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벤치 클리어링: 내 마음을 침범하는 것들

1.1 나는 왜 자꾸 '대타'로 살고 있을까?

by 윤숨

당신은 오늘도 누군가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지 않나요?

회사에서는 동료가 떠맡기 싫어하는 프로젝트의 '구원 투수'가 되고, 가정에서는 모두의 감정을 받아주는 '만능 포수'가 됩니다. 친구 모임에서는 분위기를 살리는 '4번 타자' 역할까지. 정작 당신만의 포지션, 당신만의 리듬은 어디에 있습니까?

야구에서 대타는 중요한 순간에 잠깐 등장하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매 경기 대타로만 나선다면, 그 선수는 자신의 본래 실력을 펼칠 기회조차 잃게 됩니다.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타인의 기대에 맞춰 역할을 바꾸며 살다 보면, 정작 '나'라는 주전 선수는 벤치에 앉아 녹슬어갑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과잉 적응 증후군'이라 부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착한 아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자란 사람들이 겪는 전형적인 패턴이죠. 부모의 기대, 선생님의 칭찬, 친구들의 인정 - 이 모든 것이 당신을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선수로 훈련시켰습니다. 그 결과 당신은 자신의 투구폼이 아닌, 관중이 원하는 폼으로 공을 던지는 법을 먼저 배웠습니다.

문제는 이런 '대타 인생'이 처음엔 칭찬과 인정을 가져다주지만, 결국엔 당신의 에너지를 고갈시킨다는 겁니다. 매번 다른 타석에서 다른 스윙을 해야 하니 지칠 수밖에 없죠. 게다가 아무리 잘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대타는 원래 그런 역할이니까요.

더 깊은 문제는 당신 스스로도 이제는 '진짜 나'가 무엇인지 헷갈린다는 겁니다. 너무 오랫동안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왔기에,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자신만의 리듬이 어떤 것인지 잊어버렸습니다. 마치 오랜 부상으로 자신의 원래 투구폼을 잃어버린 투수처럼 말이죠.

하지만 기억하세요. 모든 선수에게는 자신만의 고유한 리듬이 있습니다. 빠른 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느린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도, 각자의 방식으로 경기를 이끌어갑니다. 당신에게도 분명 그런 리듬이 있었고, 지금도 당신 안 어딘가에 살아 있습니다.

이제 벤치에서 일어날 시간입니다. 더 이상 대타가 아닌, 당신만의 포지션에서 당신만의 게임을 시작할 때입니다. 그 첫걸음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왜 내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누군가 당연하듯 당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 반사적으로 "네"라고 답하기 전에 잠시 멈추세요. 그리고 물어보세요. "이게 정말 내 역할인가? 내 리듬을 깨뜨리면서까지 해야 할 일인가?"

착한 이기심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무조건적인 거절이 아니라, 나만의 리듬을 지키기 위한 선택적 수락. 그것이 당신을 대타에서 주전으로, 타인의 경기에서 나만의 경기로 돌아오게 할 첫 번째 수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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