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동안 돌 촬영 준비할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에 돌잔치는 물론이고 돌 촬영도 부담스러웠다. 돌잔치에 참석했다가 코로나에 걸리기도 하고, 돌 촬영하다가 옮기기도 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요즘은 뭘 한다는 자체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두 아이들의 한 번뿐인 돌 촬영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며칠 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이동을 했다. 우리 집보다 넓고 조금 다른 환경에 노출시켜주기 위해서 큰 결심을 하고 쌍둥이들과 친정으로 처음으로 왔다. 잠시만 머무르다가 집으로 돌아가 돌 촬영을 하려고 했으나, 예전부터 찜해두었던 곳이 사진관 촬영 예약이 모두 찼다고 했고 아주 빠른 시기가 평일은 한 달 후, 주말은 석 달 후라고 했다. '다들 코로나여도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구나.'라며 놀랐다.
어쩔 수 없이 친정이 있는 곳에서 돌 촬영을 하기로 했다. 오랜 검색과 고민 끝에 사진관 스튜디오에 예약을 걸었다. 어린이집 입소를 앞두고 사람이 덜 붐비는 평일 촬영을 하기 위해 남편은 휴가를 내고 2월 마지막 주에 촬영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가족사진과 아이들의 한복 독사진 이렇게 두 컷을 찍기로 했다. 사진관에서는 서비스로 시간이 괜찮다면 아이들의 평상복 독사진도 한 장씩 찍어준다고 했다. 예약을 끝내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남은 시간은 딱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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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들이 잔뜩 떠올랐다.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의 장난감 조금과 집에서 입는 내복만 가지고 친정으로 왔기 때문에, 아이들 옷은 물론이고 남편과 나의 옷, 신발, 화장품 등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엉망진창이 된 내 머리를 수습할 시간도 필요했다. 육아하기엔 머리를 묶는 것이 가장 편하고, 집에만 있는데 굳이 미용실에 갈 필요도 없어서 방치된 내 머리에게 문득 미안해졌다. 아이들도 백일 때 머리를 민 후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아서 처음으로 미용실에 가서 예쁘게 자르기로 했다. 이제 곧 어린이집도 가니 예쁘게 단장해야지.
우리 부부의 옷은 출산을 하면서 육아를 하느라 남편과 나는 옷을 살 시간도 없어서 1년 동안 하나도 못 샀다. 이번 기회에 친정 찬스를 쓰고 주말에 나가서 아이들의 옷을 사면서 우리의 옷도 한벌씩 사기로 했다. 화장품과 신발도 함께 사기로 했다. 급하게 나는 오늘 오후에 미용실에 가서 출산 후 처음으로 3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입만 움직였다. 평소라면 지루한 그 시간이, 그리 달콤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돌촬영으로 호사하는 구나.'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이들의 머리는 친정엄마의 단골 미용실에 아이들을 하루에 한 번씩 차례로 데려가 해결하기로 했다. 내일은 아기 1호가 머리를 자르고, 다음 주에 아기 2호의 머리를 자르러 가기로 했다. 낯가림이 심한 시기에 아이들 둘을 한꺼번에 낯선 장소에 데려가서 달랠 생각을 하니 벌써 기운이 쫙 빠졌기 때문에 하루에 한 명씩 해결하기로 했다. 그렇게 4일이면 준비가 끝나는 계획이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이것저것 재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달리지만 아이들의 환한 웃음만 상상하며 행복한 5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