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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반작 Sep 02. 2019

집사가 체질

엄마와 고양이

손바닥만하던 애기 사또


아이고
너네가 무슨 고양이를 키운다고 난리야!



엄마가 갑자기 자취방에 찾아온 날이었다. 낯선 사람의 목소리에 놀랜 첫째 고양이 사또가 어딘가로 숨어 들어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자세히 찾아보니, 책장 세 번째 칸쯤에 인형인 척 앉아서 엄마를 훔쳐보고 있었다. 사또는 엄마한테 혼날까 봐 언니와 몰래 데리고 온 고양이었다. 역시나, 엄마는 너네가 무슨 고양이를 키우냐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엄마는 비염이 심한 언니와 고양이가 함께 사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겁먹은 사또를 품에 안고, 괜히 엄마에게 애교를 부려보았다. "엄마, 우리 얘랑 진짜 잘 살 수 있어. 그리고 자세히 봐봐. 이쁘지 않아~?" 엄마는 사또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곤 무심하게 쓱- 사또의 미간을 쓰다듬어 주었다. 당신의 손바닥만 했던 회색 고양이가 귀엽긴 했나 보다. 한숨을 쉬면서도, 입가의 은근한 미소는 숨겨지지 않았다.



손바닥만하던 애기 바바


뭔 고양이가 또 생겼어?!
내가 진짜 너네 때문에 못 살겠다




그리고 둘째 고양이 바바를 길에서 냥줍 해온 후에도 잔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길에서 험한 일을 당했는지 온몸이 화상에 피투성이었던 작은 고양이가 엄마도 신경이 쓰이긴 했나 보다. 엄마는 "어휴, 쟤는 너무 짠해."라며 고양이 간식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직접 북어를 삶아 식힌 후 간식으로 주기도 하고, 백숙을 해서 닭고기의 살코기 부분만을 손수 뜯어 먹이곤 했다.

그렇게 엄마와 사또바바가 간간히 만나온지도 벌써 6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사또는 이제 자취방에 찾아온 엄마를 봐도 도망가지 않는다. 오히려 엄마만 보면 냥냥 거리며 엄마표 간식을 내놓으라며 목놓아 울곤 한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바바는 엄마만 오면 배를 보이며 뒹굴뒹굴 거리는 애교를 부린다.

"사또야~ 바바야~" 엄마도 이젠 사람보단 고양이들의 이름을 먼저 부르며 자취방에 들어온다. 거기다가 어쩐지 엄마의 핸드폰 속 사진 앨범에는 인간 딸내미들보단 고양이 사진만이 쌓여간다.



엄마가 좋은 바바냥

 
알고 보니 엄마는 집사가 체질이었나 보다. 요즘 부쩍 친해진 엄마와 사또바바를 보면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싫다고 할 땐 언제고. 나도 엄마 때문에 웃겨서 못살겠다 싶다. 얼마 전에는 사또와 손장난을 치고 있는 엄마를 보다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엄마도 쟤들하고 정들었지? 그렇지?"
"그럼 당연하지. 엄마 좋다고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건 쟤들 밖에 없어. 이제는 너네 집에 한 놈이라도 없으면 서운할 거 같다."


엄마는 담담히 말했다. 엄마와 고양이라니. 지금껏 상상치도 못했던 조합이긴 하다. 그만큼 신기하고, 애틋한 관계인 것 같기도 하다. 바라만 봐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엄마든 고양이든, 누구든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내 곁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엄마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요즘은 그저 행복한 나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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