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속삭임_바다가 부른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6월

by 내가 꿈꾸는 그곳

매일 천사를 만날 수는 없는 일.. 우리는 언제쯤 어떤 모습의 악마를 만날 수 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요즘 해돋이 시간은 대략 오전 5시 25분이다. 일주일 만에 4분이 줄어들어 이틀 전에는 오전 5시 21분이다. 새벽 5시만 되면 아드리아해 너머에서부터 붉은 기운이 하늘을 뒤덮는다. 해돋이가 막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해돋이 시간은 내게 중요했다.


요즘 매일 아침 트랙터가 모래밭을 티끌하나 없이 깨끗이 정리하고 있다. 모래밭이 뽀송뽀송..!


코로나가 한창 창궐할 때 집콕이 일상이 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속에서 악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소리는 매우 달콤했다. 거의 매일 매시각 시도 때도 없이 "코로나가 창궐하니까 절대로 바깥출입을 삼가야 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딜 다녀오기라도 마음먹으면 "볼 일 빨리 끝내고 노트북 앞에 앉아야 해"라고 말하며, 인터넷 중독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루 종일 집구석에 처박혀 있으라는 게 악마의 주문이었다.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와 별리 시간이 7개월을 넘기는 동안 녀석은 늘 나를 따라다니며 집콕을 종용하곤 했다.



영상, LA SPIAGGIA DELLA CITTA' DI BARLETTA_바다가 부른다




이렇게.. 녀석의 핑계에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사이 내 몸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아랫배가 임신 수개월 이상이나 되는 듯 불러왔고, 온몸은 토실토실 포동포동 살이 쪘다. 최소한 7개월 동안 몰라보게 살집이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가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아침운동에 돌입한 것이다. 그 시작점은 이곳의 해돋이 시간이다. 새벽 5시에 눈을 뜨면 이때부터 악마와 사투를 벌이곤 하는 것이다. 그는 내게 "조금만 더 자라고 일찍 일어나면 뭘 해" 혹은 "30분만 더 자라고.." 하며 나를 침대 위에 붙들어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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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몸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새벽이 되면 온몸이 찌뿌듯하고 팔다리 곳곳에서 뭉친 근육들이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나는 그때 내 속에 또 다는 '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즈음이 놀라곤 했다. 그리고 나를 게으르게 만드는 녀석의 실체가 '악마'로 규정지은 것이다.



그때 후다닥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생수를 챙겨 집을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아드리아해가 저만치 보이는 언덕 위에 서면 속으로 "내가 널 이겼어"라며 스스로를 토닥거리는 것이다. 그때 바다는 저만치서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한다.



산책로를 걷거나 바닷가를 걷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온몸이 풀리기 시작하며 바닷가에서 오락가락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보며 목적지까지 돌아오는 것이다. 현재의 목표는 대략 7킬로미터이나 장차 10킬로미터로 거리를 늘려갈 것이다. 아침 운동을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로 늘려가는 것.



코로나 비루스는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거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지만, 이렇듯 인간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 악마의 속삭임까지 전염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어떤 증상도 없이 달콤하게 유혹을 거듭하며 토실토실 포동포동 살을 찌우며 움직임을 둔하게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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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지금도 사지가 찌뿌듯 하다. 그때마다 "내일 하루만 쉬지 그래.."라며 악마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악마(惡魔)라는 게 뿔이 달린 것도 아니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것도 아니다. 착하디 착한 모습으로 내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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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녀석은 나를 꼬드기는 달콤한 말만 일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천사와 함께 죽을 때까지 동행하겠지.. 그때마다 신의 그림자를 찾아 나서는 아침이다. 그곳에서 바다가 내게 손짓하는 것이다.



나는 내일 아침(현지시각) 다시 악마의 속삭임에 시달릴 것이며, 그때마다 다시 신의 그림자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시대가 만든 희한한 일이 내게 찾아왔다. 녀석이 언제쯤 내 곁을 떠나게 될까.. 그게 요즘 나의 관심사이다. 지독한 녀석..!!


Una bella vista del nostro villaggio_BARLETTA
il 13 Giugn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