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 공학 유감

'정치공학', '법공학' 등의 표현에 대한 비판

by 이용욱


어제 있었던 일이다. '공학'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두고 두어 차례 댓글을 주고 받았고, 나는 차단당했다. 상대방은 나에게 무례하다 했다. 나는 상대에게 불쾌하다 했다.


그 사람이 쓴 글에 '법공학'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공학'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술수'나 '술책' 등으로 표현해야 마땅한 문맥에서 '공학'을 가져다 붙였다 (이런 상황이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것 자체가 참... 슬프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그 표현이 부당함을 지적했다. '법적 술책'을 '법공학'으로 표현하면 화자가 더 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실은 1) '술책'을 미화하는 것이고, 2) '공학'을 폄하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 사람은 '정치공학', '사회공학'처럼 '법공학'도 이미 확립되어 있는 말이라 주장했다. 일부 사실이지만 대부분 틀린 주장이다. '정치(학)', '사회(학)'에 '공학'을 적절하게 붙일 수 있는 경우는 정치/사회적 제도나 절차 등을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이다. 예를 들어 유권자 1인의 투표권이 보다 평등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선거구를 개편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현실에서 미디어나 SNS에서 '정치공학'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를 살펴보라. 99% 이상 '술수'나 '술책'으로 바꾸었을 때 문맥이 훨씬 더 잘 통한다.


나는 공학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 사회의 한계를 느낀다. 우리 사회가 공학을 이렇게 대하면 안된다.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먹고 살 수 있는 근본이 공학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식량이 자급되는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에너지가 자급되는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굶어죽고 얼어죽는 땅이다. 그런데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들을 밖에서 사 올 수 있기 때문이고, 그것들을 사 올 수 있는 이유는 공학에 바탕을 둔 제조업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부와 권력을 갖게 해 주는 의학이나 법학보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공학이 가장 중요한 학문인 것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개인이 선택하는 전공분야의 우열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 주어진 조건에서 우리의 생존을 지속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언어는 사고를 규정한다. '공학'을 부정적인 것에 결부시키면 공학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다. 공학은 나쁘고 저급한 것이 되어간다. 지금도 대중의 인식 속에서 공학은 과학보다 저급한 것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과학은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고귀한 학문이지만 공학은 과학이 밝혀놓은 원리들을 가져다가 응용하는 과학의 하위 분야라고들 생각한다.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틀렸다. 공학이 과학적 원리를 가져와서 응용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공학은 현실적인 제약조건을 고려한다. 달성해야 하는 목표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한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공학이다. 공학과 과학은 큰 공집합을 갖고 있지만 서로 다른 분야이고 공학의 가치가 과학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나는 '공학'을 '술수'의 포장지로 쓰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들에게 오류를 지적하고 정정을 요구할 것이다. 이런 표현을 쓴 몇몇 정치인들에게는 이미 직, 간접적으로 생각을 전했다. 내 생각에 동의한다면 당신도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부적절한 맥락에서 '정치공학', '법공학'이라는 표현을 한 사람에게 댓글 하나, 메시지 하나면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술수'를 공학으로 불러 주면 우리는 술수의 꽃밭에서 살게 될 것이다. 참 아름다운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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