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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Jan 25. 2017

알리페이는 어떻게 SNS를 공략하고 있나?

신용점수+SNS=야한 사진? 아니 그 이상

Alipay(알리페이; 支付宝)는 중국 최대 제3자 모바일 결제 플랫폼입니다. 절대 1위 이커머스 플랫폼 타오바오(淘宝)의 간편 결제를 독식하며 가입자 9억명, 사용자 4억명의 대표격 서비스가 됐습니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파이낸셜 그룹은 스타트업(?)으로서 유니콘 클럽 중 1위(가치 600억 달러)에 올라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굳이 결제 시장을 다 잡아먹은 알리페이가 SNS를 공략할 필요 있겠어?”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그건 또 아닙니다. 온라인 결제 영역에서는 알리페이가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모바일과 오프라인에서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바로 위챗의 결제 모듈인 위챗페이가 맹렬히 뒤를 쫓고 있죠. 아이리서치의 2016년 1분기 자료에 따르면 제3자 지급결제 서비스의 비중은 알리페이가 51.8%, 위챗페이(보고서에서는 财付通으로 통칭) 38.3% 순입니다.

알리페이(支付宝)와 위챗페이(财付通)의 시장 점유율. 출처: 아이리서치


즉, 모바일 영역에서 알리페이를 근 10여% 차이로 따라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심지어 최근 오프라인 영역에서는 판세가 뒤집혔다는 발표가 나기도 했습니다.


텐센트 마화텅 회장은 위챗페이 사업부 회의에서 2016년 위챗페이의 오프라인 시장 점유율이 알리페이를 추월해 1위를 차지했다고 언급하며, 이를 기념하는 동시에 직원 상여금으로 1억 위안(약 172억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 ‘위챗페이’ 오프라인 결제 규모 ‘알리페이’ 추월 … 텐센트, 직원 상여금 172억 원 지급(플래텀)


이와 관련 중국인들은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가장 먼저 여는 앱은 위챗이지, 알리페이는 아니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합니다.


“너 알리페이 에이전시 그만두더니…”


그건 아..아니고,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세가 이렇다는 겁니다(알리페이 화이팅!).


여튼 이러한 상황에서 타오바오만을 붙잡고 알리페이의 미래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알리페이는 자체 앱에 몇 가지 양념을 치기에 이릅니다.


알리페이판 SNS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취엔즈(圈子)+즈마신용(芝麻信用) 모델이었습니다. 취엔즈는 페이스북처럼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맘에 드는 게시글에 팁(打赏)을 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안타깝게도 과거형인 서비스입니다.


지난 2016년 11월 말 취엔즈에 신용점수로 등급을 분류하는 실험(?)이 논란이 되자 서비스는 문을 닫고, 담당자는 해고됐기 때문이죠.


논란의 발단은 두 SNS 커뮤니티에 여성 알리페이 이용자만 게재물을 올릴 수 있다는 규정에서 시작됐다. 여성 이용자가 사진을 올리면 즈마신용(芝麻信用;앤트파이낸셜이 운영하는 대출서비스) 750점 이상을 보유한 남성 이용자가 게재된 여성 사진에 점수를 매기거나 다샹(打賞; 중국의 온라인 팁 문화) 또는 뎬짠(點贊; SNS에 ‘좋아요’ 누르기) 등을 통해 평가를 매기는 방식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이 서비스들이 알리페이 플랫폼에서 선보여짐과 동시에 폭발적인 네티즌들의 접속이 이뤄졌다. 28일 오후 5시 기준 1130만명이 화이트컬러 일지 플랫폼을 방문했고, 캠퍼스 일지 플랫폼 방문자 수는 1477만명에 달했다. — 중국 알리페이 SNS 플랫폼 ‘저속성’ 논란(뉴스핌)
취엔즈 내 즈마신용 점수 750점 이상의 사람들에게만 공개됐던 여성들의 사진. 논란이 되자 폐쇄됐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분명 알리페이만의 돌파구가 있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바로 핀테크+SNS 결합 서비스입니다.


즈마신용 설명부터 간단히 하겠습니다. 즈마신용은 개인신용평가기관으로 알리페이와 같이 앤트파이낸셜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2015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으로부터 개인신용업조회업 허가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고 있죠. 알리페이에 계좌를 개설하면 곧바로 즈마신용과 연결이 됩니다.


이 플랫폼은 즈마펀(芝麻分)이라는 점수가 특정 수치를 넘으면 특혜를 주는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가령 600점 이상이면 자전거/자동차 대여시 보증금 면제, 700점 이상이면 싱가포르 무비자 입국(알리트립으로 예약시)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죠. 더 자세한 소개는 작년에 정리한 글(아래 링크)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즈마신용은 이용자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지표를 만들고 신용평가를 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뒤집어말하면 즈마신용의 점수(즈마펀)를 통해 특정 점수 이상인 고객군을 파악 후 이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알리페이 취엔즈는 야한 여성 사진이 논란이 돼 즉시 폐쇄조치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조건부 콘텐츠(커뮤니티)에 대한 이용자들의 뜨거운 인기를 확인한 셈이니까요.


특정 즈마펀 이상 이용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유료 콘텐츠, 및 관심사별 VIP 커뮤니티가 자리를 잡게 되면 어떨까요. 위챗의 SNS인 펑요취엔(朋友圈)과는 또 다른 형태의 폐쇄형 소셜 서비스가 등장하는 셈이죠.


즈마신용에서는 사용자들의 신용도를 점수화한 것 외에 이들의 소비습관 및 활동 패턴 역시 수집, 분석하고 있습니다. (치트키 등의 문제로 인해) 즈마신용의 신용도에 의문이 있지만, 이를 이용해 각종 매칭(소개팅, 선?, 차량 및 숙박 대여 등등) 기반의 SNS 서비스도 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즈마신용의 신용평가에 적용되는 데이터 목록. 알리바바 플랫폼(타오바오, 티몰, 쥐화수안 등) 전자상거래 이용 내역, 알리페이 이용 패턴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점수화한다. 출


“한 남성이 장인, 장모에게 혼인 승낙을 받기 위해 첫 인사를 드리러 갈 때 ‘자네 즈마신용 점수는 몇점인가?’라는 질문을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러한 이야기가 중국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종종 들려온다.”


중국에선 여전히 위챗이 강자입니다. 강력한 메신저+SNS를 앞세운 위챗이 유리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이들은 ‘위챗페이’를 내세워 온오프라인 결제 영역도 공략하고 있습니다. SNS를 쥔 플랫폼이 이용자들의 결제를 묶는 속도는 타오바오에 알리페이가 올라가서 확산된 속도보다 빠릅니다.


모 중국 칼럼니스트가 SNS에서 전자상거래(+결제)를 하는 건 쉬우나 전자상거래에서 SNS를 하는 건 정말로 어렵다(社交转向电商总是很容易,但从电商转向社交却并不容易)는 말을 했는데, 저 역시 이에 동의합니다.


비록 제품 판매 포스팅으로 타임라인이 도배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거래가 일어나기는 쉽죠. 하지만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이 모여서 인터랙션하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알리페이 판 SNS는 결제나 전자상거래에 소셜을 결합하는 것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인터넷의 수많은 사람들을 점수화한 좋은 무기, 즈마신용이 한 가지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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