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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나 May 07. 2017

꿈으로 와요

서로의 꿈이 되어주기를


꿈으로 와요


매일 밤.

오지 않을 당신을 기다려.

이 꿈속에서.


기약 없이 내게 올 거라.

기약 없이 믿는 날 위해.


감은 눈을 뜨지 마요.

감은 밤에 기다릴 테니.


꿈으로 와요.

꿈으로 가요.





이젠

악몽 없인 서운하죠

당신의 밤은.


쫓기고, 시달리고, 버림받아요

당신의 꿈은.


그러니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죠

당신의 꿈에서.


부디

십리도 못 가 발병 나세요.

십리도 못 가 내게 오세요.





"꿈꾸는 건 사치야"


언제부턴가.

지난밤 꿈이 기억나지 않게 된

그 무렵부터 너는 말했어.


꿈은 사치라고.


그건 과연

꿈꾸는 법을 잊었기 때문인지.

꿈꾸는 것이 두렵기 때문인지.


아니면

꿈을 꿀 수 없는

이 과분한 세상 덕분이었는지.





너에게도 매일 밤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던

순수한 시절이 있었는데.


좋은 꿈 빨리 꾸고 싶어

설레는 상상으로 부푼 마음

한아름 안고 눈을 감던.


그 시간들은 이제 어디로 갔는지.

그 시간들은 이제 어디에 있는지.


우리,

요즘 꿈을 꾸긴 하는지.

요즘 잠을 자긴 하는지.





어쩌면.

우린 꿈꾸기엔 너무도 촉박한

매일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고.


꿈에게 내어주기엔

이 하루가 너무 짧으니.


기꺼이 꿈을 반납하자.

기꺼이 꿈을 포기하자.


그럼 오늘은 무사할 거야.

그럼 내일은 행복할 거야.


하지만.





친구는, 자주 만나주지 않는

바쁜 친구는 필요 없다 하고.


후배는, 값비싼 술을 사주지 못하는

가난한 선배는 필요 없다 했어.


사회는, 경력 없이 열정만 지닌

나이 든 신입은 필요 없다 하고.


연인은, 번듯한 직장을 가지지 못한

불확실한 이와의 미래는 필요 없다 했어.





꿈을 버렸지만 결국

현실에서도 우리가 서 있을 곳은 없었고.


꿈을 버렸지만 결국

우린 쓸모없는 사람이.


우리,

꿈을 잃었어.

갈 곳을 잃었어.





바보같이

꿈과 현실이 헷갈려.


꿈속에서 한없이 길을 헤매면

현실에서 한없이 서서 울었어.


꿈속에서 발등 위에 가위가 눌리면

현실에서 마음 위에 가위가 눌렸어.


꿈이 두려워.

꿈이 무서워.


꿈꾸면 안 되겠어.

잠들면 안 되겠어.





꿈을 잃어버린 넌.


언제부턴가 수면제 없인

꿈꿀 수 없게 되었다고.


거칠도록 닳아버린 하얀 손에

매끄럽게 넘어가는 하얀 알약들을

목으로 담아 삼키며.


아주 손쉽게.

아주 간편하게.


꿈으로 도망치듯 떠났지만.





흐릿한 희망을 품고 잠이 든 너는

선명한 악몽으로 아침을 맞이했고.


매일 반복되는 악몽의 끝에

결국 네가 웃을 곳은 없었어.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과연 이 시대의 젊은 우리는

어디서 꿈을 꿀 수 있을까?

어디서 꿈을 가질 수 있을까?


다시 꿈꿀 수 있을까?





꿈을 잃어 잠들지 못하는 나에게

깊은 밤의 당신은 말하지.


개구리는 더 높이 뛰기 위해

온몸을 힘껏 움츠린다고.


그런데


개구리가 너무 오래 웅크려

다리가 굳어버리면 어떡하지?

몸을 펴는 법을 잊으면 어떡하지?


그렇게

영영 뛰는 법을 잊으면 어떡하지?





그런 어리석은 나에게

당신은 말해.


개구리에게,

뛰는 것은 본능이야.


새에게,

나는 것은 본능이야.


결코

뛰는 법을 잊는 개구리는 없지.

나는 법을 잊는 새는 없지.


사람에게,

잠자는 것이 본능이듯이.

꿈꾸는  본능이듯이.


우린 결국 뛰고 마는 거지.

우린 결국 날고 마는 거지.


결국

다시 꿈꾸고 마는 거지.





그러니 걱정 말고.


어서 자자.

어서 꿈꾸자.


더 좋은 꿈을 꾸기 위해.

지금 잠깐 꿈을 잃은 거야.


잠자는 법을 잊는 사람은 없지.

꿈꾸는 법을 잊는 사람은 없지.


사람은 꿈을 꾸니까.

꿈꾸는 건 사람이니까.


그게 본능이니까.





때문에

서로의 꿈이 되어주자 우리.


꿈꾸는 법을 잊었으면

꿈꾸는 법을 배우면 돼.


준비는 필요 없어 너는

깊은 밤 꿈속에서 나를 찾으면.


내가 너를 안아줄게.

내가 너를 잡아줄게.


그리고 말해줄게.

"네가 필요해"





그 한마디면

우린 다시 꿈을 꾸는 거라고.

우린 다시 꿈을 찾는 거라고.


쓸모 있어지는 거라고.


우리, 그 존재만으로.

우리, 그 마음만으로.


그런데

이미 너무 늦은 것 같다고?

언제 다시 꿈꿀지 모르겠다고?





걱정 마.


내가 너를 기다려.

이 꿈속에서.


기약 없이 내게 올 거라.

기약 없이 믿는 날 위해.


감은 눈을 뜨지 마요.

감은 밤에 기다릴 테니.


꿈으로 와요.

꿈으로 가요.


오늘 밤.

꿈에서 봐요.


잘 자요.







To. 나의 기다림

어느 감은 밤.
당신은 나의 등을 품으며.

너의 꿈은 곧 나의 꿈이라고.

꿈인 듯 꿈이 아닌 달콤한 말로
나의 색을 앗아갔다.

알록달록한 꿈들이 있었지만
결국 그 꿈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매정히 떠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없이 울곤 했다.
한없이 눕곤 했다.

한없이 기다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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