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배우는, 달을 걷는 방법

전개형 에어리스 휠이 바꾼 달 탐사의 상식

by 유하

달은 조용하고 매끄러운 곳이 아니다.

낮과 밤의 온도 차는 300도에 달하고, 표면은 날카로운 암반과 미세한 먼지로 뒤덮여 있다. 그 위를 이동한다는 것은 단순히 '굴러가는 문제'가 아니라, 탐사의 성패를 가르는 생존의 문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전개형 에어리스 휠'이 오래된 난제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답했다. 더 강한 바퀴도, 더 복잡한 기계도 아닌,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바퀴였다. KAIST를 중심으로 한 국내 연구팀은 달의 울퉁불퉁한 지형과 극심한 환경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바퀴를 개발했다. 이 바퀴는 지형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접혔을 때는 지름 23cm에 불과하지만, 펼치면 50cm까지 커진다. 복잡한 힌지나 기계 장치 없이, 종이접기 구조와 소프트 로봇 기술을 결합해 구현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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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이동 성능 때문만은 아니다.

달 탐사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 피트(Pit)와 용암동굴(Lava Tube)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열었기 때문이다.

피트와 용암동굴은 태양과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천연 은신처이자, 장기적인 달 거주지 후보로 주목받아 왔다. 동시에 태양계 초기의 지질 기록을 고스란히 간직한 과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급경사, 낙하 위험, 불규칙한 지형 때문에 지금까지 어떤 나라의 탐사선도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

기존 가변형 바퀴는 달의 혹독한 환경 앞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냉간 용접, 불균일한 열팽창, 연마성이 강한 달 먼지는 기계 구조를 빠르게 망가뜨렸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보다, 문제를 단순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접고 펼 수 있는 구조, 자체 탄성을 지닌 금속판, 그리고 최소한의 기계 요소. 그 결과는 극한 환경 실험에서도 증명됐다. 인공 월면토 주행, 100m 낙하 충격 실험에서도 바퀴는 형태와 기능을 유지했다.

이 기술은 단지 하나의 부품 개발이 아니다. '어떻게 달을 이동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우리는 종종 우주 탐사를 로켓과 추진력의 문제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탐사는 발사 이후부터 시작된다. 달 표면에 착륙한 뒤, 얼마나 안전하게, 얼마나 오래 움직일 수 있는지가 탐사의 깊이를 결정한다. 바퀴 하나가 탐사의 지도를 바꾸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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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년, 우리나라는 달 착륙선을 보내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전개형 에어리스 훨은 그 계획을 '가능성'에서 '실행'의 영역으로 끌어당기는 기술이다. 통신, 항법, 전력이라는 남은 과제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동이라는 가장 물리적인 장벽을 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우주 탐사는 새로운 땅을 정복하는 일이 아니다.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하느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적응의 시작은 때로 로켓이 아니라, 조용히 형태를 바꾸며 앞으로 나아가는 바퀴 하나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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