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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나 Aug 14. 2017

마음 편식

우린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과도 같네요


마음을 편식합니다


이제부턴.


오는 마음 감사해서.

가는 마음 죄송해서.


모두 받아두었던 마음.

거절 못해 간직했던 마음.


꾹꾹 쌓이니 숨 막히네요.

꽉꽉 막혀 체하겠네요.


그러니

마음을 편식하겠습니다.

마음을 받지 않겠습니다.





"너 이러면 지옥 간다."


어린 시절.

못 먹는 음식이 많은 나에게

선생님은 늘 말씀하셨죠.


지옥에 떨어진다고.


그런데 선생님,

지옥은 모두가 괴로운 곳이에요.

지옥은 모두가 벌 받는 곳이에요.


참 공평하죠.

참 평등하죠.


어쩌면 행복하죠.





그러니

차라리 편식하겠습니다.

음식도, 사람도, 마음도.


아무리

골고루 잘 먹고.

골고루 배려해도.


결국엔

나만 체했잖아요.

나만 슬펐잖아요.


불공평한 이곳이

나에 옥입니다.





늘 못 먹는 음식들을

억지로 삼켜야만 했다.


그래야 착하다고 했으니까.

그래야 선생님이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구토와 배앓이에 괴로워했다.





마음도 그랬다.


늘 받기 싫은 들의 마음까지

웃으며 받아야만 했다.


그래야 착하다고 했으니까.

그래야 사람들이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끝없는 부탁과 연락들에 괴로워했다.





마음은 음식을 닮아있었다.


음식이 과하면 체하듯이

마음도 과하면 숨막혔다.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으면 힘들듯이

싫은 마음을 억지로 받으면 지쳐갔다.


그렇게 나는 점점 체하고 다.

몸도, 마음도.



 


때문에 토해내기로 결심다.

당신의 마음을.


만날 때마다 우울하고 힘들어지는

당신의 마음을.


거절하기 미안해 억지로 받아 삼켰던

당신의 마음을.


더 이상 소화할 수 없다는 걸.

더 이상 받아낼 수 없다는 걸.


이젠 인정할 때다.

이젠 이별할 때다.



 


우리 더 이상

거절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싫은 음식 먹고 체할 바에

싫은 음식 먹기 싫다 거절합시다.


싫은 사람 만나며 마음 아플 바에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거절합시다.


나를 위해.

당신을 위해.


더 나은 우리를 위해.





이런 매정함에

너무 슬퍼하진 말아줄래요.


나는 미역이 비리다고 싫어하지만

당신은 미역이 향긋하다고 좋아하잖아요.


그렇게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

누군가에겐 좋아하는 음식일 수도 있어요.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이들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 당신,

반드시 사랑받아야죠.


더 좋은 사람에게 가서.

더 맞는 사람에게 가서.


결국엔 우린

사랑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사랑받고 사랑하기에도 바쁜 인생인데

더 이상 힘든 만남에 시간 낭비하지 마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양하

사람마다 마음도 다양한데.


더 좋은 음식.

더 좋은 마음.


골라 먹는 게 죄는 아니랍니다.

골라 만나는 게 죄는 아니랍니다.


마음에도 편식이 필요합니다.





인연을 끊는다는 건.

음식을 토해내는 것과 같아서.


처음엔 힘들 수도 있어요.

몇 번을 게워내고 앓아누워야 하죠.


그래도 견뎌봐요.

그래도 토해내요.


어때요,

한결 속이 편안하죠.

한결 마음이 편안하죠.


자,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이제,




우리에게 중간은 없습니다.


살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이를 사랑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지겨워질 수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매번 참 건가요?

매번 체할 건가요?


계속 아플 건가요?





약속합시다 우리.

이제부턴 참지 않겠다고.


참는 건 상대를 더 힘들게 하잖아요.

참는 건 당신을 더 아프게 하잖아요.


소중한 나를 위해.

소중한 그 사람을 위해.


용기 내 말해요.

용기 내 외쳐요.


"우린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과도 같네요."







To. 나의 끼니


나는 결국 마지막까지
진실되지 못한 사람이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안고 웃었지만
그 마음이 창피해 쉽게 버리곤 하던.

거짓으로 포장된 마음을
떠나는 당신 품에 한아름 안겨 보내곤.

집에 돌아와 밥을 먹었습니다.
목이 메이도록 먹었습니다.

그렇게 오늘
당신을 삼킵니다.
당신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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