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가 영원이 되는 순간

by 윤지안


우리는 살아가며 셀 수 없이 많은 순간을 지나지만,
그중 극히 일부만이 마음에 파문을 남긴다.
그 파문은 때로는 아주 조용해서,

처음엔 들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문득 어떤 숨결 같은 기억으로 되살아나
그제서야 그 순간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알게 된다.

그때 그곳의 빛, 온도, 향기, 누군가의 눈빛.
그 모든 것이 단 한 번만 스쳤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영원처럼 남아

마음 한구석을 물들이곤 한다.

아마도 영원이라는 단어는 긴 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영원은 시간의 길이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순간이 마음에 닿는 깊이로 결정된다.
그래서 어떤 찰나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아니라
내 안에 계속 머무는 한 편의 영화가 된다.

나는 때때로 그런 순간들을 떠올린다.
비 오는 날 버스 창가에서 바라본 흐릿한 도시의 풍경,
누군가가 건넸던 아주 작은 미소,
나도 모르게 마음을 다해 바라보았던 풍경 한 조각,
그리고 이유 없이 가슴이 따뜻해져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던 순간들.

그 순간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삶이란 결국 거대한 시간의 덩어리가 아니라
내가 마음을 열었던 찰나들의 집합이니까.

어쩌면 우리는 늘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살아가지만,
사실 잃지 않는 것들은 언제나 아주 짧은 순간 속에 있다.
누군가의 손등을 스치던 온기,
밤하늘을 올려다보다 갑자기 이해해 버린 내 마음,
낯선 풍경에서 느꼈던 기묘한 평온함.

그 순간이 지나간 뒤에도
나는 그 따뜻함을 품은 채 조금씩 변해간다.
그게 바로 찰나가 영원이 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서둘러 앞만 보지 않으려고 한다.
짧아서 소중한 것들,
작아서 놓치기 쉬운 것들,
순간이라 더 영원해지는 것들.
그런 것들을 마음에 담기 위해서.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 속에서,
어딘가에서 아주 조용한 영원 하나가 태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어떤 형태든, 누구에게든,
그 찰나가 마음 한구석을 밝혀주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대가 돌아보았을 때,
아무 말 없이 오래 머물러 있는 한 장면을 발견한다면
아마 그것은,
당신의 영원이 된 순간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생명이 움트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