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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반작 Oct 05. 2019

고양이를 키우겠다는 친구와 싸웠다


우리집 서열 1위, 사또냥



"고양이 키우기 쉬워?" 오랜만에 전화를 건 A가 뜬금없는 말을 던졌다. 쉽다니. 무엇이 쉽다는 걸까. 차근차근 얘기를 들어보니, 고양이가 귀여워서 키우고 싶은데 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말의 요지였다.


A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가족 구성원과 충분히 이야기를 한 건지 물었다. A는 부모님이 극구 반대하셔서,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자기 방에서만 키울 거라 대답했다. 아침저녁 없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친구였다. 집에 있는 시간은 극히 적을 텐데. 방 안에서 혼자 집사를 기다릴 고양이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거기다가 가족들이 반대하는 고양이라니. 걱정이 되었다. 고양이도 감정이 있는 생명체이고, 누가 자기를 싫어하면 다 느낄 수 있다고 말해줬다. 가족들이 반대한다면 지금은 키울 때가 아닌 거 같으니 조금 더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얼마 뒤, 퇴근 후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는데 A의 새로운 피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작은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고 활짝 웃고 있었다. 가족들과 잘 이야기해서 키우기로 했나? 오지라퍼일 수도 있지만,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소중한 가족, 바바냥


A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초반, 그녀는 종종 카톡이나 전화로 물었다. 모래 사막화는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 중성화 수술은 언제 시켜야 하고, 가격은 얼마 정도인지, 생각보다 고양이가 애교가 없는데 점점 개냥이가 돼가는 건지와 같은 물음이었다. 사또바바와 함께 지내며 자연스레 경험한 것도 있으니,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A의 연락이 뚝 끊겼다. A의 인스타그램에는 더 이상 고양이 사진도 올라오지 않았다.


할 일 없던 주말, 거실에 누워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A에게 연락을 해 물었다. 고양이와는 잘 지내고 있느냐고. A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깽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커져서 보기도 안 좋고, 자기 방에서만 키우는 것도 힘들고, 가족들 반대도 심해져서 결국 다른 집에 줘버렸다고 대답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화가 났다. 내 안에서 심한 말이 나올까 봐 스스로가 조마조마할 정도였다.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에게 실망할 뻔했다고, 다음에는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사랑하는 나의 반려묘


그렇게 1년쯤 지났을까. A에게서 카톡이 왔다. 고양이가 보고 싶다며, 사또바바의 사진을 보내달라기에 몇 장 귀여운 사진을 추려서 보내주었다. 연신 "귀여워"를 외치던 그녀가 전화를 했다.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고양이 사진을 보다 보니, 다시 고양이가 키우고 싶어 졌다고 했다. 대신 작은 아기 고양이로만. 이번에도 가족과는 협의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 어쩌지, 가족들이 싫어하니까 일단 데리고 올까? 안되면 다른 사람 주고." 조용히 얘기를 듣던 나는 A의 마지막 말에 화가 났다. 고양이를 데리고 오고, 다른 사람에게 주고, 다시 데리고 오는 게 그리 쉽냐며 언성을 높여 말했다. A는 자기가 고양이를 버린 것도 아닌데 왜 네가 난리냐며 같이 언성을 높였다. 그녀의 말에 화가 주체되지 않았다. 전에 말했듯이 고양이도 감정이 있다고, 낯선 집으로 보내지는 게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냐고, 나는 네가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사람이길 바랬다고 쏘아붙이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요즘 주변에 고양이는 키우기 쉽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무엇이 쉽다는 걸까. 나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쉽게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가, 쉽게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버릴까 봐 너무 두렵다. 고양이는 전혀 쉽지 않다.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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