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임유나 Jan 23. 2017

달을 믿어

그렇게 나를 믿던 너에게


소원을 빌어야지


커다랗고 완벽하게 둥근.


어둠 속에서 노오랗게 빛나는

저 달을 보며 너는 나에게 말했어.

소원을 빌자고.


나는 그런 너의 옅은 얼굴을 바라보며,

네가 일부러 순수해 보이고 싶어

없는 소원을 거짓으로 비는 것일까 궁금했지.


순수한 너의 옆에 있던

순수하지 않은 나였어.




사실 그 순수하지 않은 의심은

나로부터 비롯되었는지도 몰라.

나는 달을 믿지 않으니까.


저 어둠 속에서 침묵하고 있는 달이

내 소원 따위 들어줄 일이 있겠어?


그래서 나는 늘 그렇게 나의

차가운 두 손을 감정 없이 모았나 봐.

저 둥근달 아래서.


순수하지 않은 내 모습이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그래 너도 알다시피.

난 매사에 의심이 많았지.

난 매사에 부정을 믿었지.


수많은 인연을 만나며.

수많은 눈물을 흘리며.

수많은 미움을 느끼며.


그렇게 나는 깨달았지.


'믿음'이라는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못 미더운' 단어라고.


그래서 나는 저 달조차도 못 믿

순수하지 못한 사람이 되었나 봐.




그런데

나는 왜 몰랐을까.


내가 달을 믿지 못하고

거짓 소원을 빌었듯이.


사람들을 의심할수록

나는 점점 거짓으로 그들을 대했다는 걸.


그렇게 결

나조차도 나를 믿지 못하는

거짓말쟁이가 되었다는 걸.




난 그렇게 저 둥근달과는 반대로

몹시도 모가 난 사람이었나 봐.


둥글둥글하게 사람들을 감싸지 못하고

삐죽삐죽하게 사람들을 내치기에 바빴어.


그렇게 내가 의심이 가득한 이유를

나를 스친 수많은 인연들의 탓으로 돌렸어.


이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이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나는 이제야 안거야.

저 둥근달을 보며.


참 바보 같지?




그리고. 

너를 생각해.


그때 그 겨울, 저 둥근달 아래

두 손 모아 간절히 소원을 빌던 너를.


그렇게 의심 없이 달을 믿던 너를.

그렇게 의심 없이 나를 믿던 너를.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너는 늘 내 곁에서

삐죽삐죽 모난 나를 감싸주었나 봐.

삐죽삐죽 모난 나를 믿어주었나 봐.


그렇게 결국 네가.

나를 둥글게 만들어주었나 봐.


저 빛나는 달처럼.




나.

이젠 달을 믿어.


저 완벽하게 둥근,

어두워서 더 빛나는 저 달을 믿어.


그리고 이젠 감정 없이 모으던 두 손을

처음으로 진실한 마음으로 모아봐.


소원을 빌어야지.

나도 소원이 생겼으니까.




너.


지금까지 늘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내 곁에 있어줄래?


그리고.

날 믿어줘.


네가 저 달을 믿듯이.

내가 저 달을 믿듯이.


그렇게.

순수하게.


오래도록.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