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본 장면?
모든 잘 준비를 마치고 눕기 전, 아들은 꼭 나에게 "엄마, 나 물."이라며 물을 떠다 달라고 부탁한다. 어떤 날에는 떠다 주고 유독 지친 날에는 먹고 오라며 먼저 자리에 누워 버리는 날도 있다.
그런데 어젯밤, 어김없이 아들은 나에게 "엄마, 나 물."이라며 물 한 잔을 부탁했고 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어릴 적 나의 모습. 나도 우리 아들과 똑같이 잠자리에 들기 전, 노상 엄마에게 물을 달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그 장면이 떠오르자 아들에게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한 번도 나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제는 상냥하게 대답도 해주고 물을 떠다 주며 그간 짜증투로 "너가 가서 먹고 와."라고 말해서 미안했다고 사과도 했다. 물론 아들의 반응은 어리둥절. 갑자기 무슨 사과인가 싶었을 거다. 엄마도 어렸을 적에 너처럼 자기 전에 항상 외할머니에게 물을 떠다 달라고 말했었는데, 할머니는 항상 그 부탁을 들어주셨다고. 자다가 중간에 깨서 물을 갖다 달라고 해도 갖다 주셨다고 말했다. 엄마도 그때 받았던 그 사랑 잊지 않고 너에게 다시 돌려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면, 엄마도 그 당시 워킹맘이었는데 지금 나랑 비교해 봤을 때 꼭 슈퍼우먼 같다. 어떻게 그렇게 나에게 상냥할 수 있었을까. 그때는 심지어 토요일도 출근했고 야근도 밥먹듯이 했을 땐데... 나는 엄마만큼 잘 헤쳐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한 컵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 모든 면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애들 키우는 게 내가 어렸을 때와 또 다르다고는 하지만 사랑을 많이 줘야 잘 자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고, 한 달 살기를 하며 혼자만의 혹은 둘만의 시간을 왕창 보내고 온 지금, 앞으로의 우리 가족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 상태다. 고민하자면 끝도 없는 육아. 그래도 늘 걱정이고 고민이다.
그래도 9살이면... 물은 알아서 떠먹자. 엄마 이제 허리 아프다 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