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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나 Jul 20. 2022

도서 블로거, 출판사 마케터가 되다

새로운 시작




첫 직장에서 5년 하고도 2개월을 일했다. 회사의 간판이 되는 로고부터 시작해서 직원들 명함, 그리고 대한민국을 넘어서 해외로도 넘어간 카탈로그, 직접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나의 중간 관리를 거친 홍보 영상 등등 참 많은 것을 만들었다. 다만, 이외의 잡다한 사무적인 부분까지 포함해 내가 했던 모든 것들은 단 몇 페이지의 인수인계서에서 끝이 났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또 막상 별로 한 것이 없어 보였다. 실제로 퇴사 직전에는 딱히 뭘 한 것이 없긴 하다. 새로운 회사 업무를 위해, 직무와는 별 관련이 없는 공부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다들 내 이직이 갑작스러웠던 것 같다. 말로는 항상 "퇴사해야지.", "이제 정말 옮길 거야."라고는 자주 내뱉었으나 실제로 실행에 옮긴 적도 없었고, 직장인이라면 으레 하는 형식적인 불평이라고만 생각했던 듯하다. 사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내게 통용되는 개념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물론 남들이 여기는 것처럼 갑작스러운 행동이긴 했으나 충동적인 행위는 아니었다. 나는 내가 고여있다고 생각해왔다. 아무 데도 흐르지 않고 그저 한 자리에서 몇 년을. 편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미래를 생각하면 암담하기도 했다. 당장 지금의 익숙함이 좋아서 참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냥, 어느 날 문득 그러고 있는 나 자신이 싫어졌다. 그래서 차근차근 이력서를 제작했다.


자기소개로는 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그 '책'이란 것을 매개체로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해보자 다짐한 것이 어언 7개월이다. 그래 봤자 블로그에 책 리뷰를 공들여 썼을 뿐이었다. 나는 이 작업을 거의 매일이다시피 꾸준히 지속하면서도 내 실질적인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별 기대 없이, 그저 지식 성장과도 같은 개인의 만족감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놀랍게도 이게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되어서 나를 출판사로 이끌어 주었다. 솔직히 자랑스러웠다. 막연하게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시간이 참 오래됐는데, 그리고 영 길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꿈을 이루어낸 것이다. 기어코 그토록 원하던 '책 만지는 일'을 하게 됐구나, 남들에겐 별 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또 하나의 업적이 되었다.


출판 마케팅. 사실 무척 생소하다. 지자체와 공무원을 상대로 한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한 홍보마케팅 비법은 별로 적용되지 않을 터이다. 내가 내 브랜딩을 위해 주섬주섬 해왔던 작업들도 따지고 보면 아마추어적인 프로세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려면 더욱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공부해야만 한다. 다른 분들이 일구어낸 것들도 찾아다니며 참고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하고 있는데, 영 시간이 부족하다.


초조하다. 첫 출근이 바로 다음 주 월요일이다. 새로운 환경과 업무에 두려운 마음이 크지만 기대가 되기도 한다. 빨리 흐름을 파악하고 적응도 잘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고 싶다. 이제는 다시 느낄 일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신입으로서의 설렘을 또다시 느끼게 되다니, 인생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 꼭 맞다. 정말, 오래 다니고 싶다. 오래 다닐 수 있는 곳이면 좋겠고, 나 역시 이곳에서 오랫동안 성장해나갈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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