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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나 Jun 04. 2017

유월이 왔다

어쩌면 유월이라 다행이다


유월이 왔다


무정하도록 하늘 선명한

유월왔다.


빳빳하고 새하얀

 찢으며.


단단하게 굳혀진

 잊겠다고.


정성스레 외치던

정성스레 부르던.


유월.

유월이 왔다.





유월이 싫다.


일 년 열두 달을

절반으로 딱.


나누는 건 유월이니까.

가르는 건 유월이니까.


매정하다 유월은.

야박하다 유월은.


유월이 밉다.

당신이 밉다.





어느 유월에 찾아온

당신이라 그랬습니까.


변덕스런 유월의 바람처럼.

변덕스런 유월의 기온처럼.


봄도 여름도 아닌 계절에.

끝도 처음도 아닌 나이에.


서툴게 떠났습니까.

어설피 사라졌습니다.


 그리 급하다고.

 그리 바쁘다고.


갑자기. 훅.

떠나버리니.



말도 못 하였잖아요

나.





그래서

더 미안하다고.

더 그립다고.


당신이 부재한 이 유월에

당신을 스쳤던 이 인연이.


서럽게 머물러 있다고, 유월에.

매정히 찢고 있다고, 유월을.


젊은 날의 당 그리며.

푸른 날의 당 새기며.


해마다




삐------이---이--ㄱ.


마음을 울리는

이 일분의 사이렌 소리가.


당신을 선명하게 한다.

당신을 회상하게 한다.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잠시나마

고개 숙여 마음에 새길 것이다.


스물한 살의 당신을.

스물한 살의 우정을.

스물한 살의 우리를.





어쩌면

유월이라 다행다.


혹여 내가 당신을 잊더라도

나보다 더 많은 이들이.


당신을 위해 함께 울어줄 테니.

당신을 위해 함께 묵념할 테니.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은 더 뜻깊지 않을까 싶어서.


떨까 당신.

이런 서운한 생각.





당신이 부재한 이후.


불현듯 유월의 하늘이 드높은 건

몹시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고.


저 무섭게 드높은 하늘만큼

당신은 까마득 멀게 느껴져서.


왜 하필 맑은 유월에.

왜 하필 젊은 당신인 건지.


당신은 왜 그리 일찍이도

말을 잃은 건지.


먹먹한 마음이 오래될수록

두려운 슬픔이 드리웠었다. 


그래도





편지할 것이다 가끔

이 유월에.


떠나간 당신은 밉지만

떠나간 이유는 아름다운.


당신을 잊을 순 없으니.

당신을 지울 순 없으니.


선명히 새겨야겠다 이 유월에.


스물한 살의 당신과.

스물한 살의 우정과.

스물한 살의 우리의.


추억이 중단되지 않도록

당신이란 펜을 들고,





내 마음에.

이 나라에.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영원히 밝은 모습으로.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일 년에 단 한 번.

단 일분이라도.


당신 생각이 날 것이라고.


그렇게 새겨야겠다.

그렇게 견뎌야겠다.


매정히.

서운하도록.





서럽도록 잘 지내라

당신에게 말한다.


내가 유월을 그리면서도

유월을 외면하고 싶은 건.


순전히 당신의 의미이니.

순전히 당신의 부재이니.


아무리 외쳐봐도 당신,

응답 없으니.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철석같이 믿겠다고.


반드시 평안하기를.

반드시 행복하기를.


당신 없는 이곳의 유월이 늘 변함없듯이.

당신 없는 이곳의 유월이 늘 푸르르듯이.


드높게.

마음 시리도록.


 .







To. 나의 유월


들꽃을 좋아해 줘요.
당신을 닮았는걸요.

작고 가녀린 모습으로
꼿꼿한 줄기에 매달린 채.

잊을만하면 어느새
길가에 핀 채 외로이 서 있는.

들꽃은 회상입니까.
들꽃은 추억입니까.

하얀 모습으로 남아주세요.
작은 마음으로 남아주세요.

유월이라는 중간을 넘어.
우정이라는 중간을 넘어.

오래도록.
기약 없이.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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