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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용석 Yongsuk Hur Jun 19. 2020

COVID-19 방역 2단계 싱가포르
Phase 2

코로나 방역 2단계에 들어선 싱가포르에서의 첫날

2020년 6월 19일 부로 싱가포르가 방역 2단계(Phase 2)에 들어섰다. 서킷브레이커라고 싱가포르 전체를 닫은 지 두 달 반 만이고, 일부 완화한 Phase 1으로부터는 3주 만이다. 싱가포르에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은 게 두 달 반 만이라는 것이다. 두 달 반 동안 집콕을 하면서 재택근무를 했다. 한국에서 귀국하자마자 SHN (Stay Home Notice)라고 2주를 집에서 자가 격리를 했다. SHN은 집 밖에를 나갈 수 없는 격리이다  다행히 혼자 사는 집이어서 자택 자가 격리가 가능했다. 아니었다면 아마 시설에 들어갔을 것이다. 싱가포르 답게 격리 위반인 경우는 바로 비자 취소, 48시간 안에 싱가포르를 떠나야 하고 다시는 싱가포르에서 직업을 구하지 못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해서 쫓겨난 사람들이 있었다.) 2주의 SHN가 끝나고 회사 출근을 한지 첫 주 금요일, 바로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가란다. 그것이 서킷브레이커의 시작이었다. 모든 식당/가게는 문을 닫고, 슈퍼마켓 등 생필품 가게만 가능, 식당은 테이크 아웃만 가능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운동은 장려해서 짐(gym)은 닫아도 나가서 러닝이나 조깅은 마스크 없이 가능했다. 유일한 마스크 없는 외부 활동이다. 그러나 그 외부 활동도 가족과도 함께 할 수 없고 무조건 혼자 뛰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염두해야 했다.


모든 뉴스/미디어에 바이러스 공포로 인해서 모든 산업/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지만, 망하는 기업 중에서도 대박 나는 기업이 있다고, 싱가포르에 있는 슈퍼마켓 체인은 이번 일로 주식이 올라 오너가 모두 백만장자가 되고 직원들도 보너스를 받았단다. 힘든 시기에 잘되기 때문에 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초기 서킷 브레이커 때에는 사재기도 살짝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엄청 몰리고 지금도 주말이나 저녁에는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서있다. 간간히 뉴스에는 어디 어디 슈퍼마켓에 확진자가 지나갔었다 하면 그 슈퍼마켓은 며칠 문을 닫고 소독하고 다시 열고를 반복했다. 우리야 바이러스가 신경 쓰이면 안 가고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지만 그들은 그런 선택지가 없다. 하루에서 수십 명 수백 명의 사람들이 대면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엄청났을 것 같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이제 입/코를 가리는 마스크 위에 페이스 실드(Face Shield)라고 얼굴 전면을 가리는 마스크도 착용한다.


그리고 음식 배달 산업도 규모가 엄청 증가했다. 운동하러 나가면 만나는 사람들 중의 다수가 음식 배달하는 사람들이다. 또 한 가지 산업은 테이크 아웃 산업이다. 식당에서 먹는 게 금지되고 테이크 아웃만 가능해지니 식당에서 자구책으로 테이크 아웃 메뉴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것이 호텔 레스토랑 등 고급 레스토랑으로 까지 번졌다. 힐튼 호텔이나 메리어트 호텔 등에서도 테이크 아웃 메뉴가 나올 정도다. 필자도 한번 이용해 볼까 했는데 최소 기준이 2인분이라 포기했다. 이제 Phase 2가 되어서 레스토랑에서 식사가 가능해졌지만 기본은 "웬만하면 집에 있어라"이기 때문에 테이크 아웃 메뉴도 병행하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변화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테이크 아웃이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소비가 폭증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서킷브레이커를 실시한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청소 관리, 공사장 등에서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데 집단 감염으로 올 스톱되다 보니 길에 잔디들이 자라고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쓰레기들 특히 버려진 마스크들이 보인다. 길가의 정비를 위한 모든 공사도 모두 멈췄기 때문에 다니기 불편한 장소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안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니 풀을 안 베고 관리를 안 하니 그 자리에서 꽃이 피고, 꽃이 피니 나비가 날아왔다. 필자가 일하는 곳은 한국으로 치면 판교 테크노밸리 같은 곳인데 평소 관리가 잘되는 곳이었다. 지금은 길가에 풀이 수북해서 언뜻 보면 지저분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꽃과 나비가 날아다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나비가 돌아온 게 반갑지만 함께 온 반갑지 않은 손님도 있다. 한국에는 이제 없지만 동남아에는 아직도 있는 뎅기열이 증가하고 있다. 인생이 좋은 것만 있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것이 아닌 거 같다. 정말로..


두 달 반 동안 필자에게 늘어난 것은, 이제 요리를 집에서 해야겠다는 “무모함”과 요리를 해야 하는데 조리도구가 없어서 뭔가 도전하고 싶을 때마다 샀던 조리도구 쇼핑과 밤마다 사람도 못 만나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장난감 쇼핑과 식재료 관리 실패로 사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식재료 쇼핑과 홈트를 해야겠다고 여기저기서 구입한 각종 운동/보조 제품 쇼핑 그리고 이것들을 온라인 쇼핑으로 구입해서 물건이 배송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인내”다. 한국의 로켓 배송이나 당일배송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한국은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출고가 기본인데, 이 코딱지 만한 싱가포르에서는 주문 후 출고하는 게 기본 4-5일이다. 요즘은 좀 빨라졌다고 해도 물건을 받는데 일주일은 걸리니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내 속만 터진다. 나가서 쓸 일이 없으니 카드값이 줄어야 하는데, 웬걸 카드 명세서를 보니 별 차이가 없다. 이것이 “격리의 함정”이다.


실제로 집에 혼자만 있으니 전화 회의나 집에 하는 안부전화가 없으면 하루 종일 단 한마디도 안 하고 하루가 갈 때가 있다. 정말로 톰 행크스가 캐스트 어웨이에서 윌슨에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애착이 가는 것들이 올망졸망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레고이다. 평소 레고를 좋아하긴 했지만 집에 둘 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그동안 자제하고 있던 것이 서킷브레이커 동안 터졌다. 둘 장소는 우선 사고 만들자라는 생각에 하나둘씩 모인 게 어느덧 꽤 되어버렸다. 어느 정도 큰 레고는 여러 파트로 나눠져서 포장이 되어있는데 하루에 한 파트씩 조금씩 만들다 보니 이게 의외로 힐링이 된다. 일각에 있다던 레고 힐링이라는 게 진짜 있나 보다. 이젠 좀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느니 당분간 나가서 힐링하는 것을 찾아봐야겠다. 친구들도 만나고~ 그리고 이번 주말 저녁에는 오래간만에 캐스트 어웨이를 다시 봐야겠다. 나의 윌슨을 찾아야지...


Phase 2 생활 규칙 (Strait Times)

싱가포르 정부가 발표한 2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보자. 필자에게 제일 좋은 건 역시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네를 방문할 수도 있다. 최대 다섯 명까지 제한이 있지만 그게 어디인가!! 친구를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딤섬 먹으러 가야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콘도 (싱가포르는 한국의 아파트 개념을 콘도라 부른다.)에 있는 짐이랑 수영장이 다시 오픈한다. 평소 잘 안 하던 수영도 해야겠다 생각한다.

방역 2단계에서도 업무는 아직 똑같이 재택근무를  권고한다  필자는 자원해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 출근을 시작했는데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해서 답답해서 매일 가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아직도 나의 최애 취미인 영화관도 문을 열지 않는다. 극장이나 종교행사, 유니버설 스튜디오, 콘서트 등등은 방역 3단계 (Phase 3)에서 가능할 예정이다. 이제 Phase 2 시작했으니 Phase 3는 언감생심이겠지만 그날이 빨리 오기를~~


(좌) 이른 아침부터 맥도널드는 아침 먹으러 오는 사람들로 붐볐다.. (우) 오후의 스탁 벅스에는 여느 때와 같이 사람들이 꽤 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다.

오후에 볼 일을 보러 나왔다가 마찬가지로 두 달 반 만에 스타벅스에 들렀는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다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외에도 한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매장에서 먹는 음식이나 음료도 모두 일회용 용기에 주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들도 그러나?) 오랜만에 스타벅스 뉴욕 치즈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접시가 아니고 포장 박스에 넣어주길래 물어보니 매장 안에서 먹어도 일회용 포장을 해야 한단다. 에휴! 가뜩이나 일회용 용품을 많이 쓰는 싱가포르에서 정말 엄청난 쓰레기가 나올 것 같다.

 두 달 반 만에 맥도널드 매장에서 먹은 아침메뉴

싱가포르가 방역 2단계로 들어간다고 하길래 그동안 싱가포르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2단계의 첫날의 경험을 기록 보았다. 다음에 바이러스가 없어진 다음에 다시 읽어보면 다른 세상을 보는 거겠지? 언제 다시 국경이 열려서 옛날 같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먼저 2주 격리라도 없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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