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윤슬
책꽂이에 책들이 채워집니다
(윤슬, 가득한집은 서점도 겸합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책을 한 권 구매하시고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결제를 마친 뒤, 그분은 책의 첫 장을 펼치며
기념으로 날짜를 적어 달라고 하셨습니다.
“2025년 9월 8일 어느 아름다운 날”
그렇게 적어 드린 뒤 책을 다시 책꽂이에 꽂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 책은 제가 올 때마다 커피와 함께 읽을게요.
다른 손님들도, 사장님 부부도 읽으셔도 됩니다.
이곳에 놓고 가겠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오래도록 따뜻하게 머물렀습니다.
우리 공간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이렇게 멋지구나,
새삼 감사가 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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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에게는 문화생활을 함께 나누는
친구이자 동료가 있습니다.
앨리스.
그녀는 우리를 만날 때마다 그림책을 선물해 주곤 합니다.
이상하게도 그때그때 우리 삶과 상황에 꼭 맞는 책들이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선물 받은 그림책 중 세 권을 집에서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에 위로와 힘이 될 것 같은 책들이라서,
그리고 오늘 이곳을 찾은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창가에 앉아 라테와 노트를 즐기던 손님께
그 세 권의 책을 조심스레 권했습니다.
책을 전하며 느낀 작은 떨림이 오래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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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 점점 채워집니다.
사진작가 00님, 도서관 관장 00님, 고운 00 여사님…
이름을 붙인 작은 책꽂이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책장 하나하나에 사람의 이야기가 깃드는 풍경이
어쩐지 이 공간과 참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커피와 책, 음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곳.
어느새 제 손에도 책이 들려 있는 곳.
비가 내리면 더 깊이 책과 가까워지는 곳.
윤슬, 가득한집은 그렇게
사람과 책, 그리고 이야기로
하루하루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