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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 피해야 할 최악의 조합

창의적으로 일하려면, 퀄리티 있게 일하려면

시험 공부하느라 날밤 지샌 경험

기한 맞추느라 밤 새본 경험


개인적으로 필자는 위와 같은 경험이 잦았다. 아마 필자뿐만 아니라 정해진 기간 안에 생각하고 일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봤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한의 압박 속에 몸을 갈아 넣으면서 문득 생각하게 된 최악의 조합이 있다.



완벽주의 + 마감기한 준수 = 최악



다름 아닌 완벽주의와 마감기한 간의 환장의 콜라보다. 사실 완벽주의와 마감기한 중 하나만 존재한다면 의외로 그리 나쁠 게 없다. 아니, 오히려 더 훌륭한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1) 완벽주의 O, 마감기한 X

여러분은 그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무제한이다. 그럼 어떨 것 같은가? 기한이라는 게 전혀 없으므로 여러분은 그 일을 당장 하지 않아도 된다. 과장 좀 보태자면 한 1년 정도는 빈둥빈둥하다가, 그제야 슬슬 구상에 들어가도 된다. 천천히 조금씩 해보고, 고치고, 해보고, 고치고, 귀찮으면 그냥 놔두고, 그랬다가 마음이 내키는 날에 다시 조금 해보고, 이런 식으로 천천히 완성해 가는 것이다.


기한이 없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기한에 쫓길까 불안하지도 않다. 일 때문에 잠을 줄여야 할 일도 없고, 일 때문에 내 다른 일상이 방해받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공을 들여 일하는 것이므로 급하게 날림으로 처리한 경우에 비해 작업의 퀄리티도 좋을 것이다. 여러분은 기한 내에 여유롭게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내고, 좋은 보답을 받으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완벽주의라는 것은,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여주는 소중한 자원이다.


2) 완벽주의 X, 마감기한 O

마감기한만 있다고 해보자.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 일을 잘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어떨까? 솔직히 필자는 엄청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 해 온 습관(완벽주의적 성향)이 있으므로 아예 개판으로 일을 처리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잘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 일에 내가 충분한 시간과 노력과 고민을 쏟을 이유가 없다. 그냥 마음껏 놀고먹으며 지내다가 마감기한 코앞에 닥쳐 그냥 딱 10분만 쓱싹쓱싹, 대충 발로 작업하여 결과물을 내면 끝이다.


이렇게 되면 완벽주의가 없는 마감기한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마감기한의 존재' 자체는 소중하다. 마감기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생각은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어떤 가시적인 성과도 세상에 등장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완벽주의가 없는 마감기한이 때로 창의적인 결과물의 비결이 된다는 점이다. 일을 정말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면 우리는 굳이 형식과 격식을 따질 필요가 없다. 매뉴얼도 필요 없고, 기존의 관행조차 필요 없어진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다만 정해진 시간 안에 '무엇이든' 눈에 보이는 것을 내놓으면 그만이다. 더 이상 관행을 좇지 않는 우리는 이제 마감기한을 앞두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날림'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 진짜 대충 했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괜찮잖아?

뇌 비우고 그냥 한 건데 사람들이 좋아해 주잖아?


아마 여러분도 분명 이런 경험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한 일인데, 마음 내키는 대로 한 일인데 생각보다 결과물이 괜찮았던 경험 말이다. 필자는 이것이 바로 '순수한 마감기한의 힘'이라 생각한다. 완벽주의가 빠지고 마감기한만 남았을 때 우리는 기존과 전혀 다른 의외의 성과물을 만들 수 있다.


3) 완벽주의 O, 마감기한 O

이제 본론이다. 완벽주의와 마감기한의 조합은 앞서 이야기했든 최악의 궁합이다. 

퀄리티 면에서도, 창의성 면에서도.


가끔 필자는 마감기한의 존재 자체가 싫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필자는 그들의 솔직한 속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마감기한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마감기한 안에 '최소한 납득이 가능할 정도의 퀄리티', 혹은 '본인이 만족할 만한 퀄리티', '상사에게 혼나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갖춘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 싫은 것이다. 어느 정도는 일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과 마감기한의 압박이 합쳐져 나타난 강박이자 불안이다. 우리가 단지 어느 정도의 완벽주의를 평소 내면화하여 그것을 잘 의식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마감기한 탓만 하는 것일 뿐이다. 원래는 '완벽주의와 마감기한이 싫어'라고 해야 하는데, 완벽주의 존재를 그만 깜박 잊고 나서 '마감기한이 싫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완벽주의와 마감기한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사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게 된다. 1번만 고쳐도 되는 걸 100번은 고쳐야 된다고 믿게 되니 어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완벽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마감기한을 다른 사람보다 더 짧게 지각하며, 그만큼 마감기한의 압박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어떻게든 부족한 시간 안에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내기 위해 완벽주의자들은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커피 퍼마시기

밤잠 줄이기

정신 에너지 엄청 소모하기

주변 일상 팽개치기

가족에게 소홀히 하기

먹을 것을 줄이기

기타 등등


밤을 새우고 무리하면서 낸 결과물이 그리 뛰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어쩌다 몸을 갈아 넣었을 때는 그에 보답하듯 괜찮은 결과물이 나와줄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계속 몸을 갈아 넣다 보면 분명 한계는 온다. 여러분이 열심히 작업한 결과물에 '피곤한 티', '쩔어있는 티'가 배어나게 된다.


퀄리티라도 뛰어나면 다행이다. 마감기한에 쫓기는 완벽주의자들은 오로지 그 일 하나만을 위해 헌신하느라 다른 많은 것들을 이후의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일하느라 미처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건강, 삶의 여유, 가족과의 시간, 삶의 만족감, 번아웃 등등 많은 부작용이 찾아오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완벽주의와 마감기한, 둘 중 하나는 내려놓아야 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또한 현실적인 여러 사정 때문에 완전히 한쪽을 포기하는 게 불가능할 수 있지만 어쨌든 그 둘을 여러분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놔야 한다는 것이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그리고 둘 다 욕심내지 말고 하나만 우선시하라.


1) 완벽주의를 선택한 당신

완벽주의를 택했다면 마감기한과 최대한 멀어져야 한다. 상사와의 협상을 통해 가급적 시간을 벌고 또 벌자. 일을 고를 수 있다면 장기 프로젝트를 골라 마음의 여유를 갖자. 기한 안에 못 하겠으면 미리미리 말해 기한을 연장하자. 그리고 시간 많이 남아 있다고 놀지 말고 가능한 일찍부터 일을 시작하여 빨리 마무리한다는 마음가짐을 갖자. 시간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완벽주의자는 누구보다 섬세하고 공들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2) 마감기한을 선택한 당신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마감기한에는 두 종류가 있다. 외부에 의해 주어지는 마감기한과, 내가 스스로 지정하는 마감기한이 바로 그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설사 마감기한이 없는 과제라 하더라도 나 스스로 마감기한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과제 수행을 촉진하는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과물의 질이 어찌 되었든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마감기한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감기한 안에 완벽주의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심리적으로 방어하는 일이다. 특히 보다 창의적인 성과를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본인이 정한 마감기한 안에, 본인만의 '날림'으로 어떻게든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드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여러분이 의도치 않게 좋은 성과를 냈던 경험을 기억하라. 그런 우연한, 하지만 창의적인 성과가 재현될 수 있도록 마감기한을 슬기롭게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요약:

완벽주의는 일의 퀄리티를 높여준다.

마감기한은 (창의적인) 성과를 유도한다.

하지만 완벽주의와 마감기한의 조합은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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