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죽어있던 극장에 드디어 새, 영화가 개봉했다. 천만 영화 부산행의 속편이니 다들 한껏 기대 했을 거다. 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를 그렇게 선호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강동원 주연에 (이것만으로 볼 명분 충분) 거기다 좀비 바이러스가 어떻게 해결 되었을지 궁금한 건 인지상정, 안 볼 수 없는 영화였다.
좀비 바이러스를 막을 방법이 없어지자, 일부 남은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배를 타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정석은 군인이라는 비교적 유리한 입장에서 가족을 살리기 위해 애쓰지만 누나와 조카를 잃고 만다. 그리고 4년이란 시간이 흐른다. 그 시간을 말로 설명하기 힘들테고 상상하면 끔찍한 일이 길어질테니 영화에선 과감하게 생략한다. 겨우 넘어간 홍콩에서의 생활은 마치 제2의 식민지를 경험하는 것처럼 보였다. 좀비가 무섭구나. 멀쩡한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트리니 말이다.
사람들의 삶만큼이나 폐허가 된 반도, 마냥 버려진 곳으로 정석(강동원)은 제 발로 들어간다. 반도에선 무용지물인 돈을 훔쳐달라는 미션을 받고 고작 4명이서 좀비 소굴로 들어간다는 것이 불안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물론 그 돈을 쉽게 빼올 수 없을 것이란 건 충분히 예상되지만, 돈이라면 사람들이 정말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구나 새삼 놀라웠다. 영화는 '당신이라면?' 이라는 물음을 몇 번이고 한다. 선택의 상황에 자꾸만 인물들을 던져 놓고 어느 것이 더 나은 것인지 지켜보게 한다. 물론 어떤 선택의 상황에서도 정석은 절대 선이었다.
좀비보다 무서운 건 사람,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이런 간단한 공식이 이 영화에도 등장했다. 처음에는 사람을 구하는 부대였다는 631, 그들은 과거를 깡그리 잊은 채 사람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부대 이외의 사람들을 들개라 칭하고 자신들의 놀이 대상으로 삼는 행태가 굉장히 무섭고 불편했다. 좀비로부터 겨우 살아 남아 한다는 짓이 겨우, 서로 불신하고 헐뜯는 일, 그것이 정말 인간의 본성이란 말인가, 영화는 좀비의 잔혹함보다는 사람의 잔혹함에 초점을 맞추었다. 해서, 좀비는 별로 활약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좀비물이 아니다.
좀비와 좀비보다 더 잔인한 사람들로부터 다시 또 견디고 살아 남은 유일한 가족, 민정(이정현)과 아이들, 김노인. 사회에서 정의하는 약자의 집합이다. 여자 아이 그리고 노인, 여기서부터 영화는 뻔한 신파로 가겠다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세상엔 강한 것과 약한 것, 악한 것과 선한 것 둘 뿐인것처럼 정확하게 반으로 갈랐다. 중간은 애당초 허락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설정, 개연성이 너무 떨어진 순간이었다. 약자들끼리만 모인 집단이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설명이 되지 않았다. 더 지독해진 631부대야 인간 같지 않으니 좀비로부터 살았다 쳐도, 이렇게 맘도 몸도 약한 사람들이 지옥에서 적응할 수 있었던 원동력, 무기를 충분히 설명해줘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누가 봐도 결말이 뻔한 권선징악의 밑밥, 한국 특유의 신파, 가족애, 이젠 그만! 차라리 절대 악인 631부대만 비중있게 다뤄도 뭔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그려낼 수 있었을 지도.
부산행은 열차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쫓기는 이야기가 주는 스릴이 엄청났다. 그리고 긴박한 상황에서 하나둘 씩 터득해가는 생존 방식이 오락영화 다웠다. 그러나 반도는 좀비물이라고 하기엔 좀비의 비중이 적고, 바이러스 이후의 상황을 그려냈다고 하기에도 진지한 면이 부족해 보였다. 그냥 강동원을 봐서 좋았고, 오랜만에 극장에 앉아 스크린을 본 것이 좋았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