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메모
사이보그 레코즈
나는 가끔 <UFO>를 들을 때 <Radical Romantics>를 떠올리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Pyrit와 피버 레이는 세대도 밟고 있는 궤적도 다른 예술가들이며 두 앨범 또한 다르다면 상당히 다른 독보적인(상투적인 감탄처럼 들리지만 정말 익셉셔널하다는 얘기다) 피스들이나, 느슨하게 이을 만한 지점이 있다. 음악의 바탕이 (대강 앞에 ‘아트’, ‘익스페리멘탈’ 등의 워딩이 붙을 만한)일렉트로닉에 있어서이기도 하고, 둘 다 각자의 방식으로 송라이팅과 퍼포밍에서 ‘사이보그/프릭 되기’를 실천하는 예술가들이어서이기도 하다(이와 관련해서는 진행중인 글에 쓸 수도 있어 일단은 여기까지만). 보컬로서의 토마스 쿠라틀리와 카린 드레이예르는 ‘노래하는 목소리가 둘 이상’이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음역 폭이 넓다거나 가성과 진성을 섞어 쓴다기보단 음색 자체가 확 달라진다는 말이다. 드레이예르의 경우 더 나이프 작업과 전작은 샅샅이 듣지 않았기에 레디컬 로맨틱스에 한정해 적으면, 거칠게 잠긴 풍부한 목소리(‘Kandy’, ‘What They Call Us’ 등)와 날카롭고 선명한 목소리(‘Carbon Dioxide’ 등)를 적절히 골라 쓰는 것 같다. 한편 쿠라틀리에겐 ‘제2의 목소리’가 있다. 그의 어나더 보이스를 들을 수 있는 소수의 곡 중 하나가 정규 2집의 ‘Another Story’다. 헬륨을 마신 상태로 녹음했거나 음성 변조 효과를 넣은 듯도 한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더욱 놀라운 부분이다. 비교적 근작인 <Tttz>에서 그는 ‘제3의 목소리’-이를테면 ‘고통에 찬 괴물’의 신음 같은-를 시도한다. 이 앨범에는 ‘노래’로 분류하기는 힘들, 카오틱하고 앰비언트한 다크 오페라 트랙들이 흐른다. 가사에 독어와 영어가 섞여 있는 일부 트랙에서는 ‘Bitter Sweet’ 류 록시 뮤직이 잠시 연상되기도. 손이 자주 가는 앨범은 아니나 극음악에 닿아 있어서인지 첫 트랙부터 끝 트랙까지 온전하게 라이브 공연으로 관람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https://youtu.be/SlfrP4iNMDQ?si=a1rrxp78R8WgajHH
공연 무대는 풀로 달라
피버 레이는 최근 영화 <브라이드!>에 출연해 1930년대 클럽을 배경으로 자신이 쓴 사운드트랙을 공연했다. 그가 상업영화 사운드트랙을 맡으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그 작품이 매기 질렌할의 <브라이드!>라니 섭외 누가 어떻게 했는지!(얼룩진 프릭들을 긍정하는 페미니즘 퍼포먼스 아트?영화. 이 이야기도 다른 글에서 할 계획이다…아마도 언젠가는) 지나치게 어울리는 조합 아닌가. 레디컬 로맨틱스 앨범도 이 영화와 통하는 구석이 어느 정도 있다고 느끼는데, ost를 준다면 두 배로 좋지. 관람 전부터 반복재생하며 어떤 맥락에서 삽입될까 궁금해했으나 직접 나와서 부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카린 드레이예르가 스크린에 잡혔을 때 혼자(실제로 영화관에 관객이 나뿐이기도 했다) 서프라이즈당해서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잠깐 영화관 관객에서 신난 공연관람자의 포지션으로 뒤집혔다가 곧 되돌아왔다. 계속 뒤집어져 있기에는 공연 씬이 너무 짧았다(솔직히 이런 무대는 풀로 보여줘야 된다). 늘 하던 페르소나 분장 거의 그대로 나왔는데, 제시 버클리의 분장 그리고 공간 디자인과 매우 잘 어울려서 꼭 일부러 맞춘 것처럼 보였다. 그 감질맛나는 피버 레이를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재관람을 해야겠다. 덧붙이면 Pyrit 역시 <킬링 이브>에 잠깐 등장해 ‘Heroes / Everything’을 공연(디제잉)한 적이 있다. 기억이 희미하므로 이것도 재시청할 필요가 있겠다.
https://youtu.be/LjVqEfmnbuc?si=ZbbYq3qAMuX5oaUM
look at that cool be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