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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호 Sep 24. 2024

인간의 무리가 인간을 쫒고 있다.

'탕! 탕탕! 탕! 탕! 탕탕! 탕!'


 빗발치는 총성이 초원의 적막을 찢었다. 총알은 점차 하나씩 레니와 게이드의 근처에 닿고 있었다.


"게이드! 더 빨리 뛰어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


 레니가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을 했다.  속도를 올린다면 게이드가 잘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바로 지척까지 따라붙은 트럭에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트럭과의 사이가 쉽게 좁혀지지는 않겠지만 '총'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응, 걱정 말고 달리라눙!"


 게이드는 사실 더 빨리 달릴 수 없었다. 지금 달리고 있는 속도 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은 그에게 무리였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레니가 더 빨리 달리지 못할까 봐 그렇게 말했다. 레니는 더 속도를 올렸다. 자신이 앞에서 바람을 갈라준다면 뒤에 게이드가 훨씬 빨리 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온 신경을 코뿔 끝에 집중했다. 바람을 가르는 것에 그리고 더 빨리 나아가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그런 레니의 생각과는 다르게 레니와 게이드의 사이는 점차 벌어지고 있었다. 오히려 레니와 게이드의 간격이 벌어질수록 레니가 갈라놓은 바람은 소용이 없어졌다.


'탕!'


"윽!"


 게이드의 왼쪽 등으로 총알이 스쳤다. 총알이 박힌 것은 아니지만 최고 속도로 달리는 것에는 지장이 있었다. 게이드의 속도는 줄어들었고, 레니와 게이드의 거리는 더 벌어졌다. 레니는 이런 상황을 모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만 집중했다.


'탕! 타 다다다다!'


게이드의 왼쪽 다리 뒷부분에 총알아 박혔다. 게이드는 중심을 잃었고 달리던 속도 그대로 흙바닥 위로 미끄러졌다.


'아아아아악!!'


게이드는 엉덩이 부근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불에 데었을 때보다도 아팠다. 아니 그 고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살이 타들어가는 본 경험이 있다면 이 느낌일 것이었다. 살이 뜯겨 나가는 느낌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었다. 움직이는 것은 고사하고 목소리조차도 나오지 않아 울부 짓을 수도 없었다. 게이드의 몸이 떨렸다. 눈을 꽉 감고 인상을 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거겠은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부디 이 고통이 멈추길 바랐다.


 레니는 한참을 달린 후에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트럭의 소리도 조금 멀리 느껴졌다. 게이드가 느껴지지 않았다. 불안했다. 뒤를 돌아보는 것이 겁났다. 게이드가 없으면 어쩌지.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달려 무리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를 악 물고 뒤를 돌아봤다. 게이드가 없다. 레니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렸다. 눈에서는 눈물이 났다.


"게이드!! 게이드!!!"


 의미 없는 외침이겠지만 레니는 외치며 달렸다. 부디 쫓아오지 못해 바위 뒤에 숨어 있길, 다른 길로 도망쳤길 바랐다. 하지만 얼마 달리지 않아 쓰러진 게이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벌써 인간들이 게이드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레니는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가야 했지만 할 수 없었다. 게이드가 누워 있는데, 인간들이 그런 게이드를 덮치려 하는데 발이 아니 옴의 어느 것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목소로도 나오지 않았다.


 게이드의 주변으로 총을 들 밀렵꾼들이 모였다. 넷, 다섯은 되는 것 같았다. 그중 하나가 트럭 뒤에서 전기톱을 가지고 오고 있었다. 뿔을 잘라내려는 것이었다. 게이드는 겁도 나지 않았다. 고통 속에서 몸을 뒤틀고 있었다 주변으로 인간들이 몰려드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제발 이 고통이 끝나길 바랐다. 밀렵군 중 하나가 그 마음을 읽었는지 총구를 게이드의 머리로 향했다.


'탕!'


 총성이 울렸다. 전혀 다른 곳에서. 밀렵꾼들은 주위를 둘러봤다. 그들이 달려온 방향 뒤 쪽에서 새로운 인간무리가 탄 트럭이 밀렵꾼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밀렵꾼의 숫자보다 많았다. 새로운 인간 무리는 트럭 두 대에 나눠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아주 빠른 속도로. 밀렵꾼들은 그 새로운 인간 무리를 보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나는 트럭을 타고 가려했고 넷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레니는 혼란스러웠다. 인간의 무리가 인간을 쫒고 있다. 한쪽은 쫒고, 한쪽은 도망쳤다. 코뿔소 무리에서도 다툼이 있다. 물 웅덩이를 가지고 싸우고, 수컷은 암컷을 두고 싸우기도 한다. 나무그늘을 차지하기 위해, 맛있는 풀을 더 먹기 위해. 그런 것이라 생각이 했다. 자신과 게이드를 쫒던 인간들, 그리고 그 인간들이 잡은 사냥감을 뺏는 새로운 인간들이 등장했다. 기존의 인간들보다 더 강한 인간들의 등장이었다. 게이드를 구해낼 방법이 없었다. 무리의 모든 코뿔소가 달려든다 해도 구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8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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