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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나 Feb 09. 2017

봄날은 온다

그리고 당신은 간다


봄날은 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날은 온다.


그리고

당신은 간다.





날카로운 바람이 귀를 아리던

2월의 어느 추운 겨울에 태어난.


그래서인지

늘 손도 차갑고.

마음도 서늘한.


나의 계절은 '겨울'





반면.


늘 따스하던 손처럼

마음도 따뜻하던.


봄이 당신을 닮은 걸까.

당신이 봄을 닮은 걸까.


나를 헷갈리게 하던.

나를 행복하게 하던.


당신의 계절은 '봄'





봄은 축복의 계절.


매섭도록 몰아친 한파 뒤에 위치해서.

무섭도록 차갑던 바람 뒤에 다가와서.


그래서 더 따스한.

그래서 더 소중한.


그렇게 차갑던 나를 품어주며

나의 계절을 변화시킨.


뒤돌아보니 언제부턴가


당신은 나의 계절.

나는 당신의 계절.





하루를 마치고 건물 밖을 나서면

12시를 훌쩍 넘어가던 시곗바늘.


하지만 그 시곗바늘이 무색하게도

어둠 속에서 늘 묵묵히 나를 기다리던.


찬 바람에 시뻘겋게 굳어버린

돌처럼 단단한 손으로 나에게 건네주던.


따뜻하고.

향기로운.


한 잔의 봄.





캐모마일 차.

불면증에 좋다며.


몇 날 며칠 뜬 눈으로 지새우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에게


단 몇 분이라도 푹 자라고

단 몇 분이라도 좋은 꿈 꾸라고

꿈속에서나마 웃으라고


매일 차를 쥐어주던 당신.

매일 봄을 쥐어주던 당신.


그렇게 봄을 선물해준 당신.




하지만

모든 계절은 지나가고

모든 인연은 떠나가듯.


그렇게 당신과 닮은 봄날에

봄처럼 따스하게 떠나간 당신.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겨울에게


따스한 봄을 쥐어주련지.

따스한 봄을 선물하련지.





이렇게 올해도 어김없이

당신을 닮은 봄은 또다시 찾아오고.


매일 당신과 함께 마시던 그 한 잔의 봄을

이젠 홀로 카페에서 묵묵히 홀짝이며


당신이 부재한

 번째 봄을 맞이다.





그리고

깨닫다.


당신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손은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는 걸.

 꿈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걸.


그렇게 당신은 나에게

스스로 봄을 맞이하는 법을

알려주고 떠났다는 걸.


고맙게도.

미안하게도.





때문에.


이젠 당신을 당신의 계절 속으로

떠나보낼 때가 온 것 같다고.


한 잔의 봄을 삼키며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어느한 잔의 봄을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컵 속에 그득했던 봄이

나의 몸속에 넉넉히 차오른다.


온몸이 따스하니

 

봄날이 온다.

그리고 당신은 간다.









To. 나의 계절


당신이 좋아하던 장미꽃을 말리다
봄을 그리던 당신이 생각나서.

꽃잎을 뜯어 아끼던 유리 찻잔에 넣어보았다.

왜 그땐 이 한잔을 당신에게 대접하지 못했을까.
왜 그땐 이 한잔을 받을 생각만 했을까.

이토록 쉬운 것을.
이토록 아름다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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