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공양_#9
아침에 눈을 뜨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거나 식탁에 앉아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럴 때 생각이 너무 깊고 멀리 가지 않도록 유튜브를 자주 봤다. 그 휘황찬란한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늘 내 아이폰 화면을 다양한 것들로 빼곡히 채워줬다.
이를테면-
'주식투자로 파이어하기, 내가 뒤처지면 안 되는 이유, 30대에 서울에 집 사는 방법, 절대 늙지 않으면서 관리하기, 결혼적령기 놓친 사람들 정말 어쩌려고…'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불꽃이 튀는 것처럼 빠르게 변할 수 있을까? 다 같이 한 날 한 시에 놀이동산에 입장해서 가장 빠르고 자극적인 놀이기구에 함께 올라타 ‘누가 누가 그 놀이기구를 잘 타는지’ 경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놀이기구에 오르지 못하거나 그 기구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놀이동산에서 아웃되는 그런 시스템 말이다.
'지금 난 멈춰 있다 못해 점점 뒤로 가는 느낌인데
세상은 그리고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앞으로 가고 있구나.'
내 알고리즘을 가득 채운 그 영상들은 끊임없이 나아가야 하고, 마치 인생은 정해진 시간표가 있어 그것에 맞춰 살아야 하는 공식이 있는 것 같았다. 깊은 생각을 잊으려 본 유튜브 속에서 점점 더 위축되어 갈 때쯤,
그렇게 자이로드롭 같은 영상들을 넘기던 그날 한 요가 영상을 보게 됐다.
ü '오늘도 수고한 당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거기 있어만 주세요.'
이상하리 만큼 포근한 내레이션과 함께 영상 속 주인공은 가만히 요가와 명상을 50분간 계속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어떤 편안함을 느낀 것 같다. 아니다. 안도감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해도 저렇게 평화로울 수 있구나. 내가 여기 있기만 해도 되는구나.'
난 그 요가 채널을 구독하고 그 채널의 대부분의 영상에 '좋아요'를 눌렀다.
그리고 그 후에도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이 오면 여지없이 요가나 명상 채널에 들어갔다.
사실, 난 20대에 수년 동안 요가를 배웠다. 그때는 운동을 시작했으니 무엇이라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요가 교육 자격증도 취득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우습다. 요가는 그저 내려놓는 것인데, 난 그때도 그 운동에 무언가를 올려두고 있었나 보다.
'자격증이라니-'
멈춰 서게 된 내가 다시 바라본 요가는 그렇게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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