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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guevara Nov 14. 2021

제주에서 가져갈 낙서

Prologue

 

 터키 여행 후 한국에 돌아와 곧장 취직했다. 통장에 단 1원도 없는 거지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루빨리 여행길에 다시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건설업이라는 직업군의 특성상 극도로 수직적인 직장 내 관계들과 평균 이상으로 험한 언행이 난무하는 일터가 싫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내가 가진 직업은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에서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지내온 몇 달간의 자유로운 생활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은 금세 지치고 갑갑했다. 그리고 싫었지만 참았다. 어찌 됐든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했고 짧은 휴식을 하던 중 구미가 당기는 몇 개의 입사 제의가 왔다.

 입사 제의 중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회사도 있었다. 그런데 모르겠다. 프로젝트의 내용과 회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근무지만 보였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섬인 그곳.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꿈꾸는 한달살이의 그곳.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현재 가장 붐비는 그곳.


제주도.

 

 마지막 입사 제의를 받고 정확히 8일이 지난 지금 난 제주도에서 일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잠시나마 보는 서귀포 바다가 좋고 퇴근길에 보이는 노을 걸린 야자수가 좋다. 주말이면 월정, 애월, 중문을 떠돌며 서핑을 하거나 제주 곳곳을 뒤적이다 만나는 아름다운 곳에 감탄하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멍하게 버리는 시간도 아깝지 않다.

 연장선. 어쩌면 지난 터키 여행의 연장선에 서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터키로 다시 돌아갈 다음 여행을 위해 몸부림치는. 난 열심히 돈 버는 제주살이를 하며 낙서 같은 글을 적을 생각이다. 언제다 그랬듯 다소 다른 제주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 내년 봄에 만날 터키 친구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그래서 제주에서 내가 쓰게 될 글을 묶어 이렇게 부르려 한다.


 "제주에서 가져갈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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