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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반작 Sep 02. 2019

엄마가 밥 먹이는 건 다 살찐다.

엄마와 고양이

손바닥만 하던 애기 사또


아이고
너네가 무슨 고양이를 키운다고 난리야!



엄마가 갑자기 자취방에 찾아온 날이었다. 낯선 사람의 목소리에 놀랜 첫째 고양이 사또가 어딘가로 숨어 들어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자세히 찾아보니, 책장 세 번째 칸쯤에 인형인 척 앉아서 엄마를 훔쳐보고 있었다. 사또는 엄마한테 혼날까 봐 언니와 몰래 데리고 온 고양이었다. 역시나, 엄마는 너네가 무슨 고양이를 키우냐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엄마는 비염이 심한 언니와 고양이가 함께 사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겁먹은 사또를 품에 안고, 괜히 엄마에게 애교를 부려보았다. "엄마, 우리 얘랑 진짜 잘 살 수 있어. 그리고 자세히 봐봐. 이쁘지 않아~?" 엄마는 사또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곤 무심하게 쓱- 사또의 미간을 쓰다듬어 주었다. 당신의 손바닥만 했던 회색 고양이가 귀엽긴 했나 보다.



손바닥만 하던 애기 바바


뭔 고양이가 또 생겼어?!
내가 진짜 너네 때문에 못 살겠다



그리고 둘째 고양이 바바를 길에서 냥줍 해온 후에도 잔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길에서 험한 일을 당했는지 온몸이 화상에 피투성이었던 작은 고양이가 엄마도 신경이 쓰이긴 했나 보다. 엄마는 "어휴, 쟤는 너무 짠해."라며 고양이 간식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북어를 삶아 식힌 후 간식으로 주기도 하고, 백숙을 해서 닭고기의 살코기 부분만을 손수 뜯어 먹이곤 했다.


그리고 몇달 전 엄마가 내 자취방으로 들어왔다. 한동안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아픈 다리를 치료할 거라고 했다. 엄마 집에서 병원까지는 왔다 갔다 하기엔 꽤 먼 거리라 이참에 세네 달 정도 한집에서 같이 살기로 했다. 




엄마가 좋은 바바냥

띠. 띠. 띠. 띠. 띠. 띠

요즘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온갖 맛있는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저절로 입안에 군침이 가득 돈다.


퇴근할 때마다 '오늘은 무슨 밥을 먹을까?' 행복한 상상을 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막 지은 잡곡밥과 시원한 콩나물국, 쫄깃한 가지나물과 꼬소한 계란말이, 그리고 매콤한 오리고기볶음까지. 비실비실하던 자취생의 밥상은 엄마가 온 이후 180도 바뀌고 있다. 특이한 건 엄마 밥은 이상한 마법이 있어서, 같이 식탁에 앉아 밥만 먹었을 뿐인데도 마음까지 온기로 가득 찬다는 거다. 마음에 쌓인 나쁜 고민이 사르르 사라진달까. 직장에선 일개 직원인 '내'가, 그 순간에는 엄마의 세상 가장 소중한 '딸'이 되는 기적 때문일까. 그래서 나는 따뜻한 엄마 밥이 정말 좋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뿐만은 아닌가 보다. 요즘 사또 바바는 엄마만 보면 냥냥 거리며 엄마표 간식을 내놓으라며 목놓아 울곤 한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바바도 엄마만 보면 옆에 얼쩡얼쩡 거리며 애교를 부린다. 덕분에 엄마의 인심만큼 푸근해진 바바의 뱃살은 조물조물 만질 때마다 찰진 느낌이 들어 더 귀엽다.


엄마와 함께 산지 벌써 세 달째다. 사또와 바바, 나 모두 몸무게가 늘었다. 핼쑥하던 마음도 살이 쪄간다. 마음 곳간이 엄마의 따뜻한 관심과 말로 가득 찼다. 역시 엄마는 모든 걸 살찌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사랑하면 닮는다던데. 엄마를 사랑하는 우리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살 찌우고, 마음을 채우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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