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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장준 Mar 02. 2017

Rough Rider 사례로 보는 가치사슬 이해하기

Value Chain Model

일반적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기획, 디자인, 제조, 운영, 세일즈, 마케팅, 서비스의 순서로 (물론 순서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연결이 되는데, 이를 가치 사슬 (Value Chain)이라고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HBS)의 마이클 포터 (Michael Porter) 교수가 처음 주장하였는데, 가치 사슬이라고 한 것은 각 단계마다 제품 혹은 서비스의 가치가 더해지면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단계에서 경쟁우위를 차지 하기는 쉽지 않다. 어느 한 두 단계에서는 특별히 다른 경쟁사들보다 잘할 수 있지만, 나머지 단계에서는 그러하지 못할 수 있다. 고전적으로 델컴퓨터의 사례가 유명한데, 세일즈 및 마케팅, 제조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모두 아웃소싱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델컴퓨터는 수준 높은 이커머스(e-Commerce) 플랫폼과 인사이드 세일즈 (Inside Sales) 인력을 활용하여, 고객에게 일대일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였다. 고객은 델컴퓨터의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하여 스스로 원하는 사양의 PC를 조립하고 기술적인 궁금증은 전화를 통해 인사이드 세일즈 담당자에게 문의하여 주문을 완성하는 식이다. 그리고 매우 빠른 속도로 제조한 후 배송하는 구조였다. 애플의 가치 사슬은 더욱더 잘 알려져 있다. 디자인과 설계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제조, 물류, 유통 등은 거의 다 아웃소싱을 두는 식이다.


미국 휠윈드휠체어(Whirlwind Wheelchair) 사(社)의 러프라이더(Rough Rider) 사례를 살펴보자. 휠윈드휠체어는 국제적인 비영리단체로서 혁신적인 휠체어 생태계를 구축한 회사이다. 이 회사의 설립자 자신이 장애인이었는데 휠체어의 불편한 점을 발견하여 '러프라이더'라는 휠체어를 손수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러프라이더 휠체어는 잔디, 자갈, 모래에서도 유연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기존의 제품들은 실내에서는 잘 굴러가지만, 문 밖으로만 나가면 다루기가 쉽지 않다. 외부 환경은 아스팔트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길 곳곳마다 움푹 파인 곳도 있고 모래와 진흙길이 나오기도 한다. 또 돌과 나무 등 갖가지 장애물들이 있다. 비장애인들은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휠체어 이용자들은 가는 곳마다 곤욕스러울 수 있다. 러프라이더는 바로 아웃도어와 오프로드에서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자동차로 따지면 사륜구동차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도로 사정이 나쁜 곳은 어디일까? 전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도로 사정이 나빠 아무리 기존 휠체어를 지원해 줘도 이용하기가 어려운 곳은 바로 제3세계 그리고 개발도상국이다. 짐바브웨, 베트남, 멕시코 등이 그러한데, 그렇기 때문에 휠윈드휠체어는 이들 나라로 제품을 수출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자, 휠체어를 개발도상국에 수출을 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일단 휠체어는 부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선적 시에 돈이 많이 들고 배송도 오래 걸린다. 그리고 악조건에서 사용을 할 경우에 고장이 잘 나기 때문에 A/S가 잦고 처리하기 곤란하다. 휠윈드휠체어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휠윈드휠체어가 마련한 대책은 놀랍게도 오픈 디자인(open design)과 오픈소스 하드웨어(open source hardware) 정책이었다. 얼핏 보면 내구성이 강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품 디자인과 하드웨어 제조야말로 핵심 가치일 것 같지만, 그 핵심 가치를 과감하게 개방하였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유는 당연하다. 제품 디자인과 하드웨어 소스를 개방해야 지구 반대편의 짐바브웨에서 누군가가 그것을 조립하고 고칠 수 있다. 휠윈드휠체어는 플랫팩(flat pack)으로 수출한다. 플랫팩은 완제품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조립하기 쉬운 부품들을 분해해서 얇고 밀도 있게 부피를 줄여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마치 이케아(IKEA)와 비슷한 물류 배송 구조이다. 그러면 현지에서 포장을 풀고 조립한다. 이때 고객의 요구에 맞게 그리고 현지 환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을 한다. 내구성이 매우 높더라도 나쁜 환경에서 고장 나거나 파손될 경우 쉽게 수리부속을 갈아 끼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휠윈드휠체어는 그들의 가치사슬 중에서 과감하게 포기할 것은 포기하여 비교 비용 (relative cost)를 줄일 수 있었으며, 개방할 것은 개방하였기 때문에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경우 일반적으로 글로벌 표준(global standard)으로 접근하다 보니 각국에 맞도록 현지화(localization) 하는 과정에서 큰 인적, 물적 비용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여 각국의 파트너사들이 알아서 비즈니스를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에 그러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오히려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독특하고 진보적인 아이디어와 실행이 끊임없이 발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차피 한 기업이 모든 가치 사슬 상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이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모든 인프라를 다 갖추기 어렵기 때문인데, 리소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스타트업에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델이며 기회다. 그렇다면 당신은 기획, 디자인, 제조, 운영, 세일즈, 마케팅, 물류, 배송, 서비스 중 어느 가치 영역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가? 각자 본인의 장단점과 가치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일 아직 그렇다 할 가치 역량을 찾지 못했다면, 일단 디지털 마케팅 역량과 세일즈 역량만큼은 확보했으면 한다. 디지털 마케팅의 경우는 이제 더 이상 마케팅 대행사를 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시장 전달력은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마케팅 툴과 방법론이 개발되었고, 세일즈의 경우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해 직접적인 의미를 가져다주는 매출과 직결되는 가치 영역이기 때문이다. / 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 베스트셀러 ‘영업은 결과로 말한다’의 저자

https://youtu.be/KAv5Q2SSw_g?list=PLrX3ShzbZPsaDoxpGPmkbQ2Y__6ZtSHGn

https://whirlwindwheelchai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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