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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Jul 03. 2024

<138호>[부록]전현직 총학생회장단과의 인터뷰

부록으로 현 57대 총학생회 회장 함형진 씨와 전 56대 총학생회 부회장 박현민 씨의 인터뷰를 지면에 담았다. 공통적으로 ‘대의제’와 ‘좁은 의미의 자치’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에 관해 물었다.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떤 행보를 펼쳐 왔고-나갈 건지 들을 수 있다. 전 현직 대표자들의 고민이 학생 한명 한명에게 가닿을 수 있길 바란다.  


함형진(57대 총학생회 YOURS 총학생회장/신학19)

코로나와 함께 전례 없는 비대위 체제를 경험해 오셨을 텐데요, 지금 마주한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학생 사회의 위기와 기층 학생들의 무관심과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학내 여론의 목소리를 들을텐데, 어떤 경로를 택하고 있는지?


학생사회가 위기라는 말은 생각보다 최근에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1990년대 초부터 200년대 초까지의 기성 언론의 기사만 보더라도 학생사회가 위기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학생사회 위기론은 지금까지도 한국 대학사회에서 널리 쓰입니다. 학생사회의 위기가 수십 년이 되었다면 위기론은 이제 옛날부터 쓰이던 죽은 슬로건(dead slogan)에 불과하고, 이제는 재난 상황에 가까운 붕괴론이 더 어울리는 표현일 겁니다. 현상적으로만 바라보더라도, 총학생회비 납부율은 10%대를 웃돌고 있고, 대표자 궐위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학생회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교만 하더라도 기층 단위에서 많은 사고 단위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존재하고, 수도권 내 타 대학교 총학생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이끌며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룩했습니다. 민주화가 전 사회를 전 사회를 관통하는 의제였다면,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에 우리 사회와 대학사회를 관통하는 단일한 의제는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통일운동 같은 민족 해방 운동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국민적 지지나 학생들의 두터운 공감을 사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사회를 관통하는 의제가 사라졌고사회과 고도화되고전문화되고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아젠다가 다각화다분화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취업이 불안한 사회에서 너무 바쁜 대학생의 삶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진로에 대한 불안 때문에 공동체성이 붕괴하기 시작했고, 사회 전반에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불안의 시대, 분노와 우울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건국 이래 가장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왔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MZ’라는 용어로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희화화되기도 하고, 오마카세와 명품을 과도하게 소비하는 세대로, 사회성이 없다고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삶이 그렇게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하냐’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바라본 우리는 그 어느 세대보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합니다. 학점은 4.3 만점에 근접해야 하고, 진로도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인간관계와 건강, 그리고 연애까지, 심지어는 누가 더 잘 ‘노느냐’까지... 우리는 모든 영역에서 유능하게 잘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또한, 이를 지속해서 서열화하고 상대와 비교하는 사회는 우리의 불안을 가속화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개인의 삶에 더 집중하고, 공동체적 활동에는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삶을 살기에도 바쁘고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갓생’을 살아야 하고, 인간관계도 넓혀야 하는데, 어떻게 공동체를 돌보나요? 결국, 총학생회의 위기는 여러 방면에서 분석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이 마주한 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각자도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써 외면한다고 해도 공동체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외면할수록 더더욱 불안을 가속화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악순환만 반복될 뿐입니다.


총학생회에서 여론 어떻게 조성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1)총학생회-학생개인, 2)기층단위 학생회를 통해, 3)이외의 경로 모두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일 많이 활용하는 게 1)온라인 설문조사죠. 통계값과 주관식으로 적을 수 있는 창구를 통해 여론을 파악합니다. 응답이 많이 모인 경우는 몇천 개씩 모여서 의미 있는 자료가 되기도 해요. 2)기층단위를 통한 여론 수렴의 경우에는, 매주 월요일마다 중운위를 열고 있고, 학기별로 정례적으로 확운위를 열고 있고. 3)이외 경로라고 하면은, 저도 기사를 보면서 이런 니즈들이 있겠구나를 알아채는 경우도 있습니다. 설문조사가 분명 한계가 있기도 하고 목소리 볼륨이 작으면 집중해서 들으려 하지 않는 이상, 묻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걸 조명해 주는 학내언론이 있어서 알아챌 수 있고, 3번을 통해 1번과 2번을 시행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1번에 있어서 유어스에서 더 준비해보고 싶은 거는, 대면 접촉을 많이 늘려볼까 해요. 전통적이고 오리지날한 방법이긴 한데요, 예전 표현에 따르면 대중전이라고 하죠. 지금은 인스타나 카톡 공지방을 통해서 공지를 하는데, 공지가 많다 보니 묻히고 피로해져요. 인스타/카톡을 안하는 친구들은 찾아볼 기회도 없고 인스타는 직접 찾아 들어가야 하잖아요. 직접 학생들한테 가서 총학생회나 대표자들이 생각하는 방법을 발표하고 설득하고 직접 의견을 듣고 답할 기회들이 많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있어서, 준비중입니다. 강의실 유세는 선거때만 반짝하잖아요. 또 형식적인 자리로는, 언론사와 정기적 간담회/공청회를 준비해볼까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사실 임기 초부터 준비를 했었는데, 임기 초에 너무 정신이 없어가지고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언협 소속 단체들을 만나볼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57대 총학생회의 행보 중 눈에 띄는 것은 ‘법제위원회’인데요, 총학생회 법제위원회는 전현직 확운위 위원을 대상으로 법제위원 모집공고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사회과학대학에서는 법제위원회 신설에 관한 안건이 상정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법제위원회 신설 및 활성화가 작금의 학생 사회에서 어떤 함의를 갖고 있을까요?


일단 법제위원회(이하 법제위)가 어떤 단체인지 설명드리면, 간혹 우리나라의 ‘국회’와 혼동하는 분도 계세요. 굳이 비유를 하자면, 우리나라 법제처랑 관련된 기구입니다. 오히려 입법/세칙 만드는 것은 중앙운영위원회나 확대운영위원회 같이 의결 기구가 따로 하고 있고요. 법제위는 의결 기구가 아니어서, 입법이나 회칙 세칙을 만드는 기능을 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자구 수정, 검토 해례본 해석본 만드는 법제처 역할을 많이 합니다.


법제위원회가 총학생회 법제위가 있었고, 단과대학 법제위는 그동안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최근 경향성 엄청 많이 만들어지기는 했거든요. 저도 놀랐는데, 그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면 학생회 간부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들이 뭘까를 짚어보면 답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형식과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취지였더라도 이것이 형식에 맞지 않거나절차적으로 위법한 절차라면 이게 과연 민주주의적인 정당성을 띨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고, 세련되게 만들어내고자 하는 움직임이 법제위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고요. 어떤 일 진행하려 할 때, 일의 규모와 관계없이 정당성 갖추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정당성이 어디서 나오냐? 첫 번째 대중의 지지이고, 두 번째가 형식과 절차인 것 같아요. 대중의 지지가 없으면 당연히 진행될 수 없어서 너무 뻔한 얘기고요, 형식과 절차를 많은 구성원이 동의해서 제정되거나 개정된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학생사회의 분위기가 기층단위에서의 법제위원회가 신설되는 움직임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사회에서 학생이 ‘효능감’을 느끼기 위해 학생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학생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의제가 다분화된 것들을 모든 걸 할 수 없다보니 이것들 중에서 효능감을 높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중점으로 사업을 삼아서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령 재수강권같은 경우 많은 학생이 원하고 있고, 이걸 해결을 하면 총학생회에 대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역할은 그동안 학생회가 많이 해온 방식이죠.


두 번째로는 외연 확장의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총학뿐 아니라 단과대 포함해서 학생회가 엄청나게 고립됐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얘네들이 뭘 하고 있는데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고. 간부진들끼리만 열심히 일해서 발생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총학생회라고 정의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학생회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총학생회 세칙에 따르면 연세인 모두를 어우르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외연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1) 1년째 먹통인 총학 홈페이지를 외주 주지 않고 공모전을 열어서 코딩 관심 있는 소모임이나 친구들에게 고쳐보게 할 수 있고요, 실제로 YCC와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2) 그동안 쌓아두고 묵혀둬왔던 총학생회 자료를 아카이빙하려고 합니다. 자료가 방대해서 저희 수준에서는 보관도 제대로 안 되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은 문헌정보학에 관심있는 학생들과 협업할 수 있는 거고. 3) 교육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함께 총학생회 멘토링 프로그램을 개설해서 넓힐 수도 있고 4)학생건강공제회는 의치간학과생들과 경영학과생들이 작게나마 운영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기업만 보더라도 MOU 통해서 외연 확장하고 있는데, 학생회라고 해서 못할-안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의제(총선거를 통해 선출된 학생 대표 기구)로 뽑힌 기구와, 아닌 기구가 원활한 협력체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할 예정인가요? 이 질문의 문제의식은 연세대 고등교육혁신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팀들의 행보를 보면서 학생회는 아니지만 관심 있는 의제에 관해 학교를 이런저런 식으로 건드려 본 팀이 많은데, 그게 연속성을 띠지는 않고, 공식성을 부여받지 못한 팀이라서 그런지 학교 본부와 부딪히는 지점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아 여쭤봅니다. 


총학생회 내 자치단체는 특별자치단체와 일반자치단체로 나누어져 있어요. 특별자치단체는 언론출판협의회, 응원단, 소나기, 총학생회 체육부, 장애인권위원회, 풍물패협의회 등이 있고, 일반자치단체는 앞서 말씀드린 걸 제외한 모든 소모임, 동아리...스터디그룹까지도 일반자치단체로 분류하고 있고 총학생회가 보호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블루프린트도 그런 지점에서 도전적인 시도였어요. 제가 비상대책위원장일 때 블루프린트와 협업해서 아이디어 공모전을 시행했습니다. 원래는 예산 참여 프로그램이 총학생회 사업이었는데, 총학생회가 매년 바뀌다 보니까 연속성이 없게 되어서, 대학혁신지원사업단에서 별도로 만든 전담기구가 블루프린트입니다. 성공한 것들 몇 개 말씀드리면, 여기서 나왔던 아이디어 중에 저소득층 학우분들의 신입생 새터 비용 지원이 있습니다. 또한 이번 대동제 때 쓰레기가 많으니 환경 동아리들과 함께하는 다회용기 프로젝트를 검토 중입니다.


교지 <연세편집위원회> 뿐만 아니라 학내 언론단체에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학생회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학생회 활동들이 언론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도달되는 정보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고요. 또한 언론이 견제와 감시 기능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충실히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쉬웠던 거는 ybs와 연세춘추 외의 다른 단체들이랑 만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다른 단체들도 많이 와주시면 저희는 감사할 것 같고, 그게 어려울 수 있으니 정기적인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의제를 정하지 않고 프리하게 앉아서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안에서만 굳어지고 갇히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에 외부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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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전 블루프린트 대표, 현 총학생회 공동포럼 사무처장/행정19)

안녕하세요, 청사진 모음집 중 글<이상한 총학생회 비대위>(바로가기)를 인상 깊게 읽어서 연락드렸어요. 블루프린트는 어떤 단체인가요? 과거 이력을 보아 학생회를 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발판으로 만든 단체 같은데, 그 부분과 함께 이야기해 주셔도 좋습니다.


블루프린트는 대학혁신지원사업단에서 교육부 학생 참여예산이라는 정부 지원 예산을 운영하는 학생자치단체입니다. 대외협력처에는 인연이라는 단체가 있듯이, 대학혁신지원사업단에는 블루프린트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제가 비상대책위원장일 때, 기획실에서 학생 참여 예산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겠냐고 문의를 주셨어요. 근데 대학혁신 지원사업 특성상 정부 예산을 더 많이 타기 위해서 정부한테 잘 보이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해야 하는데, 총학생회가 학생 참여예산을 운영하게 되면 제약받는 점들이 분명히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셔틀버스 증설을 할 때 학생참여예산으로 하려면 세금으로 하다 보니까 정부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총학생회는 그냥 총무처에 가서 ‘셔틀버스 운영하게 해주세요’ 얘기하면 되거든요. 기존의 학생자치단체가 해당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때 제안했던 거는 학생회를 안하더라도 학생 자치랑 학교 문제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분명히 있다그래서 그 친구들을 선발해서아이디어가 좋다면 언제든지 검토받아서 실현할 수 있도록 그런 플랫폼을 만드는게 어떻겠냐해서 비대위원장 끝나자마자 기획실과 함께 상의를 해서 만든 단체입니다.


학생회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 중에 하나가, 총학생회 자체가 학생들의 민의가 투명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학생들이 원하는 게 있으면 바로 로우데이터로 나오는 게 아니라, 투표라는 과정을 통해서 ‘편집이 된 민의’를 바탕으로 총학생회가 활동한단 말이죠. 공약이 너무 다양해지다 보니까 정책 패키지로 묶여있고, 이전과 달리 총학생회 활동도 공약이행위주로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요. 


블루프린트를 하면서 제일 주의 깊게 봤던 거는 팀원들의 효능감이었습니다. 정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학생회를 하게 되면 약간 ‘정치조직’이라는 조금의 편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데 되게 순수하고 동아리 하듯이 학교 문제는 해결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이 효능감을 찾을 수 있는데 집중했고요. 두 번째로는 인센티브 구조를 통해, 분명 포트폴리오에 학생들이 관심이 있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상을 주는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 같습니다.


공약 이행 위주로만 돌아간다는 게 왜 문제인지?


공약을 지키면 안 된다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모든 공약을 지키는 건 불가능해요. 사실 유권자도 어느 정도 그런 공수표를 인정하고 가는 것도 있습니다. 근데 그런 강한 힘을 총학생회에 준 이유에는 공약 이행에만 갇혀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공약 이행에 집중하다 보니까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냐하면 첫째로 집행위원들이 모두 관료가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다면, 의결 기구에 가서 논의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집행위원들은 서류작업만 하고 있는거예요. 기한 내로 총학생회 면담을 위한 서류들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볼 때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결국 문제의식이 살아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지금 공약들은 문제의식이 아니라 그냥 정책 패키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좀 아쉬울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두 번째로공약 이행 위주의 집행은 소통에 있어 소극적으로 만들어요. 사실 공약이라는 게 학생들이 원하는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는거죠. 총학에서 패키지로 나온 공약, 예컨대 커피구독시스템 좋은 공약이죠, 근데 내가 진정으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에서 그걸 하길 원치는 않았단 말이에요. 모두가 원치 않은데, 공약이었다는 이유로 거기에 매몰되가지고. 좀 더 캠퍼스 밖에 돌아다녀야 하는데 319호 총학생회실에만 갇히는 그런 문제가 있어요. 연세지에서 총학생회한테 항상 탈정치화라고 비판하잖아요. (ㅎㅎ) 근데 진짜 탈정치화는 집행위원들이 그런 공약에 갇혀버려서 서류 업무에만 전전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총학이 공약에만 집중하고, 관료조직처럼 할 거면 대의제를 굳이 선택할 필요가 있나요, 학생 복지위원회를 만들면 되죠.


로우데이터를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요?


2만 5천 연세 학우들의 니즈는 2만 5천 개보다 더 많잖아요. 근데 그 니즈들이 문제 해결 과정까지 간다고 했을 때 중간중간 편집 과정을 어쩔 수 없이 거치게 된단 말이죠. 예를 들어서 ‘투표’ 혹은 ‘아이디어 공모전’이라는 편집 과정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 편집 과정에서 로우 데이터를 훼손하는 일들이 분명히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선거를 빗대서 생각했을 때, 유얼스랑 클로저 선본에 대해서 기대하는게 있는데, 결론은 유어스, 클로저 아니면 기권이었단 말이죠. 2만 5천명이 원하는게 있는데 선택지는 3개. 그 과정에서 분명히 왜곡되는 의사들이 있을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조금 날 것 그대로, 아이디어를 정책 이슈 위주로 수합을 하고, 그걸로 있는 모습 그대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일려고 했죠.


대학혁신 아이디어 공모전(학생 참여 예산 프로젝트)의 실행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교에서 학생 참여예산을 운영하게 되면, 페이퍼상으로만 학생 참여예산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보였어요. 예를 들어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 때 학교 선생님들이 꽂히는 아이디어랑 학생들이 원하는 아이디어가 좀 달라요. 그러다 보니 중간 매개체가 분명 필요하고그게 자치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학교는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분명히 당사자성이 떨어지다 보니까. 그리고 또 학교 선생님들한테 둘러싸인 관료적인 환경들이 분명 있거든요. 그렇다보니 블루프린트와 대학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총학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세웠습니다.


대학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 표기된 분야가 ‘캠퍼스’와 ‘학생자치’로 나뉘는 지점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블루프린트에서 정의한 ‘학생자치’는 무엇이고, 왜 굳이 섹션까지 따로 나눠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정의한 학생자치는 학생회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하고그런 문제 해결을 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자체가 학생자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 자치 분야에서 나왔던 아이디어 중 ‘이슈-이슈’가 있습니다. 청사진 모음집의 모태가 된 아이디어인데, 어떤 문제가 있을 때 학내언론소속이 아니더라도 칼럼을 기고할 수 있는 플렛폼을 세팅해보자는 목적에서 만들었어요. 굳이 따로 섹션을 나눠서 ‘자치; 분야를 만들었던 이유는, 블루프린트도 한계가 있는 것이 아이디어 위주로 수합을 하다보니, 한 가지 아이디어만 선택이 되고 그것만 실현되기 때문이죠. 캠퍼스분야에서 선택된 셔틀버스 음성 서비스 정책도 충분히 좋지만, 지속적으로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그런 창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의 청사진이 그려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대의제와 자치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 두 형태의 정치가 나란히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나라와 총학생회가 선택하고 있는 대의 민주제를 생각해 보면, 투표를 통해서 일괄적으로 간접적인 주권을 넘기는 형태잖아요. 그리고 투표로 선출이 되면 완전 국민 의사에 귀속되는 게 아니라 국가기관의 일종의 자율권을 인정해주는 시스템이죠. 분명히 필요한 부분들도 있다고는 생각해요. 왜냐하면 효율성의 문제도 있고, 잠실 운동장에 다 같이 매번 민회를 열 수는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세워서하는 과정들은 분명 필요하고, 그리고 정치 특성상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거기 때문에. 일종의 제도화된 신화죠. (제도화된 신화요?) 네. 어떻게 보면 뭔가 이상하잖아요. 투표로 뽑힌 사람이 마음대로 결정 내릴 수 있다는 게. 하지만 저희가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서 일종의 신화를 입혀주고 있는게 대의제인데, 그러다보니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일단 첫 번째 문제점은 대표자들을 건강하게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총학이랑 대한민국에 많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당장 총학생회 경우에는, 투표로 선출되고 1년 동안 무슨 짓을 해도 솔직히 학우들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무슨짓’을 예를 들면?) 공약 이행을 잘 안 한다든지, 태업을 한다든가, 아니면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든가, 성과 관리가 안되는거죠. 


두 번째로, 지금 민주당이나 국힘이나 정책 자료집을 보면 거의 똑같거든요. 그것들이 의미하는 게 뭐냐면, 총학생회도 마찬가지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다양화된 의제들에 대한 수요가 대표자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는거죠그러니까 대표자들이 정책 패키지로 아예 묶어버리는거죠. 나 인권도 챙기고, 나 복지도 관심있고, 교육도 잘하고, 뭐도 잘하고 시설도 잘해, 그러다 보니까 클로저랑 유어스 정책이 거의 유사해지는 지경에 까지 왔는데, 다양성이 좀 소멸되는 측면들이 있는 것 같아요. 대의제 특성상 그 두 가지 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이것 때문에 피로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는게 있을 때, 대표자라는 사람이 시원하게 해결해주고 긴밀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뭔가 양복쟁이들 같고. 분명 대의제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자치로 많이 보완 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의제가 너무 다양해졌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연세지, 사회혁신 워크스테이션 이런 것들도 있는데, 여기의 의견들을 대의제에서 공식적으로 들을 수 있는 창구들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구글 독스 설문 조사하라고 하더라도 이게 한두 번이면 하겠는데, 점점 너무 많아지잖아요. 물론 총학생회 측에서 시도하는 노력 중의 하나이긴 할 텐데, 저는 아예 구글 독스 매주 연 다음에 난수를 돌려서 그 선택된 의제를 시행하겠다라고 말하는 게 차라리 효능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차라리 고양이가 난수 버튼을 눌러가지고 하면 정치가 귀엽기라도 하잖아요. 이런 한계 때문에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결론은 이 두 형태의 정치가 결국에는 나란히 가야한다. 왜냐하면 의제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작게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출구가 필요하고, 어떤 건 얻어걸려서 큰 이슈가 되기도 하는거죠.


아이디어긴한데, 대표자 견제를 위해 중간평가 설문조사를 한 후에 그거에 따라 봉사장학금이 연동된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대의제에서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끌게 하는 게 중요하고, 자치는 그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의 여러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존속해주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총학생회 공동포럼 대표자로 역임하고 계신데, 실제 의회정치와 대학 총학생회 공동포럼이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생 개개인의 어떤 맥락에서 총학생회 공동포럼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일단 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제가 부총학생회장으로 있을 때 군대에 가 있는 고등학교 동창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어요. 그때 군인권문제, DP 이런게 한창 뜨거웠을 때였거든요, 그때 저는 스스로에게 실망했었던 것 같아요. 내가 부총학생회장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노력하고, 정부 기관과 컨택을 하고 이랬으면 그 친구가 그런 선택을 안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래서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랑 군인권 공동행동을 만들어서 국방부 차관도 만나보고, 대학 총학생회장들 연석회의도 만들어서 당시 대통령 후보 윤석열도 만나보고, 국회의원이랑도 만나고 했어요. 물론 그것들이 직접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냥 여러 이슈를 제공한 사람 중 한 명이었을 텐데. 그럼에도 느꼈던 게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하나로만은 어렵고분명히 우리 세대가 공감하는 문제들을 총학생회라는 정말 훌륭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연합하여 해결하는게 너무 좋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부총학생회장으로서의 업무 효능감에도 정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근데 그런 ‘공동행동‘의 문제점이 이슈 하나로 모이고, 그 이슈가 끝나면 훌륭한 인프라가 의미없이 사라지는 게 너무 아쉬웠던 것 같아요그래서 블루프린트 활동을 정리하면서 총학생회 공동포럼같은 청년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을 한번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총학생회 공동포럼의 특징은, 정답을 정해놓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사무처라는 표시로 아시다시피 저는 사실 대표자가 아니라 보조기관의 장이거든요. 그래서 모두의 이해관계가 다른 걸 우리가 먼저 선행적으로 납득을 하고 여기서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양한 측면을 통해 토론으로 한번 정해보자는거죠. 그게 학생회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학생회가 해야하는 어떤 의제적인 문제일 수도 있는데, 그걸 상시로 논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보자해서 만든 게 총학생회 공동포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 공동포럼은 개인에게 있어 층위가 높긴 하잖아요. 총학생회도 먼데, 총학생회 연합체는 더더욱이 그렇게 느껴지겠죠. 그래서 이제 총학생회 공동포럼이 주력으로 어필 하고 있는 것은 더 강한 문제해결 능력을 총학생회에게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학생 개개인에게는 어떻게 보면 어필이 안되는 점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R&D예산, 국회의원 선거에서 청년 세대 관련 공약 그런것들을 전달해 줄 수 있는아주 먼 곳에 느슨한 연대체가 존재한다는걸 학우분들께 얘기하고 싶습니다. 


학내언론 의제의 다양화 부족에 대해서 ‘무너지는 학내언론’이라고도 일컫고 있는데요. 이런 맥락에서 교지 연세편집위원회을 비롯한 학내 언론 단체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지점은 전적으로 총학 기구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언론단체가 관심 자체를 안 가질 법하게 재미가 없는 기구가 되었다는 거죠. 그래서 사실 저는 부총학생회장, 비대위장할때 목표가 ‘어떻게 되든 관심을 한번 만들어보겠다’ 였는데요, 학내언론 의제의 다양화 부족문제는 사실 1차적으로 대표자들이 무한책임을 지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학내언론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 중 하나는, 어떻게 보면 총학생회, 중운위, 확운위 이런 거는 결국에 아무리 부정하기 싫어도 정치라고 생각하거든요. 정치의 역할은 갈등을 봉합하는 겁니다. 어떤 상처가 나면, 어떤 걸 잘라내고, 어떤 사람은 싫지만 이 방향성대로 꿰매보겠다고 하는거죠. 그러면 이제 아픈 곳이 생겼다는 거를 말해주는 곳은 결국에 시민사회와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여기가 문제인 것 같다하고 갈라내는 거죠여기 속이 썩은 것 같은데하면서 한번 갈등을 만드는 거죠. 그 이후에 정치로 가서 봉합을 하는거죠. 물론 처음에는 이상한 데를 쨀 수 있어요,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째거나 안아픈데 쨀 수 있는거죠. 근데 결국에는 째는 시도들이 많아야되고, 그 다음 정치에 요구를 할 수 있는거죠. ‘이거 내가 째봤는데, 이거 문제인것 같으니 봉합을 하든 눈을 감든 불로 지지든 셋중에 하나로 해라’하는거죠. 결국에 학내 언론단체에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였던 것 같아요. 꼭 학생 자치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조금 더 날카롭게 펜대를 잡으셔서 많이 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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