)라고 혼자서 생각.


"음... 열이 좀 있네요. 요즘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는 것 아시죠?"

의사 선생님 말씀에

"그래요? 몰랐어요"

간단히 대꾸했다.

"열이 그리 심하지 않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동네 의원인데 젊은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고 싹싹하다. 궁금한 것을 자세히 설명을 해주신다.

의사 선생님께 커피를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약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름 감기는 개도 걸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는 개보다 못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샤워를 하고 약을 먹고 쉬었다.

감기에는 휴식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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