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족 여행을 가는 이유
7월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강원도 정선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최종 목적지는 민둥산. 푸릇한 여름의 돌리네가 청량한 사진을 남기기 좋다는 말을 듣고 결정한 곳이다. 아침부터 날이 흐려 걱정이긴 했지만, 점심쯤 날이 갠다는 희망으로 일단 출발했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임에도 언제나 떠나는 날은 설렘이 가득하다. 휴게소에서 먹을 김밥도 준비하고 산을 오르며 마실 음료수와 간식을 준비한 뒤 11시가 넘어 잠에 들었지만, 새벽 네 시가 채 되지 않았을 시간에 잠에서 깼다. 덕분에 예상 출발 시간이었던 5시보다 더 이른 시간에 출발할 수 있었다.
평일 서울 근방의 도로는 새벽 5시만 지나도 출근하는 차들로 점점 정체가 시작된다. 매번 여행할 때마다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한국 사람들은 어찌 이리도 부지런할까. 그래도 4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에는 수월하게 고속도로로 진입할 수 있었다.
휴게소에서 여유롭게 아침도 먹고 천천히 주변 경치를 구경하며 갔는데도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시간은 8시가 되기 조금 전이었다. 이제 등산화를 갈아신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민둥산 정상으로 향한다.
민둥산은 거북이 쉼터 근처 주차장을 이용하면 비교적 빠른 시간에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한다. 하지만 나는 저질 체력의 소유자이고, 이날은 7월.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랐던 날이었다. 이런 여름에 산을 온다며 투덜거리기를 만 오천 번 정도 하고 나니 돌리네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푸르른 초원이 펼쳐진 돌리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힘들고 짜증 났던 기분은 사라진 지 오래. 마치 판타지 영화 속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 하늘엔 구름이 한두 점 깔려 있고, 초록의 민둥산은 마치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셔터만 막 눌러도 멋진 사진이 완성된다. 나무가 없는 산은 이런 매력이 있구나.
어떻게 찍어도 화보가 되니 나도 열심히 자세를 취해본다. 여기서도 찍고, 저기서도 찍고. 엄마와도 찍고 엄마만도 찍고. 살이 타는 뜨거운 더위에도 열심히 웃으며 찍는다. 그 덕에 남아있는 사진엔 더위는 없고 행복만 남아있다.
사진도 원 없이 찍고 천천히 내려오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정선에 오면 항상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정선아리랑시장이다. 시장 안에 정말 맛있는 식당이 있어, 빼놓지 않고 방문하게 된다. 메뉴는 콧등치기와 모둠전. 면이 억세 후루룩 먹을 때 콧등을 친다고 해 붙여진 콧등치기는 이곳이 정말 맛있게 잘 만든다.
배부르게 먹고 기념 마그넷도 사고 일찍 집으로 향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에는 많은 곳을 다닐 수 없다.
이렇게 덥고 피곤한 날에도 우리 가족이 같이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한가지인 것 같다. 아주 먼 훗날 같이 나눌 수 있는 추억. 엄마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을 때도 아주 아주 먼 미래에 누군가를 추억하고 싶을 때도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일 테니까.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그날까지. 내 몸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계속 여행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