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ading Not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꼬 Aug 08. 2017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에세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1부. 자발성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이 일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 그런 건 원래 없다.

세상의 모든 의미는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27p)


재미없는 일을 하니까 일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의욕이 생기지 않으니까 최소한으로만 몸을 사리며 잘리지 않을 만큼만 적당히 한다.

상사 입장에서는 의욕이 없어 보이는 직원에게 중요한 일은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 동상이몽.

(28~29p)


밀고 당기기도 어차피 '덜' 좋아하는 사람만이 행사할 수 있는 행동이다.

(40p)


상처받지 않기를 원한다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어차피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어김없이 상처받게 되어 있다.

최적의 전략으로 접근한다 해도

사랑처럼 유동적이고 비합리적인 감정이 없기 때문에 이치대로, 논리대로 되지 않는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

(40p)


사랑받기 위해 무리하는 것도 곤란하다.

무리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내가 되는 것이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감당하려고 애쓰는 것은 착한 게 아니라 비굴한 것이다.

그것은 그저 갈등이 생기거나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서 미리 자신을 상처 입힐 뿐이다.

(42p)


서로를 사랑한다면 힘닿는 데까지 자유롭게 해줘야 할 것이다.

사랑으로 협박하지 않고,

내가 설치한 덫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까 하며 시험에 들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자기 마음을 시험에 들게 하는 일이다.

사랑은 이래야만 한다며 자꾸 사랑을 정의하고 범위를 좁히는 게 아니라,

이럴 수도 있다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줘야 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주변의 상식과 기대치에 얽매이지도 말아야 한다.

(43p)




2부. 관대함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상대의 마음도 이해한다'

사랑에서 취해야 할 단 하나의 태도가 있다면

나 자신에게는 진실함, 상대에게는 관대함인 것 같다.

사랑한다면 상대 앞에서 자신 있게 무력해질 수가 있다.

(52p)


항변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이 서른 넘어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어느 시점이 되면 어떻게는 꾹 삼키고 알아서 처리해버려야 한다.

누구나가 인생의 한 시기에는 저마다의 지옥을 품고 가는 것이고,

훌쩍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라는 과거에 휘둘리면서 고여 있기를 자처하면

슬슬 그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기량이나 자립도를 묻게 된다.

더구나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을

부모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문제들의 이유로까지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65p)


내 손에서 놔버려야 비로소 해결되기 시작하는 문제가 있고,

그러면서 점차 극복할 용기가 내 안에서 우러날 것이다.

도저히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며 계속 부모 이슈를 붙들고 산다면

어쩌면 내가 일부러 부모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려는 게 아닌지 냉정하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상처를 소중히 하려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은

그 상처를 소중히 하지 않으면 그 외에 소중히 할 만한 게 별로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66~67p)


이 세상엔 내 남자, 내 여자란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고 체념해야 한다.

사람을 소유할 수도 없고, 상대를 내 입맛대로 바꿀 수도 없고, 끊임없이 같은 깊이로 사랑할 수도 없다.

(72p)




3부. 정직함
'그 누구보다도 나에게 솔직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가만히 있어도 삶의 무게는 무거워지니

가급적 많은 것들을 단순화시키고 깃털처럼 가볍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방식에 여분의 군더더기가 없을수록 자유롭다.

(93p)


밀물과 썰물을 거쳐 여전히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그 사람들이야말로

지금의 '내 사람들'인 것이다.

(93p)


혼자서 잘 서 있을 수 있어야 타인과 함께 있을 때도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마음이 통하지도 않는 누군가로 공허함을 가짜로 채우기보단

차라리 그 비어 있는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것이 낫다.

그래야만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있어야 진정으로 나답고 편안할 수 있을지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95p)


제한된 인생의 시간 속에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데에 시간과 마음을 더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95p)


불편한 인간관계를 견뎌내야 할 이유는 없다.

당장은 마음에 부담을 느끼지만

한번 관계를 자연스럽게 놓아버린 다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피차 홀가분해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자연스레 이해되고 용서되는 것들이 있다.

갈 사람은 가고 돌아올 사람은 분명히 다시 돌아온다.

관계의 상실을 인정할 용기가 있다면 어느덧 관계는 재생되어 있기도 하다.

(102~103p)


남자를 판별 짓는 가치들 중 그 어떤 것을 우선적인 가치로 볼지는 

오로지 나만이 결정할 수 있다.

사랑파냐, 현실파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쁜 것은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가치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주변에 휘둘리다 보면 정작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113p)


절대적인 고독감이 싫지 않았다.

정신이 명료해지는 느낌이었고 내가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는 해방감과 자유가 있었다.

고독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평온했다.

(125p)




 4부. 성실함
'누구나 원한다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 생활에는 배울 점도 있고 배우지 말아야 할 점도 있다.

선진적인 조직에서도, 문제가 있는 조직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

하다못해 맞지 않는 사람에게서도 내가 상황을 초연하게 통제하는 법을 터득해나간다.

(154p)


분위기가 뒤숭숭해져서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해도

파도가 저만치에서 밀려올 때는 휩쓸리기보다 내 힘이 닿는 한까지

그 파도를 일단 넘겨보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 파도들을 넘을 때마다 자신의 일에 대한 태도는 흔들림 없이 더욱 단단해진다.

그리고 조직 생활에서 한계까지 애써본 경험은

내가 원하던 자유를 구현하는 데 어떤 형태로도 도움을 줄 것이다.

(155p)


어떤 일을 어디서 하더라도 일의 본질은 같다.

최선을 다해야 하고, 사람들과 조율할 줄 알아야 하고, 규칙을 따라야 하며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155p)


일하는 방식의 틀을 견고하게 잘 잡아놓으면

그 안에 어떤 내용물의 일을 적용해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저력이 되어준다.

다시 말해 과거의 그 어떤 일에 대한 경험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159p)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는 적어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그 나름의 보상이 주어진다.

게다가 열심히 노력하는 일은

주저앉아 한숨만 쉬거나 세상을 원망하거나 나를 놔버리고 자기 혐오에 빠져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168p)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내가 생생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168p)


생각의 중심이 세워져 치우치지 않고 무리짓지 않을 정도가 되면,

타인의 개인성과 존엄성도 나의 그것만큼 존중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179p)


타인이 제공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면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밖에.

(184p)




5부. 공정함
'나와 너의 개인성을 인정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내키는 만큼 감정과 헌신을 보여도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진 않았으면 좋겠다.

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기쁨이 되어야지

그것이 노력이 되고 무리가 되면 나중에 큰 문제를 야기시킨다.

무리는 공짜가 아니라 항상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희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196p)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고 저항하는 일은

아주 작아 보이는 문제라도 불안하고 외롭고 두려운 일이다.

(215p)


왜 한 번 만나봐도 괴로운 사람을 두 번씩이나 만나서 스스로를 고문해야 하며,

왜 3개월 미만으로 끝나버린 연애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껴야 하며,

왜 공통의 관심사도 없는 옛날 친구들과의 모임에 억지로 나가야 할까.

이 모든 것은 강박이다.

(221p)


현재 내가 놓인 환경에서 마음이 맞는 새 친구가 생기기도 하고,

자연스레 멀어져가는 친구도 있다.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어느덧 내 곁을 여전히 자연스레 지키고 있는 그 사람이

지금의 내 사랑스러운 벗이다.

(223p)


당장에는 단칼에 잘라버린 그 상대의 잔인함에 치를 떨어도

속마음을 파악할 수 없는 태도로 오락가락 애매하게 구는 그 사람이 

훨씬 더 고약한 것이다.

아니다 싶으면 서로 확실히 NO를 말하고

오로지 내가 기꺼이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YES를 하는 것.

어른으로서 꼭 갖추고 싶은 습성이다.

(227~228p)




대담
'어떤 태도를 가질 때, 내가 가장 충만한가'

이래저래 다 겪어봐서 내 안에 생채기가 많이 있다 보니,

체념의 마음 자세로 무장할 때 도리어 사랑이든 교감이든 뭐든 간에

정서적인 만족이랄까, 리워드(보상)가 오더라.

(238p)


그 사람의 삶을 아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는 없다.

(250p)


나는 '하면 된다'라는 명제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말은 적어도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254p)


나는 어디까지 내 생각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차라리 미움받을 것을 각오하고 타인과의 불화를 선택하게 되었다.

(271p)


꿈은 없어도 되지만 내가 없으면 안 된다.

(274p)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