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윤슬
오늘의 윤슬은 손님들의 이야기로 채워집니다.
오시는 분들의 첫마디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이곳에 커피집이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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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부산에 와서 줄곧 집을 열며 살아왔습니다.
비좁은 집이든, 낡은 집이든 상관없었습니다.
누군가를 환대하는 일이 우리에게는 늘 기쁨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오고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공간은
언제나 온기가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의 집을 ‘가득한집’이라 불렀습니다.
지금의 윤슬, 가득한집은
그 ‘가득한집의 거실’이 옮겨온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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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요.
이곳을 찾는 분들은 커피 한 잔만 마시고 떠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머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책을 읽으러 오시는 어르신,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는 작가님,
리보의 이야기에 이끌려 찾아오는 단골들.
그분들은 주로 바 테이블에 앉아
커피 향과 함께 삶의 조각들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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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오셨다가
“여기 꼭 와봐야 해요.” 하며 친구를 데리고 다시 오시는 분들.
명절에도 가족처럼 찾아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
모르는 이와 대화를 나누다 친구가 되고,
책을 선물하고,
사진을 찍어주고,
장바구니 내려놓으시고 피아노도 치시고,
책을 읽다 표지를 그려두고 가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어떤 날은 손님이 다른 손님의 자녀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어떤 날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리보에게 길게 풀어놓습니다.
참 신기하고 따뜻한 풍경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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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시간,
비워진 잔들을 정리하는 리보의 얼굴엔 미소가 번집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채워지는 기분이에요.”
그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리보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마치 따뜻한 수필 한 편을 읽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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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쌓여가는 윤슬, 가득한집의 이야기들.
간간히 손님 에피소드를 기록해 볼까 합니다.
오늘도 윤슬처럼 반짝이는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남겨주실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