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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Aug 25. 2023

젤리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사랑이야

[젤리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보육원 아이들을 보러 간 어느 겨울,

춥고 어두운 놀이방에 혼자 남겨져 울고 있는 아이에게 “아가야, 이모가 젤리 줄게. 이모랑 올라가자”라고 불렀다.

그 조그만 애가 다시 몸을 웅크리더니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젤리 아니야”라며 울먹였다.

해서 곁에 앉아 “그럼 뭐 줄까?” 물었더니
“안아줘”라는 아이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날 얼음장처럼 차가운 놀이방에서 작은 항아리 단지만 한 아이를 안고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맞다. 아이 말이 맞다.
젤리가 아니다.
사랑이다.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 산만언니 저)




 자녀들에게 다른 집 아이들처럼 젤리(로 대표되는 물질, 환경)를 제대로 사주지 못해, 갖춰주지 못해 마음 아파했다.

학원 하나 보내려고 해도 온 영혼을 다 끌어 모아야 했고, 그마저도 안 되어 이웃의 도움, 할머니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참 가난했고 힘들었고 또 아이들에게 미안한 시기였다.

막내딸이 어제부로 대학교 졸업을 했다.
힘든 환경 속에서 잘 자라고 대학까지 졸업해서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취직 전까지 부모 손 벌리지 않겠다고 공부하는 와중에도 알바도 구하고 부모 도움을 최소화하려고 해준다.

아이들과 식탁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어린시절 얘기를 하게 됐다.

다 큰 아이들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는 마음으로
학장시절 섭섭했던 것들을 얘기한다.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어 깜짝 놀란다.  

아, 그때 그랬구나.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부모 입장만 가지고 있었네, 이렇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젤리도 있겠지만
(아이폰 때문에 몇 번 그랬다. 결국 이런저런 조건을 붙여 사줄 수밖에 없었다.)

그 이면에는 진솔된 사랑의 마음이 있다.
학원 보내주는  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아이는 안다.
젤리는 사랑이 아님을.


부모는 젤리를 사랑으로 생각하지만
아이는 젤리만 갖다주는 부모는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가 맞다.
안아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젤리는 없어도
안아줄 수 있다면
그러면 견딜 수 있다.
함께 갈 수 있다.

물론, 젤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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