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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May 08. 2017

프로듀스101과 장문복이 트래픽을 활용하는 방법

아이돌 프로그램에 혜성처럼 등장한 췍길만 걷자

장문복: 2010년 8월 6일 방영된 슈퍼스타K2 대구 예선에선 점쟁이 아줌마를 비롯해 특이한 참가자들이 많이 출연했는데, 그 중 슈퍼스타K2를 통틀어 탑11과 김보경을 제외하고(어쩌면 그들보다도 더!) 가장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끈 참가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장문복, 일명 힙통령(힙합+대통령)이었다.(출처: 나무위키)


그냥 이 영상 하나면 설명이 다 되죠.


어...


7년 전 심사위원, 시청자를 모두 경악케 했던 힙통령, 장문복이 슈스케 이후에도 몇차례 스포트라이트를 받더니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16년, 대한민국 최초!
국민의 손에서 탄생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
2017년, 또 한 번! 100% 국민의 선택으로
국가대표 아이돌이 탄생한다!
유수의 엔터테인먼트에서 모인 101명의 연습생 소년들!
이들이 펼치는 치열한 연습과 냉혹한 방출!
과연, 어느 연습생이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을 받을 것인가!
글로벌 아이돌이 되기 위한
101명 연습생 소년들의 초대형 서바이벌!
<프로듀스 101> 시즌 2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세요!


당신의 소년 장문복?



프로그램의 취지는 논란이 됐던 엠넷 국장의  지난 2016년 인터뷰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여자판을 먼저 만든 건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출연자들을 보면 내 여동생 같고 조카 같아도 귀엽지 않나, 그런 류의 야동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남자판은 반대로 여자들의 야동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예전에 비의 무대 영상이 여자들의 야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게 남자판 '프로듀서'다. - <하이컷>(178호) 인터뷰 중


논란이 되자 공식 사과했지만, 프로듀스 101이 만들어진 배경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관련 기사: <프로듀스101>이 건전한 야동? Mnet 피디의 어이없는 변명(오마이스타)


여튼 이 글에서는 당시의 논란을 다시 제기하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그만큼 장문복이란 캐릭터가 '여성들의 판타지를 채워주기 위한 인물'은 아니라는 의미죠.


허나 장문복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회 방송에서 국민 프로듀서 투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냅니다. 그의 1분 자기소개 영상은 당일 네이버 TV 톱 5에 오릅니다. 현재 기준으로 130만뷰를 넘어섰죠. 이후 5회에서 60위 미만은 탈락시키는 첫번째 순위 발표식에서 50만표 이상을 득표하며 14위를 기록했습니다.  



남성부문 득표수 1위, 연령별 선호도 30대부문 득표수 5위입니다. 이미 팬층이 두텁단 방증이죠. '췍길만 걷자 문복아~' '어차피 우승은 장문복(어문복)' 등의 신 유행어들이 몰려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예상치 못한 뜨거운 인기와 관련해 장문복의 나무위키에서는 아래와 같은 설명이 첨부돼 있습니다.


야갤과 프갤, 일베, 오유, 엠팍 등에서 힙통령을 뽑아 주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남초 사이트에서 가히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네이버 연예 카테고리 메인 영상에 1초 나오고 베댓에 도배되는 위엄을 보여줬다. 하지만, 남초 사이트에서 단순히 장문복을 재미삼아 밀어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네이버, 다음 같은 대형 포털사이트 뿐만 아니라 네이트, 여성시대, 인스티즈 대표적 여초 사이트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이 꽤 많다. 슈스케 때부터 쌓아온 인지도와 "노력과 반전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가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뜬금포로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 나무위키 장문복 소개 중


#장문복의 트래픽은 매력적이지만...


장문복은 이미 인플루언서나 다름없습니다. 슈스케 힙통령 이후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꽤 오랫동안 화제가 됐죠. 5년이 지난 후 LG유플러스의 CF에 출연했는데, 이 또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1분 30초짜리 클립 영상에 110만 뷰가 나왔죠. 현재 페이스북 계정의 팔로어는 7만에 가깝습니다. 훑어보니 최근 콘텐츠당 좋아요는 500~3000개에 이릅니다.


장문복 페이스북


프로듀스 101로서는 장문복의 출연이 꽤나 반가웠을 겁니다. 출연 그 자체로 프로그램을 홍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자군(10~20대) 외에 30대 이상의 아재 시청자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인플루언서를 마다할 플랫폼은 없습니다. 특히, 케이블채널과 같이 지상파와 비교해 작은 규모의 플랫폼일수록 더욱 그렇죠.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프로그램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는 측면도 있습니다. 보아는 장문복의 레벨테스트에서 "분명한 끼가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게 옳은건지 옳지 않은 건지 옆에서 제시할 수 있는 가이드가 없는 것 같다”며 “그래서 옳은길로 인도 하고 싶다. 이번 기회로 장문복 씨가 그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면서 최하등급인 F를 줬(...)습니다. 도와주는 거 맞..죠?


계속해서 하락하는 장문복의 순위

잘생기고 매력적인 블링블링 아이돌을 서바이벌로 뽑겠다는 논란성(?) 프로그램 제작자의 입장에서 장문복의 장기적인 선전을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트래픽을 이용해서 시청률을 얻고자 하겠죠. 시청률이야말로 프로그램의 흥행을 평가하는 잣대일 테니까요.


+@ 티몬도 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소셜커머스 티몬이 이번 프로듀스 101 시즌2의 공식 앱 투표 채널로 참여했습니다.


물건 판매하는 티몬과 프로듀스 101?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여기에도 트래픽을 끌어들이려는 티몬의 전략이 내포돼 있습니다.


프로듀스 101 시즌 1의 주요 시청자는 10~30대 여성이었는데요. 2030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갖고 있는 소셜커머스 입장에서는 투표 채널 오픈을 통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셈법이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마케팅 실무자는 아니지만, 백날 포털사이트 배너 광고하거나 쿠폰 뿌리는 것보다 타깃화된 고객에게 접근하는 것이 성과 측정의 기본 중 기본이겠죠.


#그럼 장문복은 팽당하나? 아니


장문복이 첫번째 순위 발표식에서 얻은 득표는 50여만표. 이 득표수는 곧바로 그의 충성 팬층과 직결됩니다. 최종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는 아이돌로서의 매력과 외모로 점철된 다른 경쟁자들을 눌러야 하는데, 이 득표수만으로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들이 많이 보입니다. 화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들도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장문복의 입장에서도 손해볼 게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엠넷이란 1020세대 중심의 플랫폼에서 자신의 인지도를 알리는 것 자체만으로 PR이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리우올림픽에서 화제가 됐던 중국 여자 수영선수 푸이안후이(傅园慧)가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겠단 생각도 듭니다. 푸위안후이가 누군지 모르겠다면, 아래 영상만으로 바로 기억이 날 겁니다.


푸위안후이는 위의 인터뷰 영상 덕분에 SNS의 스타가 되었다. 자신의 생각보다 더 좋은 기록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보인 반응이 매우 유쾌하고 코믹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푸위안후이를 코믹했던 수영 선수로 기억하겠지만, 그는 귀국후 중국의 대표격 왕홍이 됩니다.


푸이안후이는 수영선수 출신 왕홍.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 배영 3위를 기록한 뒤 '내가 그렇게 빨랐느냐'고 했던 흥 넘치는 인터뷰 멘트가 주목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후 그는 왕홍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는데요. 라이브 플랫폼인 잉커에서 방송을 했을 때 1054만 명이 그의 방송을 보기도 했습니다. 웨이보 팔로어는 804만 명입니다. - 2016年度最具营销价值的十大网红(중국 광고망)


잉커 라이브에서 1000만명이 보고, 웨이보 팔로어가 800만명에 이르는 인플루언서, 푸위안후이의 현재 모습입니다. 올림픽 인터뷰 영상으로 인해 스팟성으로 들어온 트래픽을 곧바로 자신의 영향력으로 잘 활용한 인물인데요.


장문복, 프로듀스101, 티몬이 시너지를 이루며 트래픽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각각 셋에게 주어진 트래픽을 어떻게 의미있는 지표로 활용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 역시 이번 프로듀스 101 시즌2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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