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9

by 별이언니

저렴하게 좋은 꽃을 배달해 주던 업체가 이번 주는 배달을 닫았다. 내일부터 한파라고 하니 꽃이 상하는 것을 염려해서겠지. 점심을 먹고 산책하면서 눈여겨 봐둔 지하상가 꽃집에 갔다. 국화와 장미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단으로 팔아 풍성했지만 도무지 이 꽃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낯선 땅에서 자라 바다 건너오느라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송이로만 팔았지만.


스파이더 거베라. 색도 모양도 자연스럽지 않다. 자연스럽지 않아서 예쁘다. 취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송이가 크고 화려한 꽃을 좋아한다. 수수하고 슴슴한 꽃들도 어여쁘지만 곁에 두고 오래 마음을 기대기에는 너무 정갈하다. 카스텔라 두 조각과 커피 한 잔으로 점심을 때우는 대신 꽃을 산다면 제대로 사치스럽게. 생활과 동떨어진 마음으로.



젊은 엄마는 장 보러 가던 길에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밥상 위에 새 책을 올려놓았다고 했다. 젊은 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김치뿐인 밥을 드셨다고 했다. 밥상에 올릴 생선 대신 꽃집에서 장미 묘종을 사 마당에 심었던 엄마. 차근차근 다가가도 도무지 생활은 나아질 줄 모르고 그렇다면 아름다운 것들에 기댈 순간도 필요한 법이다. 인간이 만든 것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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