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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가 아닌,
금쪽같은 어르신으로

오늘의 윤슬

by sunny


빛을 기다리는 골목에서


윤슬, 가득한집을 통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는 기쁨을 누립니다.
신기하다 싶을 만큼, 선물 같은 만남들이 감사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로운 골목에 술기운에 목소리가 커진 어르신 한 분이 존재감을 드러내셨습니다.
윤슬, 가득한집 안으로 들어오셔서 혼잣말을 하시며
마음속 분노를 그대로 쏟아내셨습니다.

“어르신, 그만하세요.”
“어서 들어가세요.”

몇 번을 말씀드려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지도 않는 담배 냄새 때문에 못 살겠다 하시고,
아니라 말씀드려도 듣지 않으셨습니다.
급기야 협박까지 이어지면 1절이 끝납니다.
그리고는 다시 찾아오셔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시다가
또다시 버럭 화를 내십니다.

조금… 아니, 많이 무섭고 놀라고, 낙심이 되었습니다.



동네 이웃들은 이미 달관하신 듯했습니다.
“반응하지 마라. 대꾸하지 말고, 그 사람 보이면 문을 잠가라.”
걱정스러운 얼굴로 골목 언니야들이 대처법을 들려주셨습니다.

사흘을 연속으로 동네가 들썩이더니, 급기야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묵직한 마음으로 그 시간을 지나며
지역구 정신건강센터의 상담사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가족이 없을 경우, 경찰이 연달아 세 번 이상 출동하면 강제 입원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 3일뿐이랍니다.

‘홀로 천덕꾸러기가 되어가는 노인들을 위한 대책은 없는 걸까요?’
그 물음이 오래 남았습니다.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금쪽같은 어르신의 남은 여생을 위해.

그리고 관할 지자체에 단기 조치에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가 마련되길 정중히 요청드릴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윤슬, 가득한집은 참 신비로운 곳 같습니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부분,
빛을 기다리는 어두운 부분 —
그 두 자리를 다 보게 되니까요.

그리고 나만 잘 살면 그만이 아닌 이웃의 필요를 보게 되었으니까요.

‘민폐할아버지’가 아닌 ‘금쪽같은 어르신’으로 잘 모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은 술을 드시지 않고 지나가시는 어르신께 조심스레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냥 조용히 집으로 들어가시는 어르신이 술과 결별하고, 다른 대안을 찾으시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후덜덜 떨리던 손은 이제 기도의 손이 되어갑니다.

놀랐던 마음은 긍휼의 마음이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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