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 교육을 오래 해왔던 코치로서 10 계명을 정리해보았다. 대선 후보 면접관을 보면서, 면접관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몰라도 이들은 너무 모른다. 면접관이 튀지 않았는가 살펴봐야 한다. 후보자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경선 1차 컷오프 6일을 앞두고 면접관들로부터 호된 검증을 치렀다. 면접관들이 쉴 새 없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에 후보들은 진땀을 빼야 했다. 일부 주자는 면접관의 질문을 반박하며 맞서는 모습도 보였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 시그널 면접’의 면접관으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준일 뉴스 톱 대표, 박선영 동국대 교수 등이 출연했다. 사회자는 신율 명지대 교수다. 후보들은 정해진 22분 동안 면접관의 질문에 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첫날 면접은 장성민·장기표·박찬주·최재형·유승민·홍준표 후보 차례로 진행했다. 둘째 날인 10일에는 황교안, 윤석열, 박진, 안상수, 하태경, 원희룡 후보가 질문을 받았다. 대선 후보 면접관이 실수한 10 계명을 정리해보았다.
1. 면접관은 지원자를 존중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말투를 사용하지 마라.
홍준표 후보에게는 비례대표 폐지, 국회의원 정수 축소 공약에 대한 질문이 먼저 나왔다. 진중권 교수가 "비례대표를 없애면 헌재에서 위헌 판정받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홍 후보는 "헌법을 바꾸는 판인데 무슨 헌재가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지난 탄핵 때 헌재 하는 것을 보니깐 헌재도 폐지하는 것도 검토해야겠더라"라며 "차라리 헌재를 폐지하고 대법원으로 통일하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3인의 면접관 앞에서 압박 면접을 했다. 하지만 요즘 실제 면접은 이렇지 않다.
면접관은 혼쭐 내는 사람이 아니다.
2. 면접관은 지원자의 말을 갑자기 끊지 마라.
과도하게 따지듯 압박하며 긴장을 주거나 면접관이 우위에 있는 듯 일방적으로 말을 끊는다. 진중권 교수는 "국민의 힘을 폐지하는 것은 어떠냐. 국민투표를 하면 절대다수가 찬성할 것 같다"라고 언급했고 홍 후보는 웃으며 "글쎄요"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거울 보고 분칠 하는 후보는 안 된다',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등 과거 성희롱성 발언에 대한 김 대표의 질문에 "그게 막말이라면 수용하겠는데 성적 희롱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홍 후보는 난처한 질문이 이어지자, 진 전 교수와 김준일 대표 면전에서 "어떻게 당에서 면접관들을 저렇게… 저 두 분은 아주 골수 좌파들인데…"라고 쏘아붙였다.
면접관은 말을 갑자기 끊으면 안 된다.
3. 면접관은 차별적인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지 마라.
유승민 후보는 토론을 마친 뒤 "이런 면접 방식은 말이 안 된다"며 "진 교수는 윤석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인데 선관위가 어떻게 저런 분을 면접관으로 모셨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면접관은 차별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
4. 면접관은 지원자의 가족 관련 질문을 하지 마라.
유승민 후보는 “탄핵의 강을 유 후보만 못 건너간 것 같다. 배신자 아이콘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솔직히 말해 억울하다. 영남 보수권의 생각이 바뀔 거라 믿는다”라고 했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가족 관련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5. 면접관은 면접 평가요소와 관련 없는 질문을 하지 마라.
서민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국민면접을 보고 "처음에는 놀랐고, 나중에는 화까지 났다”며 면접의 취지는 후보들의 정책을 알리자는 것인데 "그 자리에 나온 면접관들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진중권 교수는 자신의 좌파적 기준으로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판했다. 우파 정당의 후보들이 왜 좌파적 기준으로 재단돼야 하는 건가”라고 불만을 표했다.
면접관은 면접 평가요소와 관련 없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6. 면접관은 후보자에게 어려운 용어로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홍준표 후보에게 질문한다. "강성귀족노조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긴급 재정경제 명령권 요건에 해당하는 것입니까?"
면접관이 후보자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7. 면접관은 한번 질문에 두 가지 이상을 묻지 마라.
다른 두 명의 면접관도 크게 다르지 않아 면접이란 취지는 사라지고 지면 안된다는 느낌의 맞짱토론 분위기가 연출됐다. 후보들이 주인공이 돼야 하는 무대에서, 왜 면접관이 주인공이 되면 안 된다.
면접관은 한번 질문에 한 가지만 질문을 한다.
8. 면접관은 지원자의 답에 동의를 구하지 마라.
진중권 교수는 홍준표 의원이 2013년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걸 탓한다. 면접관이라면 그 근거를 물어보고, 납득이 안 가면 추가로 질문하면 된다. 그런데 진 전 교수는 공공의료가 무조건 선이라고 생각하시는 듯, 홍 의원의 당시 결정을 비판했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답에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9. 면접관은 면접 도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등의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마라.
홍준표 후보도 "한 사람(윤석열 전 총장)이 (토론을) 안 하겠다고 하니 당이 이런 불가피한 행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면접에 앞서 "원래 이 제안을 먼저 한 것은 민주당이다. 그쪽에 '감당이 되겠느냐'라고 물었는데 결국 감당이 안 되고 취소돼 이 당에 오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면접관은 면접 도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등의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다.
10. 면접관은 후보자에게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마라.
소형 모듈 원전(SMR)을 설치해 석탄발전소를 대체하겠다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김준일 대표는 “에스엠 아르 30기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 수도권·서울에도 지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최 전 원장은 “제가 지금 어느 곳에 지어야 될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하자 김 대표는 “지역 주민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어디에, 어떻게 지어서 어떻게 설득할지 계획 없이 짓겠다고만 하면 끝인가”라고 되물었다.
면접 중에 후보자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후보자가 실망하거나 당황하여 제대로 답변을 못하게 되고 추후에 회사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가질 수 있다.
면접관은 후보자에게 부정적 반응을 하지 않는다.
면접관들은 후보들의 공약과 정견, 과거 언행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질문해 후보들을 긴장하게 했다. 국공유지를 활용해 공공주택 건설을 공약한 장기표 후보에게 진중권 전 교수는 “국공유지가 어디에 있느냐”라고 물었고, 장 후보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각 구마다 다 있다” 등 추상적으로 답변하자 진 전 교수는 연이어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해달라고 거듭 질문했다. 면접관은 정책 공약과 과거 이력을 검증하기 위한 수위 높은 질문도 있었다. 면접을 진행할 때는 반드시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 대선 면접도 면접관 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