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 내가 메일로 간절히 기다리던 소식이 있었다. 결국 예상치 않게 한 시간 남짓의 사이로 예상치도 못했던 한 곳에서는 합격의 소식을, 교재 집필진으로 정말 활동하고 싶었던 곳에서는 올해 모시지 못해 유감이라는 메일을 받게 되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함께 찾아오는 경우, 결국 이 둘의 무게 가치에 따라 어느 하나의 소식이 잠식될 수 있다는 것. 나는 유난히도 가을스러운 쾌청한 하늘을 두고도 ‘시리다’고 느낄 정도로 기분이 많이 다운된 채로 터덜터덜 수업에 들어갔다.
아쉬움과 속상함을 뒤로 하고, 만약 내가 집필진으로 활동하게 되었을 경우의 벌어지게 될 안 좋은 상황들을 열거하며 셀프 위로를 하고 있었다.
‘내년이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는데 양가 부모님도 도와주지 못 하는 상황에서, 나 역시 모의고사 출제위원에 ebs 강의검수에 학교 업무까지… 많이 무리이긴 했겠다. ’
이런 감정의 터널을 거쳐 저녁 무렵 찬찬히 브런치의 글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였다. 이 곳은 스트레스로 내 정신을 갉아 먹는 공간이 아닌, 힘듦에 대한 나름의 치유와 생성의 가치가 지배하는 곳이었다.
그러고 이곳에서 작가 데뷔 과정을 찾아보니 여러 차례 지원 끝에 작가가 된 분들부터, 내가 오전 내 가졌던 가벼움의 가치로 치부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새로운 희망이 샘솟기 시작하였다. 고작 어젯밤 삼십 분 남짓 글써서 쉽게 작가로 승인받은 내 자신의 가벼움으로 치부할 수 없는 가치를 말이다.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보니 더이상 차곡차곡 쌓을 이야기가 나의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이럴 때면 나는 불면의 밤을 보내곤 하였다. 내 삶의 서사를 브런치라는 여과지를 통해 차곡차곡 풀어보고 싶다.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