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책정 방법(3)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이제 가격 책정 방법의 마치 표준처럼 되었다. 클라우드 과금 체계는 IT 인프라 등 고가의 시스템 등을 한꺼번에 구입하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합리적이다. 가령 서버 구축이라든가, ERP 구축 같은 사업은 초기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대부분 대규모 프로젝트로 진행이 되고 구축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런 시스템을 발주하는 고객의 또 하나의 고민은 IT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해버려 최신 제품을 사고 몇 년도 안돼서 시스템을 다시 갈아엎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은 전사적으로 총 소유비용 (TCO; Total Cost ofOwnership)를 크게 높인다. 총 소유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모든 IT 사업팀의 숙제다. 총 소유비용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초기 구입비도 있지만 유지보수 비용과 교육훈련 비용도 포함된다. 이는 모두 초기 구입비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비용은 더 커진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 과금 체계이고, '종량제 과금 방식 (Pay-as-you-go)'이 대표적이다. 즉 쓴 만큼 돈을 내는 일종의 종량제 요금이다. 대표적으로 아마존 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 AWS)가 추구하는 가격 모델이다. 어도비(Adobe)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같은 경우도 클라우드 과금 체계를 따른다. 어도비는 몇 년 전부터 더 이상 패키지 형태의 영구 라이선스(Perpetual License) 모델은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AWS 상에서 호스팅 되는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AdobeCreative Cloud)만 제공하고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도 기존의 패키지형 오피스 프로그램 대신 오피스 365(Office 365)라는 제품을 클라우드 형태로 출시하여 월별, 연별 과금을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뿐만 아니라 커피, 화장품 등의 유형의 제품들도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차용했다. 이쪽에서는 여러 제품들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큐레이션(Curation)의 가치를 추구하는 의미가 크다. 즉 커피의 경우 블랜딩(Blending) 전문가가 최상의 맛을 구현한다든가 여러 원산지의 원두를 소량으로 다양하게 제공한다든가 해서 커피 마니아들에게 미각 여행의 경험을 주고, 화장품의 경우 끊임없이 새로운 화장품을 갈구하지만 대체적으로 비싸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화장품 샘플을 모아서 정기 배송해 주는 식이다.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주로 유저 기반의 과금으로 이루어진다. 즉 유저 수만큼 이용료를 받는다. 규정 같은 건 없지만 모바일 앱의 경우 보통 1인당 월 5천 원정도 받는데, 세일즈포스닷컴과 같은 전문적인 프로그램은 1인당 월 몇십 만원 수준까지도 받는다. 이런 방식을 '지정 사용자 과금 방식 (Named User)'이라 한다. 간단히 말해 총 직원 수만큼 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당 월 5천 원이라고 하고 직원 수가 100명이면 월 사용료로 50만 원을 부담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럴 경우 가끔 고객사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우리 회사는 비록 직원은 100명이지만 영업직이 절반인 50명에 달하여 실제로 해당 서비스 혜택을 받는 사람은 50명에 불과하다면서 50명에 해당하는 요금만 내겠다고 할 수도 있다. 나름대로 일리 있는 말이다. 이 경우에는 '동시 사용자 과금 방식 (Concurrent User)'을 도입할 수 있다. 동시 사용자 과금 방식은 특정 시점에 접속한 동시접속자 수를 기준으로 한다. 물론 특정 시점을 언제로 하느냐 얼마의 기간 동안으로 하느냐는 별도로 협의해야 한다. 하루 동안 가장 높은 동시접속자 수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고, 1일 동안의 평균 동시 접속자 수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고객 입장에서 초기 투자 비용을 낮춰 주는 장점이 있지만 고객이 사용하다 언제라도 해지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결국 서비스 갱신을 어떻게 최대화할 수 있느냐가 수익화의 관건이 된다. 리텐션(Retention)의 최대화가 절체절명의 숙제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서비스들은 주로 신용카드를 등록 해 놓고 특별히 해지하지 않는 이상 매월 자동 결제되도록 유도를 하고 자동 결제를 하는 유저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준다. 더 나아가 가급적 저렴해 보이기 위해 홍보 자체는 월 요금으로 하되, 실제 결제 단위는 연 단위로 하도록 하고 이때도 역시 대폭 할인을 해 주는 방법을 쓴다. 또한 3년, 5년 등 장기 계약 고객에게는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말하자면 아주 세련된 방법으로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미국 회사의 서비스의 경우 해지 버튼이 잘 보이지 않아서 고객센터로 해지 방법을 문의한 적도 있을 정도다. 너무 심하게 악용하여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비난을 받으면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참고할 만하다. / 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 대표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