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첫 경험인 결혼과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평범한 아침의 모습이지만,
기억에 오래남을 오늘 아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내 방에서 가장 가까운 방. 동생방의 문을 열었다. 내방보다 햇빛이 더 환하게 비춰 들어오는 이 곳. 동생이 벽을 보고 누워 있었다. 나는 빤히 쳐다보다가 바로 좁은 침대 옆으로 들어가 꼭 껴안았다. "자? 이렇게 혼자 자는 모습 보는 것도 마지막이네. 으아앙" "아 좁아~" 말은 그래도 녀석은 가만히 있다. "오늘은 뭐해 그럼? 네일받으러가는거야?" "응. 아 언니 이것 좀 볼래?" 동생은 나에게 그동안 캡쳐해둔 네일아트 디자인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보여줄테니까 하나만 골라야돼. 뭐가 제일 괜찮은지" "알았어... 이것도 이것도.." "안돼 하나만 골라. 다 괜찮다고 하면 안돼" 평화로운 토요일 오전이다. 주말이 있는 일로 변경한 후로 조금씩 느끼던 시간인데, 퇴사 후 긴여행을 하고 돌아오니 이제 동생이 집을 떠날 준비를 한다.
내일은 동생의 결혼식.
내 옆 방문을 열면 자고 있는 동생의 모습이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동생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올라가 동생 옆에 찰싹 붙어 누워 수다를 떨었다.
평소같으면 나의 이런 스킨십은
왜이래 하면서 손사레를 칠 녀석인데 오늘은 잠자코 같이 놀아준다.
한시간쯤 지났나, 우리의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에 궁금했는지
엄마가 방문을 열어 "둘이 뭐하고 있니" 라고 묻는다.
뒤이어 "둘이 똑같이 누워서 핸드폰 보고 있네 빨리 밥먹자. 나와" 라며 다그친다.
이런 일상이 얼마나 그리울까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코끝이 찡하다.
어제는 함께 하는 마지막 저녁 식사였다. 나는 왜이렇게 의미부여 하는 것들 투성이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잠을 자는 공식적인 날 저녁식사. "엄마 오늘은 우리 가족 다 같이 모여서 밥먹어야 되지 않겠어?" 엄마는 "그래, 카톡해봐" 라고 말했고 단체 카톡으로 오늘 저녁식사 시간을 맞췄다. 요즘 글작업에 여념없는 나는 오랜만에 스타벅스로 향했다. 시간이 다되어가자, 동생에 대한 마음이 더 애틋해진다. 하나씩 상상해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와인도 한잔? 아니야 내일모레가 예식이니 술은 삼가하자. 그럼 밥먹고 동생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줄까? 시간도 없고 너무 화려하면 싫어하니. 지금 이마음은 이순간만 가장 풍성하게 존재하니 편지로 남기자. 돌아가면서 축복과 사랑의 말들을 들려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의 순환고리를 만들어 도착했고, 바로 이행했다. 일단 엄마에게 연락을 하자라고 생각해 카톡을 했다. 하지만 무참하게 1초만에 무너졌다. 동생은 오늘 반차를 쓰고 일찍 집에 도착해 여행짐을 싸고 있었고 그 찰나 엄마의 핸드폰이 무지막지 하게 울렸나 보다.... 에휴 서프라이즈 공동 이벤트는 이렇게 처참히 실패했고. 나는 홀로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현대백화점으로 향했다.
카드 하나를 고르고 계산을 했다. 계산대에서 펜을 하나 빌리고 테이블에 앉았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는 시국에 눈물과 콧물을 훌쩍이니 어찌나 눈치가 보였는지 모르겠다. 말썽쟁이 (나)언니 탓에 더 어른스러워진 동생녀석. 사랑받는 모습을 볼때마다 옆에서 볼때마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물론 그도 훈훈하고 씩씩하게 관계를 이어나가는 싹싹함까지 지녔기에 마음에 들었지만. 함께 있을 때 애교도 장난도 치는 동생의 모습을 보는게 너무 좋아서. 나 또한 둘의 연애를 응원했었다.가족이란 사랑안에서 행복하길 바라면서, 언제나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너가 힘이들고 아프다면 언제든 달려와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던 나의 두서없는 마음들이 담겨버렸다.
우리의 식사자리에는 동생의 (남편이 될) 남자친구도 함께 하기로 했다. 신혼집에 있으니 밥 잘 챙겨먹어야 한다면서 같이 먹자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신거다. 나 또한 마음에 들인다. 이 과정은 이제 자연스러워져야 한다고. 우리 가족이 다함께 식사해야지. 라는 생각을 할때는 내동생과 내동생 짝꿍까지도 포함된다고.
결혼이란 건 소중한 가족 한명이 더 생기는 과정이었다. 이젠 한 둥지에서 함께 사는 동생의 자취는 없어 공허해지기도 하겠지. 괜시리 슬퍼지지만, 또 내가 먼저 해보지 않은 삶이라 어색하지만, 그런 기분만 느끼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는 것. 앞으로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의 모습으로 함께 할 것이라는 것.
하지만 오늘과 내일 행복하고 위대한 이 날의 감정은 지금만 느낄 수 있겠지.
잠이 안오지만 내일 사진이 잘나오려면 빨리 자야한다는 말을 기억하며.
내일 동생이 사다준 우황청심원을 정말 꼭 먹어야겠다.
그나저나 밥을 다 먹고 편지를 전달해주긴 했는데, 읽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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