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 봄에 신문기사에 가을에 대구에 간송미술관이 오픈한다고 했던 게 문득 생각났다. 부랴부랴 검색해 보니 9월 개관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 대구 숙소를 가을이 되자마자 예약해 두었다.
바야흐로 십 년 전 DDP에서 간송미술관 전시회를 정말 우연히 가게 되었다. 그 때는 우리 미술에 그닥 관심이 없고 간송 전형필이란 대단한 사람을 생각하며 미술전을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한 시절이다.
그러나 웬걸, 예상치 못하게 우리나라 고미술 정확히는 신윤복의 그림에 푹 빠지게 되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과 비엔나 레오폴드 뮤지엄에서 압도되는 감동을 잊지 못하는 나에게 사실 우리 미술은 너무도 밋밋하고 심심한, 음식에 비유하면 너무도 심심한 맛처럼 느껴질 것이라 생각하였다. 책으로만 봤을 땐 말이다.
신윤복의 그림은 어떤 부분에서는 매우도 또렷하고 화려한 색감을 보이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은은하면서도 비어있는 듯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그림을 본 순간 그 그림이 마음 속 한가운데로 들어와 꽈리를 튼 느낌이었다. 그림의 행간에 담긴 스토리와 함께.
그 중에서도 눈에 담고 담은 그림이 ‘월하정인’이었다. 이는 십 년 전 DDP에서도 본 그림인데 제목부터가 너무나도 낭만적이라 그냥 좋았다. 제목도 그림도. ‘달빛 아래 정을 나눈 사람’이라니. 내가 생각하는 고리타분할 것만 같던 조선사회의 이미지를 깨뜨리기에 충분했을 뿐더러,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인간사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 심심하고 밋밋한 맛들이 얽혀 우리내 인간사가 되는거니깐. 오래 전 그림을 보며 심심한 맛일지라도 담백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 옆에 있는 일곱 살 딸아이를 으스러지게 안아 주며 사랑한다고 얼굴을 부볐다. 미술관 내려오는 길 남편의 손도 꼬옥 잡으며 말이다.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은 지금의 현재, 일상을 좀더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미술관에서 바라 본 중정]
[그림들]
[말러 교향곡에 그림들을 영상으로 만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