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3.14.(목) 경기교사연구년 사전교육Ⅱ
오늘도 한 시간 넘는 운전길이다. 1월의 첫 번째 사전교육은 경기도교육청이 있는 수원, 오늘 두 번째 사전교육은 경기도교육청교육연수원이 있는 이천이다. 경기도는 동서남북으로 넓고도 넒어서 어디에서 모이든 거리가 만만치 않다. 먼 길이라 살짝 부담되지만 여행이라 생각하자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경기도의 남서쪽을 향해 달렸다. 파주나 연천 같은 북쪽에서 오실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말도 쏙 들어갈 일이다.
올해는 경기도교육청 연수원들의 조직개편이 있었단다. 교사연구년 업무도 담당 주체가 바뀌면서 두 번째 사전교육이 조금 늦어졌다. 2024년은 경기도교육청교육연수원이 우리 연구년 교사들을 담당한다. 출장 공문을 보니 올해 연구년 선발인원이 총 190명이다. 원래 200명 선발예정이었는데 계획보다는 최종인원이 적다.
첫 번째 사전교육은 영역별로 날짜를 달리해 모였고, 오늘은 모든 영역의 연구년 교사들이 모인다. 모두 함께 정식으로 시~작! 을 선언하는 느낌이라 조금 뜻깊다. 190명이 강당에 모여 이런저런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분임별 모임이다. 오늘의 주요 일정은 총 26개의 분임별로 모여서 공동연구의 주제를 정하고 계획서 초안을 잡는 것이었다.
내가 속한 분임의 강의실로 향했다. 어색한 공기 속에 낯선 7명이 둘러앉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골고루 섞여있다. 침묵을 못 견디는 용기 있는 선생님이 먼저 대화를 이끌어 주셨다. 덕분에 자기소개와 개인 연구주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1인 1 역할을 정하면서 리더를 뽑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다. 모두 고개를 숙이다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가 이 난관을 어떻게 넘어서야 하나 미소를 보내다 한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럼, 제가 할게요'라고 말씀해 주시는 선생님 등장! 정말 감사한 순간이다. 이후 공동연구 주제를 정하는 것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짧은 이야기만으로도 강렬하게 느꼈다. 이분들 정말 대단하시구나. 연구년교사로 선발되기에 모래알만큼도 부족함이 없는 분들이었다. 20년 이상의 경력, 40대 중후반부터 50대 초반의 선생님들이시다. 모두 넘치는 열정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오셨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학교 업무뿐 아니라, 학교 밖 교육청 일 등으로 분주하셨던 분들이 많다. 그런데 그 열심이 한도를 넘어 몸과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다. 모두 지쳐있었다. 왜 안 그렇겠는가. 20년을 쉬지 않고 아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마른행주에서 물기를 쥐어짜듯 소진이 생기는 일이다.
모둠원 중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초등에는 젊은 나이에도 명예퇴직을 하신 분이 많다는 말씀을 들려주셨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쳐 결국은 사랑하던 직업을 놓을 수밖에 없었을 개개인의 이야기들이 상상되어 슬펐다. 분임원 중 한 선생님은 지난해에 과로로 까무룩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경험을 말씀하셨다. 학교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아는 만큼 그 선생님의 경험도 남 일로 들리지 않는다. 모두 느슨하게 살기가 절실한 때이다.
공동연구 주제를 정하고 초안을 잡을 때도 분임 선생님들의 탁월함이 얼마나 빛났나 모른다. 평소 가진 기본기만으로 뚝딱 뚝딱 뭔가를 만들어 내시는 그들이 놀라웠다. 개인연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커서 공동연구가 다소 부담이었는데 이 선생님들과 함께라면 걱정은 다 날려버려도 되겠다. 믿음직한 실력자 선생님들과 함께 하게 된 인연이 감사할 따름이다. 너무나 멋진 친구들을 새로 만났다는 충만함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다. 교사연구년은 꼭 필요한 제도이다. 이런 멋진 선생님들에게 잠시 여유를 준다면 일 년 후에 다시 아이들을 격하게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능력 있는 선생님들에게 관심 분야에 대해 몰입하고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현장에 도움이 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다.
교사라는 집단에는 대단한 매력과 넘치는 능력과 빛나는 열정을 지닌 이들이 참 많다. 젊은 교사일수록 더더욱 야무지고 훌륭하다. 그런 동료들이 현실의 벽 앞에서 휘청거릴 때 지켜보는 마음은 늘 아프다. 모든 멋쟁이 선생님들이 에너지 배분을 잘해서 기운 잃지 않고 건강하게 나아가길 오늘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