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노(Vivino) 활용법

집단지성을 내 입맛의 정수로 치환하는 기술

by 이윤환 변호사

와인 숍의 선반 앞에서 라벨을 스캔하는 찰나, 우리 손 안에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시음 기록이 펼쳐진다. 비비노(Vivino)는 이제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와인 생활의 필수 동반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 방대한 데이터를 단순히 '높은 점수'로만 소비하는 것은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진정한 애호가라면 집단지성의 결과물을 자신의 취향에 맞춰 정교하게 '보정'하고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close-up-people-celebrating-with-wine.jpg 출처 : freepik



1. 대중의 평점: 가장 정직한 '보통의 입맛'을 신뢰하라


전문가 한 명의 95점보다 비비노 사용자 수천 명이 남긴 4.5점이 우리에게 더 큰 확신을 줄 때가 많다. 전문가의 평가는 와인의 학술적 완성도나 숙성 잠재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중의 평점은 지금 당장 마셨을 때의 직관적인 즐거움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데이터가 쌓여 만들어진 평균값은 시장에서의 보편적인 만족도를 대변한다. 따라서 와인을 고를 때 비비노의 평점을 기본 지표로 삼는 것은 실패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필자는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비비노 평점을 신뢰한다. 대중들이 부여한 비비노 평점에는 그 와인의 객관적인 품질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뿐만이 아니라 각 개인의 주관적인 (가성비를 고려한) 만족도가 포함되는데, 필자는 무엇보다도 (가성비를 고려한) 만족도에 대한 대중의 평가를 신뢰한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대중은 20만 원의 고퀄 와인에게는 4.5점을 쉽게 부여하지만, 100만 원 상당의 와인에게는 4.5점 부여가 조금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대중의 시선이 필자가 와인을 매수하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2. 나만의 보정치: 집단지성과 나의 거리 측정하기


하지만 대중의 입맛이 반드시 나의 입맛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은 잔당감이 있고 진한 와인을 고평가 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여기서 애호가의 안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중이 4.3점을 준 진한 풀바디의 나파밸리 레드 와인이 나에게는 너무 무겁게 느껴졌던 경험이 있다면, 나만의 '내적 보정치'를 적용해야 한다. "비비노 평점 4.3의 나파 밸리 레드 와인은 나에게 4.0점 정도의 가치가 있다"거나, 반대로 "대중이 3.8.로 평범하게 평가한 산미 높은 와인이 나에겐 4.2점의 가치가 있다"는 식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이 보정치를 적용할 때 비로소 비비노는 타인의 기록이 아닌 나의 도구가 된다.


3. 대중들의 테이스팅 노트를 통한 와인 유추


7591474.jpg 출처 : freepik



비비노 활용의 정점은 점수가 아니라 테이스팅 노트에 있다. 비비노는 사용자들이 언급한 향과 맛을 빈도순으로 요약해 보여준다. 이는 특정 성향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한 사용자에게 완벽한 필터가 된다. 가령, 오크 숙성에서 오는 '바닐라 노트'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용자라면 해당 와인의 리뷰 키워드 중 바닐라가 차지하는 위치를 살펴야 한다. 바닐라가 상위권에 위치한다면 그 와인의 지배적인 성격이 무엇인지 오픈하기도 전에 유추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가죽향이나 특유의 흙 내음이 하위권에 머문다면, 아무리 평점이 높아도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 가능성이 크다. 즉, 테이스팅 노트는 와인의 몽타주를 그리는 핵심 단서가 된다.



데이터 위에서 즐기는 취향의 항해


pexels-zeyonfilm-15603504.jpg 출처 : pexels


비비노는 정답지가 아니라 풍부한 주석이 달린 참고서다. 대중의 평점을 신뢰하되 나만의 보정치를 더하고, 대중의 테이스팅 노트를 통해 와인의 성격을 미리 그려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즐거운 탐구 생활이다.


집단지성이 제공하는 정보의 바다 위에서
나만의 취향이라는 돛을 정확히 펼칠 때,
우리는 비로소 와인 한 병이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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